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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소설

제목 독서실 힐링 캠프-10
글쓴이 이담비
우리 셋이 고등학생을 위한 힐링캠프를 준비하는 동안, 학생들은 서서히 독서실로 오고 있었다.
"민영아, 오늘은 저기 첫번째 줄의 세 번째 자리로 가~,."
"수현아. 저기 네 번째 줄에 첫번째 자리 보이지? 그쪽으로."
"현지야, 입금 아직 안 했네.. 이번 주 안으로 부탁할게~."
"혜선아, 오늘부터 하는 구나."
학생들의 자리를 배정해주고, 명단을 확인하고, 출석체크를 마친 후, 잠시동안이나마 다시 쉴 수 있었다.
"저.. 저기.."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 전에 여기 신청했던 사람입니다. 그 때 민폐끼친거..."
"야, 최민혁!" 민영이였다.
"야, 여기 왜 왔어! 안 오겠다며." 소망이였다.
"공부하러 온 거 아니예요, 공부 관람하러 온 거지."
"공부를 관람한다니?"
"그래, 입금을 해야 올 수 있는 걸로 아는데?"
"입금같은 거 하지않는다고요. 내가 공부 관람하겠다는데 무슨 상관이야."
"최민혁, 공부하고 싶어서 그렇군." 여민이였다.
"아, 몰라요. 몰라. 우리 엄마가 오래요. 나한테 따지지 마."
-최민혁, 서울독서실 출석했습니다.-
"난 진짜 양심도 없지요, 아직 수능공부 손도 안댔는데."
"그래, 최민혁. 일단 들어와. 어영거리지 말고."
"출석 체크한 거 취소해."
"취소 못해. 이미 보냈어."
"내 마음인데 뭔 상관이예요."
"그래라. 그래. 민혁이 너는 다섯 번째 줄 첫번째 자리가서 공부해."
"공부 관람한다고요."
"관람하든지."
"아~,네! 사실 나는 여기서 양심없다고 인정하고 가려고 했는데."
"아니야, 새봄이한테 사과하고 얼른 가서 공부해."
"네, 그래요. 미안~합니다."
"내가 수능 책들 사올게.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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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혁아, 수능 책 사왔으니까 정신차리고 공부해!"
"알바가 뭐래요.. 아.. 진짜. 내 말을 들어주려는 사람은 왜 없는 거지요? 내 말 들어봐."
"응?"
"사실 내 가족은 가족같지가 않아요. 나는 지금 부모님이 없어갖고, 내가 다섯 살 때 죽었대요. 뭐, 삼촌 쪽에 얻어 사는데 그 괴로움 알기나 해? 진짜... 공부라는 것을 하고 싶지도 않고. 애들이랑 친하지도 않고."
민혁이는 알고보니 어려운 상황 가운데 있었다.
"하... 그렇구나. 민혁아, 힘내라는 말밖에 할 수 없어서 미안하다."
"그것도 삼촌은 나 고3이라고 대학 얘기밖에 안 하고. 전에 엄마있다고 한 거 다 뻥이예요. 삼촌도 백수라서 밥은 학교급식으로 끝내고. 할 게 이거밖에 없잖아. 근데 공부하라고 강요하는 거 얼마나 짜증나는지 알아요?"
"하... 그래, 미안해. 그래도 진짜 힘내봐. 그리고 일진무리에서 빨리 벗어나."
"알바마저 이럴 거예요? 나 살 수 있는데가 거기밖에 없는데, 거기 아니면 외로워서 죽을 거 같은데. 거기가 내 심장인데."
"민혁아, 내 말 좀 들어봐. 심장은 제대로 돌아가야 해. 심장이 고장나면 피가 멈춰서 못 살아, 너도 알다시피. 너에게는 그런 무리가 필요한 게 아니야. 벗어나, 그리고 공부해."
"하... 알바가 뭘 안다고."
"그래도 너가 삼촌 통해서 입금하고 신청한 거면, 너가 이 곳에서 최대한 집중해야지?"
"삼촌 몰래 빼내는 거예요. 돈 말이죠."
"그렇구나.. 너가 4개월 후에, 삼촌께 솔직하게 말씀드릴 수 있게, 당당해보게 공부해봐.진짜."
"삼촌은 공부하라면서 자기는 놀고먹어요."
"주변 사람에 휘둘리지 마. 제발."
"알바마저 이러니 내가 무슨... 난 그런 사람 아녜요, 오해 하지 마요."
"민혁아, 내 친구 중 하나가 있잖아. 고3때까지 매일 아프고 집도 잘 사는 거 아니였어.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너처럼 이모분한테 얻어살았어. 그 친구가 어느순간 정신을 차리더니, 공부해야겠다고. 그 애 지금 나랑 같은 학교야. 같이 선생님 되려고~."
"나는 안될껀데, 왜요."
"너라고 안되겠니. 일단 해 봐. 그럼 나는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