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마당 > 글쓰기마당 > 동화/소설

동화/소설

제목 독서실 힐링 캠프-3
글쓴이 이담비
5.
"아오, 진짜. 가채점 돌려봤는데 망했다.... 하 진짜..." 세영이였다.
"이제 끝이 아니라고 했잖아.. 그리고 가채점은 등급컷 아직까지 누구도 모르는 거야."
"하... 그래도 저는 영어 6등급에서 오를 생각을 안 해요, 아오.. 수학을 포기해서 국영탐 전형 가려고 했더니."
"하.. 힘들겠구나. 영어 왜 배우나 싶지?"
"네, 아오..."
"그치, 우리말도 아닌데 말이야."
"그러니까요."
"나도 너 마음 이해가는게, 나도 영어랑 수학은 완전 보기도 싫었고, 풀어봤자 모르는 문제고. 듣기만 조금 알아먹고 다른 거는 아예... 그랬지.. 하하."
"하... 듣기라도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주... 그냥.."
"세영이 너는 조금 있다가 이야기 해 보자. 애들 출석체크 해 줘야 해서.나 여기 알바라서..잠시만."
나는 명단에 있는 학생들 중, 오늘 독서실을 찾은 학생들의 어머니께 출석 여부 문자를 보내드렸다.
"세영아, 일단, 영어는 말이지.. 나도 고3 여름방학 때 까지 아오.. 생각만 해도 힘들었어.
전에 민경이한테도 물어봤는데, 너는 꿈이 있어?"
"꿈요? 그거는 아직 세상물정 모르는 순수한 초등학생들만 있는 거 아닐까요.. 퓨.."
"뭔 소리야, 너도 꿈이 있을 거 아니야."
"없다니깐요. 아휴.. 그런 거 있어봤자예요. 지금 상황은. 진로교육 하는 것도 애들 날라리들 아니면 참여 안하는 식인데.. 뭘.."
"그래, 휴.. 세영아, 힘들지?"
"아오, 언니. 언니마저 이러실 거예요? 진짜.. 저 같은 애 꿈 있어봤자예요. 현실성도 없고 그런 거 고3한테 안 통해요."
"아냐.. 전혀 그렇지 않아.. 그런 식으로 생각하려 들지 마."
"언니, 저는 지금 여기 있는 애들보다 하나도 못 할 거예요. 쓸데없이 경쟁하게 되는데, 저도 완전 미쳐버릴 거 같아요.. 그런데 언니마저 왜들 그러세요?"
"하..." 나는 남몰래 긴 한숨을 내쉬었다.




6.
세영이의 출석상황을 세영이 부모님께 전달해 드린 후, 나는 잠시동안 책을 읽기 위해 바로 옆에 있는 책 수납장으로 향했다. 바로 그 순간, 세영이가 나를 불렀다.
"언니, 방금 알바라고 막 대해서 죄송해요... 제가 잠시...."
"아,.. 아니야. 힘들어 보이길래 물어봤는데... 나는 돈 벌려고 이거 하는 거 아니야."
"하... 돈..."
"휴.. 세영아, 힘내자. 힘!"
"하.... 엉엉...엉...엉..."
"세영아, 왜 울어.."
"저에게는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아요. 흑....흑....."
"야, 최세영.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네.... 흑... 흑..."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이렇게 공부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희망인데? 생각해 봐, 목숨이 간신히 붙어있는 사람들도 많고, 공부를 어릴 적에 못 해서 한 맺히신 분들도 있으시고 한데. 감사한 줄 알아라."
"하... 흑...흑... 수학도.. 영어도... 다 못하면 대학 못간대요... 아....흑... 대학 못가면 내 인생 버릴 거 같아서...."
"세영아, 대학 못간다고 인생 버리는 거 아니거니와, 지금 시간은 충분히 남았어."
"위로잖아요, 6모도 끝났는데..."
"아니? 전혀. 난 위로같은거 안하는 시크한 여자야."
"하하."
"등급 좀 안 나온다고 해서 인생 망하는 거 없어. 그.. 내 옛날 친구중에 반 꼴찌인데, 운동은 완전 잘 하는 애가 있었어. 올림픽 한 번 뛸 기세였지. 그 애는 결국 지금 육상선수 될 준비하면서 잘 살고 있어. 세계적인 선수가 되고 싶어하는 중이지. 크크."
"하... 제가 특별히 잘 하는 거라도 있어야죠. 그 분은 운동이라도 됐지.."
"그러면, 오늘 있잖아. 오늘부로 너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뭔지만은 알아보자."
"우리 담임이 그럴 시간 있으면 공부하랬어요."
"세영아~ 말 좀 곱게 곱게 쓰면 더 좋아 보일 텐데."
"아오.. 네. 우리 담임선생님이 그럴 시간 있으면 공부하라셔요."
"물론 공부, 중요하지. 지금 내가 너 시간 뺏기 미안해서 그런데..."
"아..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