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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작품

제목 가난 속의 행복-'종이밥'을 읽고-
작성자 김영우 작성일 2003-08-16
작성일 2003-08-16
(이 책은 글사랑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신 책입니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작가인 김중미 선생님이 쓰셨고, '낮은산'에서 펴냈습니다.)

“아빠, 우리 집 아직도 가난해요?”
저녁을 먹다 말고 내가 느닷없이 묻자, 아빠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기만 하셨다. 잠시 후, “갑자기 그건 왜 물어?”라고 엄마가 핀잔 섞인 말투로 되물으셨다.
그래서 나는, 오늘 슬프고도 감동적인 책을 읽었는데 거기에 나오는 할머니를 보니 갑자기 작은댁에 계시는 할머니 생각이 나더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무슨 책을 읽었는지 궁금해하시는 부모님께 책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서 말씀해드렸다.

송이는 병든 할아버지와 시립병원에서 청소부로 일하시는 할머니, 그리고 초등학교에 다니는 철이 오빠와 함께 산다. 그리고 스무 밤만 지나면 학교에 가게 된다며 그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귀여운 아이다.
송이네 집은 참 가난하다. 엄마 아빠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셔서 더 가난하다. 그래서 돌봐 줄 사람이 없는 송이는 유치원에 들어갈 때까지 작은 단칸방에 갇혀 혼자 지내야만 했다. 오빠가 학교에서 돌아와 열쇠로 방문을 열어줄 때까지 말이다.
그 때부터 송이는 심심하거나 배고프면 종이를 씹는 버릇이 생겼다. 혼자 갇혀있던 송이에게는 종이를 씹어먹는 게 유일한 놀이요, 위안이었던 것이다. 어두컴컴한 방에서 혼자 종이를 씹고 있을 송이를 상상하니 내 마음이 너무 아팠다. 더구나 밥풀 냄새가 나서 종이를 씹는다는 말에는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가슴이 아팠다.
‘종이를 씹으면 밥풀 냄새가 난다고?’ 그래서 나도 한 번 씹어봤더니, 밥풀 냄새는커녕 토할 것만 같아서 바로 뱉어 버리고 말았다.

송이네 집은 비록 가난하지만 가족끼리 서로 아껴주고 감싸주는, 사랑과 행복이 넘치는 집이다. 그러나 집이 너무 가난한데다 할아버진 병들고 할머닌 늙으셔서 철이와 송이 남매를 잘 키울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송이 할머닌 송이를 절로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절에서는 송이를 잘 키워줄 테니까.
난 여기까지 읽다가 나도 모르게, “안 돼!”라고 소리치고 말았다. 아무리 가난하고 힘들어도 사랑하는 가족과는 함께 살아야한다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철이도 나와 똑같은 생각이 들었던지, 할머니가 일하시는 곳까지 찾아가 송이 없으면 못 산다고 떼를 썼다. 하지만 밤에 잠도 못 주무시고 남몰래 우시는 할머니를 보고 이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할머니의 속마음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절로 보내는 게 어쩌면 송이를 위해선 더 잘된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슬픈 마음을 달랬다.
아무것도 모르는 송이는 스무 밤만 지나면 학교에 간다고 손꼽아 기다린다. 그 날이 바로 동자승이 되어 절로 들어가는 날이라는 걸 까맣게 모르고 말이다. 송이의 관심은 오로지 빨간색 곰돌이 푸 가방과 새 옷에만 있을 뿐이다. 철이는 그런 송이가 안쓰러워 2학년 때부터 모아온 저금통을 털어 빨간색 곰돌이 푸 가방을 사줬다.
난 이 대목에서 철이가 참 멋있다고 생각했다. 게임방에서 천 원만 내면 그렇게도 하고 싶던 게임을 할 수 있었지만, 동생이 갖고 싶어하는 가방을 사주기 위해 끝까지 참아냈으니 말이다. 철이는 그런 면에서 송이 오빠로서의 자격이 있었다.
과연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아마 난 10분도 참지 못하고 게임방으로 뛰어갔을지도 모른다.

드디어 그 날이 오고야 말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송이는 새 옷을 입고 새 가방을 메고 콧노래를 부르며 할머니를 따라 절로 떠났다. 그러나 할머니는 차마 송이를 절에 떼어놓지 못하고, 다음 날 새벽에 도망치듯이 송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셨다. 할머니께서는 아무리 살기 힘들고 어렵다해도, 사랑하는 송이를 절에다 내버려두고 올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나는 송이 할머니의 볼에 뽀뽀를 해드리고 싶을 만큼 기분이 좋았다.
송이가 하루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절에서 할아버지 기침하지 말라고 기도하고, 할머니 다리 아프지 말라고 기도하고, 오빠도 공부 잘하라고 기도했다며 자랑이 넘친다. 할머니가 송이를 절로 데려간 뒤 송이를 빨리 잊게 해달라고 빌던 철이나, 몸이 편찮으신 데도 아무것도 드시지 않고 눈물만 흘리던 할아버지께 행복이 다시 찾아왔다. 철이와 할아버지의 눈엔, 송이를 다시 데리고 돌아와 말없이 눈물만 흘리며 앉아 계신 할머니가 부처님처럼 보일 뿐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송이는 빨간색 곰돌이 푸 가방과 새 옷만 있으면 행복하고......  

난 이 책을 읽으며 우리 집에서 사시다가 아빠 사업이 망하는 바람에 작은댁으로 가신 할머니 생각이 나서 몇 번이나 눈물을 흘렸다. 이 책의 주인공은 송이인데, 나는 왜 송이 할머니가 더 불쌍하다고 생각될까? 그건 아무래도 우리할머니가 보고 싶어서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가난하고 힘들더라도 할머니를 모셔와 함께 살았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그래서 아빠가 그런 내 맘을 눈치챘으면 하는 바람에 아무것도 모르는척하며 한 번 물어 본 거다. 하지만 아빠는 확실한 대답은 안 해주고, 곧 모시고 올 거라는 말씀만 하셨다. 섭섭하고 속상했다.
가난 속에서도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온 가족이 다 함께 모여 사는 것이다. 송이네 가족처럼 똘똘 뭉쳐서 서로 힘을 합하면, 집이 좀 가난해도 행복해질 수 있다고 난 굳게 믿는다.

(5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