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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작품

제목 다 똑같은 사람인데-'지붕 위의 꾸마라 아저씨'를 읽고-
작성자 김영우 작성일 2003-12-14
작성일 2003-12-14
책 속에는 참으로 대단한 것들이 들어 있는 것 같다. 내가 겪어보지 못했던 여러 가지 많은 경험도 할 수 있고, 내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배우게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우린 자꾸 책을 읽는 것이며, 때론 그 지식과 감동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서 이렇게 독후감을 써보기도 하는 것인가 보다.
내가 이 책을 처음 봤을 땐, 우선 제목이 특이해서 마음에 들었다. 지붕 위의 꾸마라 아저씨라니? 왠지 읽으면 푸근할 것 같았다. 게다가 책표지의 그림이 무척 행복해 보여서 더욱 좋았다. 그러나 책을 다 읽은 뒤엔, 이 책표지가 잘못 그려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그것은 현이를 비롯한 책 속의 어린이들이 '그렇게 되었으면'하고 바라는 꿈을, 그림작가 선생님이 대신 표현해주신 것 같았다.

이 책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를 다룬 동화집이다. 머나먼 이국 땅인 우리나라에 와서, 온갖 설움과 멸시를 당하며 일하는 불법체류자 및 외국인 노동자들의 생활을 고발한 글이다.
나는 연거푸 두 번을 읽었는데, 처음엔 외국인 노동자들이 불쌍해서 마음을 졸였고 나중엔 그들을 괴롭히는 어른들이 미워서 속이 상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럽고, 힘들고, 위험하다며 하기 싫어하는 3D-업종에서, 적은 임금을 받으면서도 열심히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인데, 그걸 고마워하지는 못할망정 그렇게 무시하고 괴롭히다니 말이다.
단지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로,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또는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우리와 똑같은 사람인 그들을 인간 이하 취급하다니...... 만약 자기들이 외국에 나가서 그런 대접을 받았다면, 아마 단 하루도 견디지 못하고 도망쳐 왔을지도 모른다.

전에 텔레비전에서 본 기억이 나는데, '때리지 마세요', '우리도 사람이에요', '사장님 월급 주세요' 같은 말이 외국인 노동자들의 한국어 교재에 실린 내용이라고 한다. 이 얼마나 부끄럽고 가슴 아픈 얘긴가?
나는 너무 속상하고 약이 올라서 씩씩거리다가, 그동안 나도 모르게 행해왔던 외국인에 대한 차별을 떠올리곤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왜냐하면 사실은 나도, 흑인보다는 백인이 더 똑똑하고 예쁘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가난한 아프리카의 흑인들보다는 유럽의 잘 사는 백인들이 훨씬 더 나아 보이지 않는가? 그런 걸 편견이라고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꾸만 그렇게 생각되니 나도 어쩔 수가 없다. 앞으론 절대 그러지 말아야 할 텐데......

나는 이 책의 뒷부분이 이렇게 이어졌으면 좋겠다. 스리랑카에서 온 꾸마라 아저씨는 병원에서 퇴원한 뒤에 병식이 형과 친해져서 둘이 힘을 합쳐 지붕을 고치고, 러시아에서 온 올가 누나는 비싼 상표가 달린 옷을 입지 않고 싸구려 옷을 걸쳐도 아무에게도 무시당하지 않게 되었으며, 타이에서 온 탁신 아저씨가 길가의 아이를 끌어안고 뽀뽀를 해도 전혀 그를 의심하거나 때리지 않고, 네팔에서 온 찬탄 아저씨를 친 노랑머리 운전사가 찾아와서 치료비도 물어주고 따뜻하게 대해준다는 이야기로 끝을 맺었으면 좋겠다.
특히, 올가 누나는 돈을 많이 벌어서 고향에 꼭 돌아갔으면 좋겠다. 올가 누나의 얘기는 우리 막내이모가 겪었던 일과 비슷하다. 예전에 우리 막내이모도 돈을 벌러 일본에 갔었는데, 돈을 벌기는커녕 사기를 당해서 엄청나게 고생만 하다가 간신히 돌아왔다고 한다. 지금도 막내이모는 일본 얘기만 나오면 이를 뿌득뿌득 간다.  
우리한테 고통과 멸시를 당했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기나라로 돌아가면, 과연 우리나라와 우리국민에 대해서 뭐라고 말할 것 같은가?

아직도 가난한 나라에서는, 우리와 똑같은 어린이들이 학교도 못 가고 막일을 하며 돈을 번다고 한다. 그러한 자식의 모습을 보는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그래서 그 부모들이 머나먼 이국 땅인 우리나라까지 일하러 온 것이다. 돈을 많이 벌어서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겠다는 희망을 품고 말이다.
이 세상엔 수많은 사람들이 제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그 모두가 행복하고 즐겁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행복하고 즐거운 사람이 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누구나 다 갖고 있을 것이다. 그게 바로 희망인 것이다. 우리는 꾸마라 아저씨나 데니엘 아저씨 같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함부로 부릴 순 있어도, 그들의 희망까지 뺏을 순 없다. 그 희망이야말로 힘들고 고통스런 외국 땅에서 그들을 견디게 하는 유일한 힘이니까.
앞으로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꿈과 희망을 이뤄 행복해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서로 돕고 사랑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니까.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행복한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으니까 말이다.

(5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