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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문/기행문

제목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 경험!
글쓴이 정은비
아침부터 우리가족은 느긋했다. 보통 여행을 떠나러 간다고 하면 가까운 거리라도 부지런히 일어나서 필요한 것들을 짐싸고 정리해도 시원찮을 판에, 우리가족은 아주 여유를 가지고 심지어 아빠는 기지개도 피시면서 일어나셨다. 그리고 느긋하게 아침식사를 하고 어슬렁어슬렁 집 앞으로 나섰다. 이번 여행은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차를 타고 북한땅이 거의 코 앞이라고 해도 믿지 않을 수 없는 강원도로 시동을 걸었다. 우리 지역을 빠져나와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이럴수가! 다시 한 번 더 여행이 삐걱거렸다. 물론 주말이었지만 이 정도까지 밀릴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20분 거리를 1시간 30분만에 겨우 가는 정도였다. 우리 앞에 있는 차들이 줄지어져 있었는데 끝이 보이지 않았다. 거북이랑 경주하면 거북이가 이길 것이 분명했었다. 그렇다고 힘이 쭉 빠져서 한숨 쉬는 가족은 절대 아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최신가요를 틀고 헤드벵잉도 하고 기타 연주하는 흉내까지 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 햇볕이 쨍쨍하고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륵주륵 내리는 이 날에 불만 섞인 짜증만 차안에 계속 쌓일 것이 분명했으니까. 그래서 나랑 동생은 분위기를 띄우려고 일부러 열심히 춤추고 노래를 불렀다. 그렇게 흥겨운 리듬에 맞춰 엉덩이를 씰룩 씰룩거리면서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강원도 영월이었다.
영월에는 신기한 풍경들이 너무 많았다. 그 중에서 여행 떠나기 전 인터넷으로 열심히 검색해서 찾아낸 3곳을 둘러보았다. 먼저 한반도 지형 모양의 섬을 보러 갔는데 정말 신기했다. 저번에 인기있는 TV 프로그램인 1박 2일에 나왔던 곳인데 그 때 TV로 봤을 때도 '어떻게 저런 모양이 자연적으로 만들어졌을까? 사람들이 일부러 만든 게 아닐까?' 라는 의심을 할 정도로 놀랐는데 직접 보니까 더 신기하고 더 의심을 했다. 정말 우리나라 지도에서 보았던 한반도 지형을 미니사이즈로 축소시켜놓은 듯한 완벽한 모습이었다. 우리 가족뿐만이 아니라 그 곳에 놀러 온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감탄을 해 대었다.
두 번째로 간 곳은 청령포였는데 자그마한 나룻배를 타고 도착한 곳이었다. 들어서자마자 높고 장엄한 소나무들이 환영을 해 주었다. 청령포라는 곳은 조선 6대 임금인 단종의 유배지였다고 하는데 나에게는 유배지가 아니라 천당으로 보였다. 그렇게 맑고 울창한 나무들이 서 있고 새들이 아름다운 목소리를 마음껏 뽐내는 곳이 유배지라니, 그 곳에서 마음을 수련했다고 하는 단종이 순간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청령포에 좀 더 머물고 싶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바위 하나가 자연적인 현상으로 반으로 갈라진 '선돌' 이라는 것도 보았다. 어떻게 그 바위가 자기 스스로 반으로 아주 반듯하게 갈라졌는지 정말 신기했다.
저녁으로는 다하누촌에 가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한우를 먹었다. 한우 고기 한 점과 쌈을 싸서 입 안으로 넣었을 때 온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저녁식사를 풍성하게 먹고 나서 정동진으로 바로 향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화려한 일출을 보기 위해서였다. 잠도 차 안에서 잤다. 비록 몸은 좀 불편하기도 했지만 내일 일출을 보기 위해서 이 정도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기대를 부풀고 잠을 잤다. 아니, 잠을 잤다기 보다는 그냥 잠시 눈을 감은 것 뿐이었다. 새벽 네 시에 일어났으니 말이다. 부시시한 눈을 비비고 일어나 가볍게 체조를 한 다음 일출을 보기 위해 정동진 바다 앞에 있는 모래사장에 앉아 햇님이 뜨기만을 기다렸다. 한 시간동안 기다렸는데 어느 새 사람들도 많이 모인 것 같았다. 하지만 햇님은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와서 부끄러웠나 보다. 햇님이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아 많이 아쉬웠다. 하지만 난 만족한다. 햇님을 기다리는 동안 철썩거리는 파도가 우리를 위로해주었으니까. 하야안 이빨을 드러내면서 바위에 부딫혀 철썩거리기도 하고 모래에 스며들었다 다시 쏴아아하면서 바다 속으로 숨으며 숨바꼭질도 같이 해 주었으니까.
그렇게 강원도 일주를 마치고 우리집으로 돌아오면서 안동에 그 유명하다는 찜닭도 먹었다. 비가 내려서 그랬는지 배가 고파서 그랬는지 찜닭이 정말 꿀맛이었다. 양도 맛도 푸짐했다. 그 때 밥도둑이라고 하는 것이 정말 이런거구나 하고 느꼈다. 그리고 하회마을도 가 보고 안동민속박물관에 가서 옛 조상들의 생활모습도 많이 배우고 왔다.
이번 여행은 재미있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일출을 보지 못해서 정말 아쉬운 여행이었다. 하지만 실패할 때도 있는 법이다. 그것보다 더 크고 소중한 경험이라는 것을 얻었으니까. 경험은 어느 책을 뒤져봐도, TV의 어느 채널을 돌려봐도 맛 볼 수 없는 것이다. 오직 직접 가 보고 직접 체험해야만 얻을 수 있는 귀중한 것이다. 앞으로도 가족들과 많은 여행을 떠나면서 삶을 정말 멋지게 보내고 싶다. 무엇보다도 여행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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