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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소설

제목 나비가 되어
글쓴이 최자인
눈을 떠보니 그곳은 병실이었습니다.
몸이 너무나도 가벼워서 마치 천사가 된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래서 울음소리가 나길래 보니 저희 부모님이 울고 계셨습니다.
저는 창백한 얼굴을 하고서 고요히 잠자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저의 손을 잡으시며 저의 이름을 수백 번이나 불렀습니다. 옆에 계시던 아빠는 허공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하셨습니다. 허공에 제 얼굴이라도 보이는 걸까요.
저는 창문을 통해 병실을 빠져나와 하늘을 날았습니다. 하늘이 이렇게나 가까운 존재로 느껴진 적은 처음일 것입니다. 그 곳엔 여러가지의 새들이 무리지어 날아다녔습니다. 나는 어떤 날개를 가지고 있을지 궁금해 주변에 거울이 있는지 둘러보았습니다.
거울을 찾는 도중 옆동네 펭귄공원에 예쁘게 피어있는 들꽃들이 절 불렀습니다.
" 얘, 너는 무슨 나비니? 처음 보는 나비구나. "
그렇습니다. 저는 나비였던 것입니다.
" 제가, 제가 나비로 보이나요? 그렇구나... 나비였구나."
그러자 일제히 들꽃들은 너도나도 배꼽 빠질세랴 크게 웃었습니다.
" 넌 너가 누군지도 몰랐니? 정말로 특이한 나비구나. 재밌어, 재밌어. "
" 난 저 나비가 마음에 들어. 내가 더 큰 꽃이였다면 저 아이에게 내 꿀을 맘껏 주고싶을 정도야. "
들꽃들이 수다를 떠는 도중 한 들꽃이 저에게 말했습니다.
" 너는 어디를 가고 있는거니? "
" 잘 모르겠어요. 그냥 깨어나보니 나비가 되어버려 정처없이 하늘을 날고 있는 중이에요. "
" 그럼 잘 됬구나, 우리들이랑 같이 놀다 가지 않을래? 심심하던 참이였어. "
그렇게 나비인 나는 들꽃들과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바람이 조금씩 불무렵 들꽃들은 나에게 인사를 건네고 저는 다시 하늘을 향해 날아갔습니다.
한참 하늘의 냄새를 맡을 무렵 또 누군가가 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 어이, 거기 나비. 그렇게 높게 날아다니면 위험하다고. 너 새도 아니잖아. "
그 녀석은 멋지고 날렵하게 생긴 날개를 가지고 있는 까치였습니다.
" 그치만 하늘의 냄새가 맡기 좋은걸. "
" 됬고 내가 나는 거나 잘 봐. 멋진 거 보여줄테니까. "
까치는 날개 끝을 뾰족하게 만들어 날렵하게 날았습니다. 정말이지 티끌 한 점 없는 그 검은색 털이 멋졌습니다. 마치 어둠의 왕자 같았습니다. 가슴속에선 두근두근 거렸고 눈에선 빛이 반짝반짝 거리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까치는 정말로 멋졌습니다.
한참동안 제 주위를 날다가 지쳤는지 저에게 다시 다가오곤 말을 걸었습니다.
" 어때, 죽이지? 나는 건 이렇게 난다는거야. 난 이만 부모님한테 가봐야 되서 잘 가-! "
까치는 저 멀리 날아 사라져버렸고 저는 다시 혼자가 되었습니다.
저의 부모님은 아직도 병실에서 저를 붙잡은채 울고 있을지 생각했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눈 앞엔 저와 비슷한 나비들이 예쁜 꽃들 주변에서 날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친구가 되고 싶단 생각에 먼저 다가갔더니 그 나비들은 저를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 안녕! 새로운 나비구나. 반가워. 이 옆에 있는 나비가 내 오빠야. 난 여동생이고. "
" 너 우리들이랑 날개 무늬가 꽤 비슷하구나. 왠지 남매 같단 생각이 들지않아? 하하하! "
그러고보니 그들과 저는 날개 무늬가 굉장히 비슷했습니다. 정말로 남매 같아 보였습니다. 남매처럼 보이는 우리는 꽃들 주변에서 날아다니다가 배고플때면 꽃의 꿀을 빨아먹었습니다. 다같이 먹는거라 그런지 더 맛있었습니다. 가족끼리 식사한다는 기분이 묘하게 들어 재밌었습니다.
하늘이 붉게 타들때쯤 나비들도 갈 준비를 하였습니다.
" 우린 어두워지기전에 집에 가봐야 해. 부모님이 기다리고 계시거든. 너는 ? "
"나? 난.... 잘.... 모르겠어.... "
" 그렇구나. 다음에 다시 또 만났으면 좋겠어. "
" 아니, 분명히 만날꺼야. 난 알아. "
" 그게 무슨 소리야, 오빠? 다시 만난다니? "
" 우린 남매잖아? 만날 수 있을거야. 그렇게 믿어. "
그리고 전 어두운 밤에 또 혼자가 되어버렸습니다.
밤이 되니 아무도 말을 걸어 줄 친구가 없었습니다.
들꽃들도, 까치도, 나비들도 어디갔는지 도통 보이지 않습니다.
" 아아... 혼자가 되니 너무 슬퍼. 나랑 같이 놀아줄 친구는 없는걸까? "
" 부엉부엉. "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그것은 부엉이 울음소리 였습니다.
" 거기 누구 있어요? 만약 되신다면 저랑 같이 놀지 않으시겠어요? 너무나도 외로워요. "
그러자 부엉이는 멋지게 날개짓을 하며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 왜 혼자 있는거니? "
" 눈을 떠 보니 나비가 되있었어요. 전 인제 갈 곳이 없어요. 외로워요. "
부엉이는 저의 쓸쓸한 눈빛을 보곤 큰 깃털로 저를 감싸주었습니다.
" 많이 힘들었구나. 그치만 어땠어? "
" 네? "
" 해가 지기 전까지 친구들을 만나서 놀지 않았니? "
" 네, 같이 만나서 놀았어요. 정말로 좋은 친구들이였어요. "
" 그렇구나. 상냥한 친구들이겠는걸. 또 만나고 싶니? "
어느새 눈물이 나왔습니다.
" 네... 만나고 싶어요... 하지만... 만날 수 있을까요? 어디론가 가버렸을진 않았을까요? "
눈물이 자꾸 앞을 가렸습니다. 너무나도 슬퍼서 눈물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혹시 모릅니다. 제가 싫어서 친구들은 어디론가 떠났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저를 좋아할 친구는 아마도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을겁니다. 왜냐하면 제 자신이 정말로 싫기 때문입니다.
" 다시 만나고 싶으면 만나면 돼. 다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웃고 같이 살아가는 거야. 널 싫어하는 친구들은 없어. 모두들 널 좋아하고 있어. 그 친구들도 다시 널 만나고 싶어해. 그럼 너 자신도 분명히 좋아질거야. 내 말을 믿어보렴. "
" 다시... 만나고 싶어... 다시... 꼭.... "
한참동안 부엉이는 보름달을 보더니 저를 날개로 꼭 안았습니다.
눈물이 앞을 가려 부엉이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습니다.
" 부엉이님.. 부엉이님... 아무것도 안보여요... "
다시 부엉이의 얼굴을 보려고 하자 흐릿하게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 사람은 누구인걸까요. 따뜻하게 절 꼭 안아주더니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전 잠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부엉이는 어디로 간걸까요.
그 사람은 누구인 걸까요.
친구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 괜찮아. 난 사라지지 않아. "



" 생님... 선생님..! "
" 서윤아. 서윤아! 내 말 들리니? 서윤아! "
" 선생님! 환자의 맥박이 다시 뛰기 시작합니다. 혈압도 정상수치로 되돌아오고 있습니다!"
" 엄마...? 아빠....? "
" 서윤아! "


이곳은 제가 잘 알고 있는 곳입니다.


" 언니! 나 보여? 나 서연이야! "
" 서윤아. 오빠가 잘못했어... 오빠가...흑.... "


온 벽이 눈부시듯이 하얘 마치 천국에 온 것 같은 이 곳.



" 서윤아! 일어나! 서윤아! "
" 내 말 들려, 서윤아? 나랑 보미랑 네 남친도 왔어. 설현이도 왔다구! "



" 친구들을... 다시....만나게 됬어....기뻐..... "



눈을 떠보니 그곳은 병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