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마당 > 글나라우수작품 > 우수작품

우수작품

제목 사용자에게 답을 알아내는 실무자의 방법 '크리에이티브 R'
작성자 이유정 작성일 2019-11-30
작성일 2019-11-30

이 책은 창의적 능력을 키우는 방안을 체계적·실천적으로 다루었다.


최근에 주니어/직장인을 위한 UX디자인 프로세스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창의적인 생각을 '디자인'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면 우리 모두는 늘 비슷한 지점에서 같은 고민을 한다. 이론과 현실의 괴리, 그런데도 답을 구해야 하는 상황.

직장에서 이런 일들은 얼마나 흔한지! 그리고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으면서도 전혀 다른 관점과 생각으로 어려움을 돌파해내는 이들을 보면 절로 존경심이 들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체념도 조금 하는 것 같다. '나는 저 사람과 다르잖아' 이를 테면 책에 나온 이 예시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잠깐 생각해봐도 비용이 많이 들 것 같은데,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두 젊은이가 있다. 이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난 이렇게 생각한다. '비용이 저렇게 많이 드는 서비스인데, 돈은 어떻게 벌지? 그래서 저걸로 뭘 하겠다는거야?'

그런데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은 일단 서비스가 제공되면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게다가 제대로 시도된 적이 없다고 하는 것은 일단 사업이 시작되고 성공하기만 한다면 시장에서 1위 사업자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크리에이티브 R, p10

나와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 이 사람은 디자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발로 뛰었을까?

특히 사용자 조사를 어떤 방식으로 해냈는지 알려주는 실무자의 책이다.


생각해보면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모든 방법을 숙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문제를 해결하고, 또 누군가는 더 나은 해답을 연이어 제시한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나는 그 출발점이 결국 문제해결 방법을 고민하고 디자인하는 능력이라고 본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혁신과 발전은 '많이 아는 사람'보다는 '고민하고 새롭게 디자인하는 능력이 큰 사람'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크리에이티브R, p40



성공적 디자인 이노베이션의 조건

저자가 정의하는 혁신이란 '고객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깊은 이해를 통해 고객 삶의 질을 높이는 차별적 가치를 제공하는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일'이며 이를 위해 창의적인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을 다음의 4가지 크리에이티브 R 프로세스로 제안한다.


1. 고객과의 공감대 형성

2. 고객의 행동에서 혁신의 단서 모으기

3. 고객의 진짜 니즈 분석하기

4. 고객이 감동하는 혁신 만들기


여기까지는 뭐, 약간 뻔하디 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론은 중요하지만 누구나 말할 수 있다. 결과를 해석하는 것도 비교적 쉽다. 그런데 과정을 디자인하고 설명하는 건 어렵다. 하지만 저자가 '진짜 고객의 마음'을 알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아 나섰던 사례를 읽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인상 깊었던, 기억 할 만한 사례를 몇 개 기록해두고 UX 실무자는 어떤 방식으로 사고하면 좋을지 고민 되는 분들은 그 때마다 꺼내 읽어도 좋을 책!



고객에게 정답이 있지만, 정답을 어떻게 알아내면 좋을까?

가끔 답답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원하는 정답은 내 손에 없고 사용자에게 있는데, 사용자는 도통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불편한지' 모를 때가 많다. 심지어 나조차도 사용자이면서 이런 답답한 사용자다. 뭔가 지금 불편하지 않니? 내가 도와줄게! 아무리 외쳐도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뭐가 불편하다고요? 이번 업데이트도 정말 맘에 들었는데요?'하는 사람. (바로 저에요!)


저자가 말하듯 '내가 아는 상식은 이미 경쟁자도 알고 있다(p150)' 우리에게는 경쟁자를 이길 아주 미세한 차별점이 필요하다. 저자는 이를 위해 고객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알려준다.


'평범한 일상을 새롭게 보는 ' (p107)

'고객의 비이성적 행동에 집중하기'(p144)

'한번 '?'하고 물어보기'(p178)


그런데 이게 모두 개별적인 실무 경험 (내가 느끼기엔 지극히 UX기획분야)에서 서술되어 있어서 이해하기도 적용하기 너무 쉽다.


가장 와닿았고 한번 적용해보고 싶었던 부분은 아래와 같다.


디자인 이노베이터는 무심히 지나치던 일상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말로 하지 않는 이야기를 듣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p107)

흔히 의사소통 하면 구두로만 진행되는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람들은 포스처나 제스처 등의 비음성적 수단을 통해서도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나누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구두로 표현될 때의 니즈나 불편사항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다른 각도로 보면, 구두로 표현하는 것은 사람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말로 표현해서 남들이 알아주기를 원하는 것이다. 반면 자세나 행위로 표현되는 것은 견딜 만하거나, 또는 스스로 자구책을 찾아서 일정 부분 니즈가 충족된 것인 경우가 많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도 업무의 영역, 가사 노동의 현장에서 '견딜 만하다고 생각하는 부분' '자구책' 만드는 부분이 있었다. 나만 이런 불편을 느끼는게 아닐텐데? 최근에 카카오 개발자 컨퍼런스의 수업에서 '동료의 일을 도와주는 것부터 시작해보라' 내용이 떠올라서 지금 내가 나름대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노력했던 부분을 뜯어보고 체계화시키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시도해볼 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을 같다.



의사결정자에게도 '아하' 전달하라


고민은 계속되었다. 고정된 자리에 앉은 보고 받는 분은 의례히 수동적일 밖에 없고, 영화 같은 느낌으로는 전달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p239)

(중략)

물론 여기서 제시한 방법만이 최선은 아닐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중요한 것은 리서치 과정에서 깨달았던 '아하' 순간, 고객이 느끼는 감정을 보고에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p246)


부분은 어디에서나 적용할 있는 부분이고 직장인으로서 '이런 과감한 시도를 했다니?!'하며 간담을 쓸어내렸던 부분이기도 하다. 이렇게까지 강렬한 방법으로 하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보고서를 작성하는 안에서도 기획이나 제안이 읽는 사람에게 얼마나 생생히 전달될 고민해야 한다는 지점에서 인상적이었다. 조직원의 숙명...



당신이 하려는 혁신에는 빠진 것이 있다.


' 혁신을 하려 하는가?'

이노베이션의 목적은 신제품 생산이 아니라 고객의 불편 해결 (p188)

당신이 진정한 디자인 이노베이터가 되는 시점은 관련 학위를 받거나 회사 안에서 인정 받는 순간이 아니라, 당신이 만들어낸 혁신의 산물을 고객이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그들이 삶이 나아지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p334)

제품 판매 실적보다는 신제품 아이디어 숫자로 평가하라 (p298)


저자는 기업의 예시를 들었지만 '무엇인가 하고 싶어-!'라고 외치기에 바쁜 스스로에게도 'why?'를 가끔 물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사용자가 자신의 원하는 바를 잘 말하지 못하는 경우는 많지만, '행동'으로 말하는 것처럼. 나도 나를 관찰하면서 나는 왜 혁신을 하고 싶은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싶은지 점검해보는 시간도 필요하겠구나. 그렇게 점검을 하고 나면 수 많은 혁신가들이 있고 나보다 더 나은 사람들이 많은데도 '나는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서비스 디자인의 방법론을 설명한 책은 많지만, 이론을 풍부한 실무자의 경험과 엮어 설명한 건 많이 보지 못한 것 같다. 특히 국내 사례로. 뭔가 저지르고 싶을 때(!) 계속 참고하면 좋을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