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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작품

제목 '부숭이는 힘이 세다'를 읽고..
작성자 이현경 작성일 2003-10-05
작성일 2003-10-05
                                                                   다대초등학교 6학년 7반 이현경

어느 때처럼 학교 방송시간에 안계시는 선생님때문에 조용할 날이 없는 우리반. 나도 평상시처럼 방송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친구들과 시끌벅적 떠들고만 있었다. 그런데 교장 선생님께서 중요한 말이라며 필기도구를 꺼내 적으라고 하셨다. 그래도 적지는 않고 듣기만 들었는데 그걸 듣지 않았으면 큰일 날뻔했다. 사하초등학교에서 읽은책을 새책으로 바꿔준다는 것이었는데 그걸 아차! 놓치고 얼핏 대충 듣기만 한 나는 당장 친구들에게 뭐라고? 뭐라고? 하며 얼른 물었다. 그래서 일요일 10시부터 4시까지 책 교환전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교회를 갔다가 사하초등학교에 들렸다. 그런데 옆에서는 핸드북이라는 작은 책을 무료로 나눠주고 있는 것이다. 당장 가서 받고 집에 돌아와 읽는데 그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은 '부숭이는 힘이 세다'였다. 지은이도 박완서라는 사람이어서 놀랬다. 요즘 언니가 빌린 책들은 거의 다 박완서 선생님의 책이었기 때문이다. 기대에 부풀어 읽는데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 글 솜씨였다.
부숭이는 냄새나는 시골에서 살다가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 고모할머니와 함께 서울 누리네 집에 방문을 간다. 껄끄럽게 지내다 결국 누리는 부숭이의 헌가방을 버리게 된다. 부숭이의 어머니께서 죽기 전에 손수 재봉틀을 돌려 만들어준 가방을 버린 누리에게 열받은 부숭이는 누리를 덮치고 싸움을 하게 된다. 반에서 가장 힘이 센 누리는 당연히 이길 거라고 생각했지만 중간에 부숭이의 소린줄 알았던 힘들어 지친 소리는 자신의 목소리란 걸 깨닫고 더 초조해하며 결국엔 지고 만다. 자신보다 몸집도 작은 시골 아이에게 진 이유가 궁금해져 할머니께 물어봤더니 그것은 '땅힘' 때문이란 걸 알고 부숭이와 함께 시골로 내려가 그 정체를 찾는다. 처음엔 불평 불만이 많았지만 땅힘을 가지고 싶어 시골음식도 많이 먹고 일도 많이 하고... 그리고 힘든 일을 하고 온 동네를 돌며 음식찌꺼기를 모아 친구들과 돼지 5마리를 키우는 일이 이문이 박한 장사라고 생각하며 시골의 생활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곧 시골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되는 누리이다.
처음에 나는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재봉틀로 돌려주신 가방을 버렸다는 소리에 바로 누리와 싸운 부숭이가 나쁘다고 생각했다. 물론 나는 가족이 죽지 않았기 때문에 부숭이의 그런 마음을 이해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아니 이해를 하지 못해서 부숭이가 나쁘다고 생각했다. 무조건 때린다고 해서 버려진 가방이 돌아오지 못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골에서의 부숭이의 모습을 본 나는 부숭이는 겉은 차가워보여도 속으로는 아주 따뜻한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밉게 대했던 누리에게도 손님 대접을 해주고 그 뿐만 아니라 일도 시키려 하지 않고 그야말로 왕을 대하듯 해주었기 때문이다. 누리도 그런 부숭이를 보고 놀라지 않았을까? 밉기만 했던 부숭이가 착하다는 걸 비로소 깨달았을 것 같기 때문이다.
나는 궁금한 점이 생겼다. TV에서 볼 때나 책에서 볼 때나 시골에서 사는 사람은 다 착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컴퓨터, TV, 힘든 공부에만 시달려 있는 아이들과 시골에서 맑은 공기, 시원한 바람, 깨끗한 자연을 느끼며 자연과 하나가 되는 시골 아이는 과연 성격 차이도 있는 걸까? 하는 것이다. 어쨌든 나는 겉은 따뜻한 척 하면서 속은 차갑고 나쁜 아이보다 차라리 겉은 차가워 보여도 내면은 따뜻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부숭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