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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영화 <'매트릭스 2' 리로리드>를 보고나서...
작성자 이성곤 작성일 2003-07-06
작성일 2003-07-06
7월 6일 일요일, 주룩주룩 비
                                     
얼마 전, '매트릭스 2'를 보러 롯데 시네마에 가기로 약속한 날, 가족 모두 늦잠을 자는 바람에 보러 갈 수가 없었다. 아버지의 시간에 맞추려면 일요일 첫 상영프로를 보아야만 한다. 그런데 불행히도 우리가 보러 가기로 한 바로 그날 '매트릭스 2'가 마지막으로 상영되는 날이었다. 어머니와 갈 수도 있지만 어머니는 중·고생 형 누나들의 시험 준비 기간과 겹쳐 함께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할 수 없이 포기했었다. 하지만 이젠 포기하지 않아도 될 상황이 벌어졌다.  KBS 창원방송총국에서 오늘부터 7월 13일까지 상영하기 때문이다.

오전 10시 30분 것을 보기 위해 아버지와 함께 준비를 했다. 어머니는 별로 보고 싶어하지도 않으셨지만 형 누나들의 공부 때문에 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서 아버지와 둘이서만 보기로 한 것이다.

'매트릭스 2'는 '매트릭스 1'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했다. 흥미진진함과 비례해서 눈의 피로도 증가했지만... '매트릭스 1'은 집에 있는 TV로, 그것도 비디오가 아니라 명화극장에서 보았기 때문에 극장의 대형 스크린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하지만 설사 '매트릭스 1'을 극장에서 보았다고 해도 그보다는 '매트릭스 2'가 훨씬 더 흥미로웠다.

먼저 '매트릭스 1'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인물들도 등장했고, 주인공 네오의 활약이 '매트릭스 1'보다 훨씬 눈에 띄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매트릭스 같은 영화의 특징인 격렬함과 박진감은 '매트릭스 1'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였다. '매트릭스 1'에서는 네오가 모피어스나 트리니티를 비롯한 그의 친구들로부터 기술을 연마한 후, 실전에서 그 기술을 시험해 보는 정도였다. 하지만 '매트릭스 2'에서는 네오를 비롯한 매트릭스의 모든 요원들이 아주 오랜 매트릭스 역사의 존망이 걸린 대전투에 투입되었고, 에이전트 역시 총력을 기울여 펼쳐진 싸움이 여기저기 있었다. 따라서 '매트릭스 2'가 좀더 구성이 탄탄하고 흥미진진할 수 밖에...

'매트릭스 2'는 네오가 '매트릭스'에 접근하여 소스에서 매트릭스의 '설계자'를 만나고 그와 시온의 재건설에 대해 대화했다. 그리고 네오는 사랑하는 연인인 트리니티를 구할 것인지 아니면 매트릭스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인 시온의 재건설을 택할 것인지 고민에 빠지게 된다. 많은 고민 끝에 네오는 연인을 구하기로 마음먹고 매트릭스를 빠져나온다. 이리하여 트리니티는 결국 구출되지만 숨이 끊어진 상태였다. 그러나 '매트릭스 1'에서 네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트리니티도 다시 부활되었고 결국 모두 생존하는데 성공하는 장면에서 끝났다.

그러나 매트릭스와 에이전트간의 전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예고편으로 추측할 수 있다. 아마도 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매트릭스 3'에서 보게 될 것이다. 수십만의 복제인간들의 원본, 즉 그 많은 복제를 만들어낸 사람과 네오의 1:1 결투가 '매트릭스 3'의 주 내용이다.

'매트릭스 2'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든 것은 선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말을 부정한 매트릭스 요원도 있었지만 나는 이 말은 진리와도 같다고 생각한다. 내가 진리라고 생각하기까지에는 부모님으로부터 '선택'의 중요성에 대해 귀가 닳도록 듣고 자랐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나는 나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사람은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가능하면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 많다. 설사 어쩔 수 없이 선택된 일일지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그 일을 끝내야겠다.'

솔직히 나는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모두 했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어떤 일을 할 때는 우선순위를 정해서 하게 되는데 이것 또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이 영화를 보면서 '시간은 금이다'는 명언이 떠올랐다.
이 영화에 이 명언이 직접적으로 나오지는 않지만 이 명언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 있었다. 마지막에 소스로 돌아가기 위한 작전이 전개되는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5분내에 모든 것을 처리하고 매트릭스로 진입해야 한다면 보통 사람처럼 행동해서는 안 될 것이다. 보통사람처럼 시간관리를 한다면 과연 그들이 생존할 수 있었을까? 미래에는 1분 1초가 어떤 의미로 작용할 지 짐작이 간다. 나도 지금보다 더 시간관리를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면 TV나 비디오로 보는 것 보다 훨씬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그 때문에 부모님께서는 종종 영화를 보여 주신다.
우리 가족은 TV시청을 거의 하지 않는다. 어떤 때는 일주일에 1시간정도도 TV를 보지 않을 때도 있다. 사람들이 우리 집에 오면 '이 집은 TV가 없어요?'하고 묻는다. 다른 집은 거실에 대형 TV가 있지만 우리 집은 방에 아주 작은 TV만 자리 잡고 있다. 그런 TV로 보다가 영화관에서 영화를 봐서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일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