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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선물-'크리스마스 선물'을 읽고-
작성자 김영우 작성일 2003-06-26
작성일 2003-06-26
나는 오늘 아주 감동적인 책을 읽었다. 바로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오 헨리라는 미국의 작가가 쓴 단편소설이다. 원래는 아빠가 엄마한테 선물로 주신 책이지만, “너도 한 번 읽어보렴”하시며 엄마가 건네주는 바람에 읽어보게 되었다.
나는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선물]이란 단어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보았다. 가장 훌륭하고 값진 선물이란 어떤 것일까? 그건 바로 마음을 담아 전해주는 선물일 것이다. 아무리 쓸모 없어 보이는 물건일지라도, 나의 온 정성을 담아서 주었다면 그것은 값어치가 있는 선물이 될 것이다. 또한 그걸 받는 사람도 선물에 담긴 정성을 알아보곤, 저절로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그러나 선물을 주는 사람이 정성을 다했다고 해서 무조건 훌륭한 선물이 될 순 없다. 받는 사람이 기쁘지 않다면 그 선물은 아무리 정성을 쏟았다 해도 값어치가 떨어질 것이다. 즉, 훌륭한 선물이란 주는 사람의 온 마음을 담아 전해주되, 받는 사람이 좋아할 만한 것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보잘것없고 가치 없는 선물이라 해도 사랑하는 사람이 주는 것이라면 최고의 선물이 되지 않을까?
나는 [선물]에 대한 생각을 이 정도로 정리하곤, 책을 읽기 시작했다.

곧 쓰러질 것만 같은 초라한 집에 한 부부가 살고 있었다. 그 부부는 가난했지만, 정말로 행복했다.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데다,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아주 소중한 보물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델라는 폭포처럼 출렁이는 매우 아름다운 갈색머리를 가지고 있었고, 짐은 할아버지 때부터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금시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를 앞둔 하루 전날, 델라는 소리 죽여 울 수밖에 없었다. 크리스마스는 다가오는데 선물을 사려고 모아둔 돈은 1달러 87센트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델라는 중대한 결심을 했다. 자신의 보물이자 짐이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머리카락을 잘라서 팔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는 머리카락을 팔아 번 돈 21달러로 짐의 금시계에 잘 어울리는 백금 시계 줄을 샀다.
아, 델라! 꼭 머리카락을 잘라야만 했을까? 짐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지도 않은 채? 나 같으면 그러지 않았을 텐데......
9시 정각, 짐이 피로에 지쳐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짐은 델라의 짧아진 머리를 보고는 갑자기 온 몸이 마비된 것처럼 꼼짝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곧 정신을 차리고는 델라 앞에 작은 꾸러미를 꺼내놓았다.
델라는 기쁨에 들떠서 꾸러미를 풀어 보았다. 꾸러미 안에는 귀갑(龜甲)으로 만들어진 고급 빗이 들어있었다. 가운데에 보석이 박혀있고, 델라의 갈색 머리에 잘 어울리는 주황색 빗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본 델라의 기쁨은 곧 슬픔의 눈물로 바뀌고 말았다. 이젠 그 아름답던 갈색 머리가 없어져 이젠 빗이 필요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델라는 눈물을 애써 감추고는 짐 앞에 시계 줄을 펼쳐 놓았다. 그리고는 짐의 자랑스런 금시계에 줄을 채워주려고 했다.
아~ 그러나 짐의 금시계도 없었다. 짐도 델라와 똑 같은 생각으로 사랑하는 델라에게 빗을 선물하기 위해 금시계를 팔았기 때문이다.
짐과 델라는 비록 가장 아끼는 보물을 잃었지만, 마지막 남은 보물, 즉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확인하곤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나는 책을 덮고 나서 한참 동안이나 치밀어 오르는 감동을 억누르느라 애를 먹었다. 그리고 ‘서로 얼마나 사랑하면, 자기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아낌없이 버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그 부부의 행동이 현명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왜냐하면 상대방이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보물을 희생하면서까지 마련한 선물이, 이젠 서로에게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델라는 머리가 없어졌기 때문에 빗을 쓰지 못하고, 짐은 시계가 없어졌기 때문에 시계 줄을 착용하지 못하게 되지 않았는가?
물론, 선물이라는 게 상대방 몰래 준비해서 줘야 받는 사람의 기쁨도 크다고 하지만, 어차피 한 집에 사는 부부끼리 서로 의논해서 받고 싶은 선물을 받았다면 그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이 책이 사람들에게 널리 읽힌 명작이라는 것을 보니, 옛날에는 그렇게 선물하는 것이 더 현명했다고 생각되었나 보다.
그래서 나는 또 이런 생각도 해보았다. 아무리 명작이라도 시대에 따라선 해석이 달라질 수도 있겠다고. 옛날엔 현명했다고 여겨지던 것이 요즘엔 바보처럼 생각되어질 수도 있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해도, 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