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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소설

제목 그늘 속, 단 한 송이의 안개꽃
글쓴이 안혜진
안녕하세요. 저의 동생의 이름은 혜라라고합니다. 안개꽃을 좋아하시는 어머니께서 Gypsophila에서 따와 지으신 이름입니다. 저는 말도 못하고 보지도 못합니다. 그게 애가탑니다. 정말 너무 슬픕니다. 이따금씩 언니의 옷가락을 붙잡고서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로 소리를 내려고 하면 마치 물고기처럼 입만 뻐금뻐금 댑니다. 저도 저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가능할까요? 학교도 특수학교를 다닌다고 들었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으니 뭐가 어떤지 알 수 없어 자꾸 다쳐오는 탓에 어머니는 그냥 저를 집에서 키우기로 하셨습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저는, 다치는 것도 보지 못하는 것도 다 괜찮습니다. 하지만 부모님께서 한숨을 푹푹 내쉬실때마다 저의 가슴은 바닥에 떨어집니다. 무엇이 그토록 부모님을 힘들게 하는 걸까요. 네, 저는 저라고 생각합니다. 말도 못하고 보지도 못해서 어디 내보내기도 불안하고 병원에만 두자니 병원비에, 돌봐주지도 못하시고, 그래서 저는 혹여나 저를 싫어하시지는 않을까하는 걱정에 종이에 그냥 펜으로 이리저리 그어봅니다. 언니가 힘들게 하나하나 가르쳐준 글씨를 저의 옆에 늘 놓여있는 스케치북에 한자한자 적어내립니다.


'엄마, 혹시 저 때문에 힘드세요?'


그러면 엄마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저를 쓰다듬으며 아니라고 대답하십니다.
이제는 언니에게도 미안해집니다. 친구들을 집에 대려와서 같이 공부를 하려고해도 저를 보고 친구들이 놀리며 도망을 칩니다. 그러면 11살 언니에게는 적잖은 충격이겠지요. 저보다 네 살이 많은 언니는 늘 저부터 챙겼습니다. 먹을 때도, 가족끼리 산책을 갈 때도, 심지어는 언니가 아플 때에도 늘 저를 챙겼습니다. 덕분에 수저도 잡고, 글도 쓰고 이제는 우리 개 상상이하고도 친해졌습니다. 그렇게 친구들이 가도 언니는 늘 나 때문이 아니라고 저를 안심시켰습니다. 하지만요, 나는요, 아니라면서도 쓸쓸한 표정일 우리 가족들이 눈에 선합니다. 저에게만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것같은 말투도 듣습니다. 부모님은, 한시라도 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쉬고 싶으실겁니다. 언니는요, 제 또래들을 집에 데려와서 놀고 떠들고 싶을 겁니다. 또, 언니는요, 부모님은요, 6살 어린나이인 저에게 친구들을, 눈을, 목을 주시고 싶을겁니다.


그래서, 저는요. 힘든 결정을 했습니다. 이 난간 위에서 앞이 보이지 않아 무섭지도 않은 이 난간에서, 아무도 없는 지금 뛰어내리려고합니다. 미안해요. 우리 가족들. 하지만요. 슬퍼하지 말아줘요. 나는 꽃이니까. 저기 저 아래 나무 중 하나에, 언니가 자주 나를 데리고 나가서 앉아있던 나무 그늘에 살포시 피어서 있을테니까. 꽃 잊지말아줘요. 안녕. 그리고 사랑해요.


2003년 08월 07일, 나의 동생 혜라가 삐뚤삐뚤하고 익숙치않은 글씨로 스케치북에 남기고 간, 마지막 인사. 그리고 영원히 간직할 나의 소중한 보물. 행복해야 해. 언니가 나중에 한 송이의 백일초가 되어서 너의 곁에 있을테니까. 너는 먼저 안개꽃이 되어서 행복하게 있어. 미처 눈을 뜨지 못한, 나의 예쁜 동생 혜라야.


안개꽃의 꽃말 - 맑은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