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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문/기행문

제목 인도의 타지마할 vs 한국의 수원 화성
글쓴이 정영학
인도에는 아내 뭄타즈 마할을 위해 샤 자한이 지은 아름다운 무덤, ‘타지마할’이 있다. 타지마할은 무덤이지만 매우 아름답고 웅장하다. 우리나라에도 타지마할처럼 크고 아름다우며 방어체계까지 갖추고 있는 건물이 있었으니, 바로 수원 화성이다. 이 수원 화성은 정조 대왕님이 억울하게 돌아가신 아버지, 사도 세자를 위해 지은 성이다. 화성의 성곽 둘레는 장장 5.7km나 되고 건축할 때 정약용의 거중기, 녹로 등의 과학기술이 사용되었다. 게다가 조선 최초로 설계를 한 후에 지은 성이었다. 그래서 문화적 가치가 높아 1997년, 세계문화 유산에 등록된 곳이기도 하다. 지난 주말에 우리의 자랑스런 이 문화재를 보기 위해 즐겁게 출발했다.
화성에 도착하니 여러 사람이 화성 성곽을 둘러보고 있었다. 우리는 안내소에 가서 화성지도와 가이드북을 받아와서 코스를 정했다. 먼저 화성 열차를 타고 연무대로 가서 걸어서 돌아 오기로 했다. 표를 사고 시간이 남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거대한 정조대왕 동상이 위엄있게 서 있었고 누각에 올라가 시원한 바람도 맞았다. 문화재에 올라 갈 수 있다니 참 멋지고 조심스러웠다. 드디어 연무대로 출발한 화성 열차를 타고 웅대한 성곽을 보며 화성의 멋진 모습을 만끽했다. 화성 열차를 타고 화성 성곽의 바깥쪽을 반 정도 돌았는데 성의 외곽, 여러 탑들, 장안문, 팔달문 등의 문들 등 보기에도 아름답고 튼튼했다.
연무대에서는 걸어서 수원 화성 박물관으로 갔다. 박물관에서 안내 해 주시는 분의 설명을 듣고 하나하나 알게 된 사실은 다음과 같다. 수원 화성을 기획한 정조 대왕님께서는 수원 화성의 건축 기간을 약 10년 정도로 예상했으나 2년 9개월 만에 완성되었다. 공사기간을 엄청나게 단축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앞서 말했던 정약용의 거중기가 한 몫 했다. 그리고 전에는 사람들을 불러다가 강제로 일하게 했지만 수원 화성을 건축할 때는 사람들에게 돈을 주었던 것도 큰 부분을 차지했다. 정조 대왕은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좋은 군주라는 걸 느꼈다. 또 공사한 사람의 이름을 공사 현장에 새겨주어 책임성 있게 일을 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기한 내에 그 공사 부분이 망가질 경우 그 공사 부분을 맡은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하게 했다. 예를 들어 공주 사람이 서쪽에서 북쪽으로 성벽 30리 정도를 공사하리고 했다. 그런데 공사한지 3년 동안은 이상이 있어서는 안 되는데 1년 반 정도가 지나자 서쪽 성벽이 허물어진 것이다. 그럼 그 공주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책임은 좀 더 튼튼하고 완성도 높은 건물을 짓는데 필수 요소인 것이다.
수원 화성의 성벽에는 한 성벽마다 구멍이 3개 뚫려 있었는데 양쪽은 수평으로 뚫려 있었지만 가운데는 아래쪽으로 45°로 사선으로 뚫려 있었다. 기울어진 쪽으로는 가까이 오는 적군에게 끓는 물이나 기름, 돌 등을 던진다고 했다. 수평으로 된 곳, 양쪽으로는 멀리 오는 적군에게 화살로 적을 맞춘다고 했다. 또한 성벽 사이에 틈이 있는데, 사다리꼴 모양으로 되어 있었다. 사다리꼴 모양으로 틈을 만들면 아군은 적군을 잘 볼 수 있지만 적군은 아군을 볼 수 없기 때문에 틈을 그렇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화성에는 포루나 치성 등의 수비 시설이 있었다. 그래서 적이 수십만 명이 오더라도 너끈히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말 빈틈이 없는 건축물이었다.
또 한양 궁에서 수원화성으로 이동 할 때는 한 강을 건너야만 했다. 하지만 조선 시대 당시에는 다리를 만드는 기술이 없었다. 그래서 정약용은 강에 배를 나란히 놓은 다음 그 위에 나무판을 깔아 배다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 배다리는 6,000명이 있어도 끄떡없었다고 한다. 너무나 기발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나 지금이나 아이디어는 많은 놀라운 일들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화성은 거대하고 화려할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이 사용되었고 방어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정조 대왕의 아버지에 대한 효성과 정약용의 과학 기술이 함께 어우러져 이룩한 멋진 탄생이었다. 그러니 타지마할 못지않게, 아니 어쩌면 타지마할 보다 더 훌륭한 건축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귀중한 문화재 화성을 숭례문처럼 허무하게 사라지지 않도록 잘 보존하고 아껴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