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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소설

제목 케이티의 전쟁-1
글쓴이 최효서
"헉헉."
케이티는 오늘도 달린다. 3015년에 살고있는 14살 케이티는 대역죄로 몰려 세상과의 전쟁을 피해 달린다. 3015년에는 사람들의 낭비로 인해 자원의 거의 고갈되었으며, 케이티의 아빠인 스티브는 자연을 이용해 자원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자연을 파괴할까봐 그걸 공개하지않았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 스티브 박사와 가족을 대역죄인으로 몰아
케이티의 엄마와 아빠를 체포하여 감방에 넣어버렸다. 간신히 탈출한 케이티는 전쟁을 한다. 14살 어린아이와 세상 사람들이 하는 불공평한 전쟁을.
깜깜한 밤, 케이티는 하수구 구멍 밑으로 숨었다. 자원 고갈 때문에 조명도 제대로 켜지 못하는 밤은 케이티가 유일하게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횃불을 들고 쫓아왔다. 케이티가 숨어있는 하수구 구멍을 쿡쿡 찌르면서 사람들은,
"설마 그 꼬맹이가 여기 숨진 않았겠지."
"그 더러운 집의 자식이라면 자기한테 어울리는 하수구에 들어갔을지도. 크크크"
케이티는 하마터면 거기서 뛰쳐나올뻔 했다. 케이티는 죄가 벗겨지는 날 이 사람들을 가만안둬야지 하고 다짐했다. 그러나 다짐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 사람들이 나뭇가지로 쿡쿡 찌르다가 뚜껑을 열어 손을 집어넣어 더듬기 시작했다. '아, 이제 죽는건가.' 하고 생각했는데 한 사람이 케이티의 옷자락을 잡아채며 "잡았다! 내가 잡았다고!!"하고 말했다. 그 순간 케이티는 편해지기까지 했다. 사람들이 횃불을 비추자 여기저기서 야유가 날아왔다.
"뭐야. 쓰레기 봉투잖아!" "큰 소리치더니 허탕만 쳤군." 그 사람은 실제로 케이티의 옷을 잡았다. 하지만 너무 흥분한 탓에 사람들은 케이티의 옷조각을 쓰레기 봉투로 본 것이다.
갑자기 케이티의 몸이 얼어붙었다.
'혹시 함정이 아닐까? 맞아. 그 남자의 손이 분명히 내 몸에 닿았어. 아마 몇 미터 떨어진 어둠 속에서 내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을거야.'
그 남자는 케이티를 잡아 감자처럼 으깨버릴 수도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두려움이 케이티의 목구멍에서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주 작은 소리에도 귀를 바짝 세웠다. 그러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얼마 후 케이티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별이 총총한 밤하늘이 수많은 눈을 통해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친구처럼 느껴졌다. 자기 발 밑으로 흘러가는 물의 따뜻함도 느겨졌다.
케이티는 살아있었다. 케이티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그 냄새, 수많은 별에 천천히 빠져들었다. 케이티는 눈을 감았다. 두려움도, 사람들의 광기와 분노도 잊어버렸다. 자신이 사람들의 사냥감이 되었다는 사실과 그녀를 잡으려는 사람들이 수만 수천명이나 된다는 사실도 잊어버렸다.
모든 것을 잊어버리자. 떨림도, 외로움도, 억울하다는 생각도. 그리고 며칠 전부터 끊임없이 머릿속에 파고드는 '왜' 라는 질문도, 모든 것을 잊자. 지금은 그저 따뜻함과 잠이라는 부드러운 생각에 자신을 맡겼다.
그리고 케이티는 꿈속에 오직 한 사람의 얼굴만 들어오도록 허락했다. 케이티의 꿈속에 들어온 얼굴. 데이브.
케이티는 온종일 못 견디게 지루해도, 데이브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 힘든 일이었다. 데이브는 하얀 셔츠와 초록색 바지를 입고 그녀의 기억 속을 마구 헤집고 돌아다녔다. 데이브는 케이티의 머릿속에 하늘보다 더 선명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케이티는 어릴 때 데이브를 알게 되었다. 데이브의 이야기를 하려면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토비네 가족이 상류층 지역을 떠나 빈민촌으로 이사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그해 9월의 어느 날 아침.
상류층 지역의 주민들이 아직 자고 있는 시간에, 케이티는 부모님과 함께 빈민촌으로 떠났다. 케이티 가족은 꼭 필요한 짐들을 챙겨서, 짜증 많은 두 명의 짐꾼과 함께 빈민촌으로 갔다. 사실 짐꾼이 필요하진 않았다. 짐꾼들은 그들이 빈민촌에 정착하는 것을 감시하기 위해 동행했다. 스티브 박사는 그즈음 세계에서 유명한 학자였다. 그는 지구에 관한 비밀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지구에 관한 훌륭한 발견은 그를 통해 많이 이루어졌기에, 스티브는 거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뛰어난 지식은 사실 스티브라는 존재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그를 빛나게 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별처럼 빛나는 영혼이었다.
스티브는 착하고 관대하고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아마 코미디언을 했더라도 크게 성공했을 것이다. 그는 사람들을 웃기려고 노력하진 않았지만 그가 가진 빛나는 독창성과 기발한 상상력은 주변 사람들을 늘 유쾌하게 만들었다. 때때로 그는 학자위원회 총회에서 점심을 먹고 한참 졸릴 시간이 되면, 서슴없이 트렁크에서 파란 잠옷을 꺼내 갈아입은 후 낮잠을 자곤 했다. 잠의 두뇌활동의 묘약이라고 말하면서. 그러면 회의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은 그가 잘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낮춰 소곤소곤 이야기했다.
케이티 레널드 가족은 여러 날 동안 빈민촌을 향해 걸어갔다. 며칠 동안의 긴 여행 끝에 그들은 해가 질 무렵, 사람들의 손이 전혀 닿지 않은 원시의 땅 '플루'에 발을 들여놓았다. 사실 빈민촌이라고는 말을 하지만, 그들이 첫 주민이었다. 그곳에는 아주 가끔씩 가축 사육자들만 있었다. 하지만 이 곳의 풍경은 아주 강렬했다. 땅이 푹 패여 만들어진 작은 개울과 길들, 이상한 곤충들, 통로를 꽉 막은 채 바람에 날아가지 않고 남아있는 죽은 나무, 초록색 이끼 숲. 한마디로 이곳은 이상한 소음을 내는 정글이었다. 두 명의 짐꾼은 플루의 끝 어딘가에 케이티 가족을 떨어뜨려 놓았다. 스티브는 면직을 당하고, 추방 선고를 받고 쫓겨난 참이었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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