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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소설

제목 환상 속의 진실 [외전]
글쓴이 최자인
그 여자를 알았을 땐 이미 일이 시작되고 난 후 였다.
궁금한 점을 얘기할 수 있다면, 나한테는 정말 말을 자주 건다는 점이다. 다른 아이들한테는 눈빛 하나 안 주면서 왜 나한테는 말을 거는 것일까? 이건 남자가 봐도 뻔하다.
날 좋아하는 이유 빼곤 달리 무슨 이유가 있겠는가.
솔직히 얘기하자면 걘 꾸미는 데 눈을 뜨기만 한다면야 나름 이쁘장하게 생길 것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면에 눈꼽만큼이나 관심을 안 보이는지 우중충하게 다녀서 보는 사람 까지 우울하게 만든다. 그래서 요약하자면,


난 걔가 싫다.


"도혁아, 안녕-!"
아침부터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나한테 인사를 한다. 정말 질리지도 않나보다.
"어, 그래 - "
그리곤 친구들과 축구공을 챙기고 축구를 하러 교실을 나갔다.


교실을 나가자 앞문으로 들어가는 윤아가 보인다.
수수하게 이쁘면서 공부까지 잘하는 아이다. 이런, 벌써 걜 좋아하는게 들통나버렸나?
참고로 내 계획을 얘기하자면 지금부터 슬슬 윤아한테 작업을 걸고 고백을 할 예정이다.
난 자고로 여자를 다루는 기술이 뛰어나기에 조금만 신경쓰면 여자들은 바로 나한테 껌뻑 넘어오게 되있다.


아무튼 오늘 하루도 평범하게 보내던 도중 작은 사건이 점심시간 때 터져버렸다.
아니지, 큰 사건인가?
유경연은 아니나 다를까 또 자기만의 환상에 사로 잡혀 이번엔 파워레인저 놀이를 하는가보다. 갑자기 교단 앞에 나가 지구가 멸망하니 내가 지킨다니 어쩌니 하며 가방을 챙기고 바로 교실을 뛰쳐나가버렸다.
참, 가방 챙길 정신은 아직 있나보다. 저런 녀석한텐 절대로 지구를 맡길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태평하게 밥을 다시 먹고 오후 수업을 하자 학교에 신고가 들어왔다.
"교장선생님, 저희 반 경연이가 교통사고를 당한 게 사실인가요? 지금 그 아인 어디에 있죠?"
"진정하세요, 차 선생님. 길을 건너다 신호등을 제대로 못 보고 뛰어들어간 것 같습니다.
차와 정면으로 충돌하지는 않아 큰 부상은 입지 않았지만 당분간 병원에서 치료는 받아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잘 말해주시고 당분간 세심한 지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선생님은 반에 다시 들어오시곤 패닉에 빠진 얼굴을 하고서 아이들에게 소식을 전하였다.
곧이어 아이들은 웅성웅성 거리기 시작하고 난 주고받는 언어들 속에서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을 뿐이였다.


어쨋든 간에 당분간은 학교에 마주칠 일은 없을 것이다.
이 타이밍을 이용해서 윤아한테 작업을 걸어야되겠다.
뭐? 너무 잔인한 것 같다고?
애초에 나를 따라다니던 건 그 녀석이고, 오로지 일방적으로 나를 좋아하는 거지 나는 걜 좋아하지 않는다.

앞써 말했다 싶이 난 윤아를 좋아한다.


시간이 흐르고-
오늘은 정확히 걔가 학교에 나오지 않은지 두 달째 되는 날이다.
나는 요즘 윤아와 썸을 타며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가끔 커피를 사들고 얘기를 나누면 걘 유경연이 걱정되는지 유경연 얘기 밖에 없다.
걔한테 그렇게까지 신경 쓰는 이유를 모르겠지만 가식을 떨며 나도 걱정하는 듯한 표정을 매일 짓는다.


방과 후,아무 생각없이 축구를 한바탕 하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모르는 전화번호로 휴대폰에 전화가 걸려왔다.
지금 생각하면 어쩐지 소름이 끼친다.
내 번호를 어떻게 알아냈는지,
왜 나한테 전화를 했는지,
왜 나한테 그런 질문을 했는지,


나는 전화를 받았고, 곧바로 휴대폰을 떨어트렸다.
맨 처음 들었던 그 한 마디는,


"왜 아직까지 죽지않은거야?"


전화를 건 사람은,
유경연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