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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문/기행문

제목 가평 꽃동네 봉사활동을 다녀와서
글쓴이 이동준
아침이 밝았다. 이번에 학교에서 단체로 가평 꽃동네로 봉사활동을 가기로 했기때문에 나는 5시 30분에 일어나서 피곤함을 어깨에 짊어진 채 준비를 한 후 학교로 향했다. 학교에 다다르자 학교 건너편에 버스 두 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나는 버스 앞의 선생님들께 인사를 한 후 버스 안으로 들어가서 창가 쪽 자리에 앉았다, 우리 반이 늦어서 그런지 몰라도 예정 시각인 7시를 넘었다. 모두 도착하자, 내 설렘을 실은 채 버스가 출발했다. 설렘 반, 걱정 반... 너무 떨렸다. 10시쯤에 꽃동네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장애인 한 명이 해맑게 인사하고 있었다. 나도 얼떨결에 손을 흔들었다. 우리는 먼저 꽃동네 사무실에 들어가서 낙태 동영상을 보았다. 징그러웠긴 했지만 생명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영어 선생님을 따라서 각각 배정받은 곳으로 향했다. 나, 원석이, 영주, 현수, 상윤이, 태경이는 평화의 집으로 향했다. 4층, 5층에 각각 세 명씩 배정받아서 봉사하는 것인데, 나는 영주, 현수와 함께 5층으로 향했다. 5층에서 내리는 순간, 나는 흔쾌히 발걸음을 내딛을 수 없었다. 평소에 봉사를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이러한 광경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할머니들께서 바지를 벗으신 채 기어 다니시는 등... 정말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잘 움직이지도 못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약간 충격을 받았다. 동시에 내 머리 속에서는 ‘오늘 잘 할 수 있을까?’, ‘이 분들에게 어떻게 해 드리면 더 행복해지실 수 있을까?’ 등의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우리는 자매님의 지시에 따라, 제일 먼저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할머니들께서 모여계신 ‘사랑방’에서 걸레질을 했다. 면역력이 약하신 할머니들을 생각하며 걸레질을 해서 그런지, 평소에 집에서 걸레질을 할 때보다 2~3배 꼼꼼하고 깨끗이 했다. 걸레질이 거의 다 끝나갈 무렵, 어느 할머니께서 땀을 흘리는 나를 보시고 드시고 계시던 쥐포 한 마리를 나에게 건네주셨다. 비록 먹던 것이었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먹었다. 걸레질을 마친 후, 대소변 치우는 것을 자매님 한 명과 나 혼자 맡아서 했다. 자매님의 배려로, 나는 대소변이 가득 찬 변기통을 옮기고, 씻은 것의 물기를 닦아서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 일을 했다. 이 일을 할 때 냄새도 지독하고 허리도 끊어질 것 같이 아팠지만, 할머니들께서 내가 직접 옮기고 닦은 변기에서 기분 좋게 일을 보시는 것을 생각할수록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휴게소’에 할머니들이 모이셨다. 영주와 현수는 일이 모두 끝나서 식당으로 내려갔지만, 나는 할머니들의 배식을 모두 도와주고 나서야 식당에 내려가서 밥을 먹었다. 밥을 먹은 후에 본격적인 봉사 활동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사랑방’에 가서 할머니들께 안마를 해드렸다. 보라색 바지를 입으신 할머니께서 나에게 안마를 하라고 시키셨다. 할머니의 어깨와 팔을 잡는 순간 내 손목보다 더 얇은 뼈와, 근육이 거의 없는 축 늘어진 살들이 만져졌다. 그 순간, 나는 엄마가 생각났다. ‘엄마께서는 나를 위해 하루 종일 집안일을 하시고, 내가 학교에 갈 때부터 집에 올 때까지 힘들게 기다려 주시는데 정작 나는 여태까지 엄마를 위해 무엇을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 30분 동안 할머니께 정성껏 안마를 해 드렸는데 시원하다고 칭찬을 끊임없이 해주셨다. 마침내 내가 사랑방을 나가려고 했을 때, 할머니께서 “있다가 또 오거라... 응?” 이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이 말을 듣는 순간 할머니의 슬픔과 그리움을 모두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청소를 한 번 더 한 후, 다시 사랑방에 가서 안마를 해 드리기로 했다. 나는 사랑방에 들어가자마자 보라색 바지를 입으신 할머니를 찾아보았지만 계시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다른 할머니를 안마해 드리기로 한 후에 안마를 하기 시작했다. 안마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나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이제 여기서 사는 것도 싫어. 맨날 잔소리만 하구 말이야. 여기에서 사느니 차라리 죽어버리는 게 훨씬 나아...”. 나는 이 말을 듣고 정말 가슴이 아팠다. ‘가족도 없이 외롭게 하루하루를 보내시는 할머니께서 얼마나 마음의 고통이 심하시면 그런 말까지 하실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보라색 바지를 입으신 할머니께서 돌아오셨다. 손에는 맛있는 쌀강정을 한 봉지 쥐고 계셨다. 나는 ‘할머니께서 배고프신가보다... 괜히 방해하지 말고 그냥 가만히 앉아있자...’ 라는 생각을 하고 조용히 앉아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할머니께서 나를 부르시더니, “아까는 정말 고마웠어~...” 라고 하시며 쌀강정 3개를 건네주셨다. 그 때, 나는 할머니께 너무 감사하고 감동받아서 절이라도 하고 싶었다. 어느 새 집합시간이 다 되어서 할머니들께 인사를 드리고 엘리베이터에 탔을 때, 그 짧은 시간에 정이 들었는지, 헤어지기가 싫고 아쉬웠다. 밖으로 나와서 버스에 탈 때에는 주체할 수 없는 행복감이 내 마음 깊숙한 곳 어딘가에서 끊임없이 올라왔다. 세상의 모든 보물을 주고도 바꿀 수 없는 그런 행복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