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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소설

제목 망상 속의 진실 [외전]
글쓴이 최자인
이 아이를 안 지 얼마나 됬을까. 소문은 예전부터 자자했다.

"윤아야, 너 그 소문 들었어?"
"무슨 소문?"
" 7반에 전학온 여학생이 있는데 보통 애가 아닌가봐. 친구들 말로는 고등학생 주제에 중2병이라나? 자기 망상 속에서 혼자 노는 그런 애 같데."
"에-... 고등학생 주제에 중 2병이라니..."
호기심이 갔다. 그리고 동정심이 또다시 갔다. 나도 중학생 때 미칠듯한 반항기를 지내왔었던 적이 있기 때문에 그 아이의 심정, 조금은 이해갈지도.

그리고 고 2가 된 날, 우리 반에서 그 아이를 봤다.
검고 윤기가 흐르는 머리에 왼쪽 눈을 반쯤 가린 앞머리. 키는 나보다 작고 아담한 그녀.
제정신만 차린다면 저 미모에 안 넘어갈 남자애는 없을 정도로 이쁠 것 같다는 생각이 바로 든다. 중 2병이 사람을 완전 망치는군. 그것도 제대로.

나의 동족 처럼 느껴지는 그 아이를 한 달 동안 관찰하였다.
혼자서 중얼중얼 거리고 눈을 다소곳이 감는다던지. 중간중간에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던지. 눈동자에 초점없이 한 곳을 빤히 쳐다본다던지. 여러가지로 난해했다.

하루는 이 아이가 혼자서 앉아 눈을 조용히 감는게 어찌나 맘에 거슬리던지 별로 남지도 않은 동정심을 죄다 사버렸다. 그 날 따라 더 슬퍼보였기에 어쩔 수 없었다.

가끔은 생각한다. 단지 중 2병에 걸린 애라면 동정심 따위 필요 없다. 그냥 저 애는 반항기가 늦게 왔다던가 아직까지도 겪는다던가 이런 문제라면 난 관심조차 주지 않는다. 하지만 저 애는 단순한 중 2병이 아닌 것 같다. 내가 어떻게 아냐고? 난 남다르게 중 2병 시절을 보내왔기에 자세히 관찰하다보면 느낌이 온다. 그래서 관찰결과, 내가 그 아이에게 느낀 것은....

'경연아, 언제까지 이럴꺼야 ..."
목이 잠시 막힌다. 감정이 복받쳤나.
"괜찮아, 윤아야. 걱정마! 난 정말로 괜찮은 걸 ..."
난 그 아이의 답변을 듣고 다시 앞으로 돌아본다.
어라, 잠시만.
저 아이가 저렇게 상냥하게 말할 줄 아는 아이였던가?
내가 눈치껏 신경을 써줘도 이때 까지 나에게 관심조차 안 줬다.
그러면 뭐지? 저 아이한테서 어떤 변화가 일어난거지?

내가 그 아이에게 느꼈던 것은 바로 이거다.
변화 하나하나가 작으면서도 큰 아이.
그래, 바로 어린 아이 같다.
난 그 아이에게 어린 아이의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단순한 중 2병이 아닌, 어린아이. 이 둘이의 차이점이 있을까? 물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정확히 집어낼 지는 못하겠다. 그냥 그 아이는.. 겉모습은 고등학생 일 지라도 내면은 소름돋도록 순수할 어린 아이. 나에게 그녀는 그런 아이이다.

난 그 아이의 말을 수업시간 내내 곱씹으며 결론을 내렸다.
저 아이에게서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이다.
아니, 어쩌면 벌써 일어났을 수 있다.
혹시나 그 변화가 나쁜 쪽이라면? 내가 도와줄 일은 없는 것인가?
여기서 나는 나 자신에게 조금 놀란 점이 있다면, 그 아이에게서 느껴진 동정심은 단순한 모성애 비슷한 감정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 거다.
도와줄 방법을 고민하고 고민해봐도 그 아이에게 도움이 될 만한 방법은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 아이의 변화는 그 아이만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것이니까.

가녀리고 소름끼치도록 순수한 그녀.
난 여태껏 했던 것처럼 계속 지켜보는 일 밖에 할 수 없는 걸까.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었다.
그러자 내 예상이 적중한 듯 그 아이는 갑자기 교단 앞으로 나가 큰 소리로 말하기 시작한다. 대충 다시 얘기해보자면 지구가 매일 마다 멸망하고 있는데 그걸 그 아이가 막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두다간 자신까지 어찌할 도리가 없을 것 같아 오늘 그 끝을 맺겠다는 거다. 그러니 우리보고 믿어달란다.

정말이지 소름끼치도록 순수하다.
아이들은 일제히 무시한 채 밥을 먹는다. 그래, 너네들은 그렇게 행동하는게 정상이야.
하지만 저 아이도 정상이 아닌 건 아냐. 자기 자신만의 세계에선 자기가 정의이자 정상이겠지.

그 때, 그가 뭐라뭐라 중얼대더니 가방을 매고 교실을 나가 빠르게 달리기 시작한다.
나도 달려가 무슨 일을 할 건지 묻고싶었지만 이미 그 아이가 사라지고 난 뒤였다.
단지 어린아이의 정의의 사도놀이라면 구지 말리지 않겠다만... 만일 하나 큰 일을 저지르게 된다면?

"끼이이이이이이이익------쾅 !"

그 아이에게 나쁜 변화가 일어난다면?

"어떡해 어떡해. 아이가 차에 치였어. 어떡해!"
"구급차를 불러요! 구급차 ! 119에 전화해주세요!"
'꺄악- 어떡해! 사람이 치였어!"
"어휴... 딱한 것...."

교실로 들어가 그 아이의 자리 위에 있는 종잇조각을 피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다시 교실을 나가 복도를 뛰기 시작한다.

"그 아이가 만약 ..... 죽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