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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소설

제목 저는 작가가 될 수 없습니다 1
글쓴이 정유진
그리 햇살이 쨍쨍하지도, 구름이 짙게 내려앉지도 않아 덥거나 추운, 눈부시거나 어둡지도 않은 그런 평범한 날 이였다. 무서울 정도로 평화롭고 어제와 달라진 것 없이 흘러갈 듯- 김씨는 출근길 거대한 인파속에서 씨름하고 있었다. 겨우 낑낑거리며 몸을 비집고 앞으로 헤어나가야만 제 시간에 회사에 출근할 수 있으리라. 김씨는 회사에 지각하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요리조리 사람들을 피해가며 바쁘게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것은 필히 들어온 지 몇 달 채 되지 않은 신입사원의 신분으로써 제 시간에, 아니 보다 일찍 도착하여 상사의 눈에 잘 비춰지기 위함이었다. 저 멀리 횡단보도 앞 사람들이 꽤 몰려있는 것을 보아 곧 신호가 초록불로 바뀔 것이다. 김씨는 빠르게 걷다 못해 종종걸음으로 뛰어가며 신호등 앞 인파에 섞여 들어갔다. 신호가 아직 빨간불임을 확인한 김씨는 잠시 숨을 골랐다. 건너편에 있는 그는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한 사람을 보았다. 검은색 자켓과 파랑색 청바지를 입은 그 사람은 김씨와 신호등을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의 옷차림과는 조금 달랐다. 약간 까만 피부에 40대 초중반의 외모를 가지고 있는 그 사람은 눈매가 선함에도 불구하고 입꼬리가 쳐져 있어 지쳐보였고 그 눈빛은 무언가 슬픈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김씨는 그 사람의 목에 걸려있는 무언가를 보기 위해 눈을 찌푸렸다. 그것에는 아주 큰 글씨로 “저는 작가가 될 수 없습니다.”라는 문장이 매직펜으로 서툴게 쓰여 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는 남자와 달리 환하게 웃고 있는 한 여자아이의 사진이 있었다. 사진 밑에 쓰여진 석자의 이름, ‘이’, ‘유’, ‘정’. 김씨는 헥헥거리던 숨을 멈췄다. ‘이유정’, 이 이름은 김씨에게 그렇게 낯선 이름은 아니였기 때문이다.


“김선생님. 이따 1시쯤에 하나 잡혀 있는거 아시죠?”
수간호사가 김씨에게 지나가면서 한마디를 건넸다.
“아.. 예... 뭐..”
“오늘 처음으로 수술 집도 하는 거라면서요? 파이팅 하세요!”


옆에 있던 수술실 간호사 한명이 김씨에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이들은 김씨의 첫 번째 수술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기를 기원하기 위해 한 말 이였지만, 김씨의 마음은 천근만근 더 무거워 졌다. 김씨는 도망쳐 볼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그러기에는 옆에서 응원해주는 친구들, 가족들, 그리고 병원 식구들이 자신에게 매우 큰 기대를 하고 있다는 것을 무시할 수 없었다.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김씨의 손에는 식은땀이 흘렀고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해져 갔다. 시계바늘은 멈출 줄을 모르고 돌아갔고 그만큼 자신의 첫 번째 수술 집도도 가까워지고 있었다.


“선생님, 환자 들어왔으니까 가서 보호자 분께 서명 받고 오세요.”


마취과 선생이 김씨의 어깨를 툭 치며 바쁘게 걸어갔다. 환자의 보호자 에게 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수술실 문만 열고 나가면 보호자 대기실이지만 김씨는 문 앞에서 한참을 서있었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지금이라면 나가도 말이 나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김씨는 문을 조심스레 천천히 열었지만, 환자의 보호자는 김씨의 얼굴을 보자마자 의자에서 일어나 김씨에게 달려와 두 손을 꼭 잡았다.


“의사선생님. 우리 유정이 잘 부탁드립니다.”
“네. 그... 보호자 서명 서류가 있는데 이걸 싸인을 해야 저희가 수술을 할 수 있거든요.”
김씨는 애써 태연한척 서류를 건넸다. 그냥 빨리 이 순간이 끝나기를 김씨는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
“선생님, 그런데 이게 뭡니까?”
“네? 아, 이건... 그.. 환자분이 못 깨어나시거나 잘못될 때 저희는 책임을 지지 않겠다 라는..”
“네? 그러면 제 딸이 잘못되면 어떡합니까?”
“물론, 저희는 최선을 다하겠지만 만약을 위해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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