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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끔찍한 신체 검사날
작성자 차윤경 작성일 2003-05-10
작성일 2003-05-10
"2주 후, 신체 검사날이네... ... ."
푸우욱 내쉬는 한숨.
한창 푸르르게 자라날 내 나이에 이 무슨 청천벽력같은 소리냐.
신체 검사!
왜 하필 그것을 몸과 마음이 어지러운 사춘기 때인 15살에 하는 것인지... ...
기술/가정에도 나온다. 우리 나이때는 몸이 급속도로 성장해 불균형적인 몸이 될수 있다고... ... . 교과서에도 나온 이 중요한 대목을 선생님들은 보지 못하셨단 말인가!
좀 키가 작을 수도 있고! 찔 수도 있는 나이인데 왜 신체검사를 해,저 맛있는 불고기를 못 먹게 하느냐, 이 말인 것이다.
그렇다. 난 지금 다이어트 중. 저녁 금식령이 내린 것이다. 나의 이 찢어지는 심정을 모르는 동생들은 연신 "우와~" 하는 탄성을 내지르며 불고기에게 달려들이 맛나게 뜯어 먹고 있다.
오~ 주여... 왜 저에게 이런 시련을 내리시는 겁니까.
애타는 마음으로 식탁쪽을 흘끔거려 보지만 엄마는 말씀도 단호하시다.
"살찌고 싶으면 와서 먹으렴. 신체 검사날 망신받고 싶나 보지?"
결국 난 마른 오징어나 씹으며 방에 들어와 책을 읽어야 했다.
하지만 부엌쪽에서 솔솔 풍겨오는 불고기 냄새에 도무지 글자가 눈에 들어와야지!
결국 난 책을 덮고 음악을 듣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트레스 해소법. 이어폰 끼고 음악 크게 듣기. 최고로 열받았을 때는 볼륨 40, 조금 신경질이 날 땐 35정도, 오늘 같이 되는 일 하나 없는 날엔 30정도면 딱이다.
연신 노래를 흥얼 흥얼 하다 고기 냄새가 솔솔 풍겨오면 다시 오징어 다리를 씹는다. 고기 냄새를 맡으며 말린 오징어의 다리를 씹다보면 고기를 먹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쳇, 망할 신체 검사, 얼어죽을 신체 검사... ... . 그렇게 중얼거리곤 그냥 잠자리에 들어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