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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작품

제목 노란 병아리
작성자 김영우 작성일 2003-03-30
작성일 2003-03-30
수요일, 점심 시간에 친구들과 축구를 했다. 그런데 내가 슈팅을 한 공이 골문을 빗나가더니 교문 앞까지 굴러가는 게 아닌가? 미안한 마음에 얼른 교문 쪽으로 뛰어가 공을 주워들고 오려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귀에 익은 소리가 들렸다.
“삐악 삐악......”
맞다. 이건 분명히 병아리 소리다. 내가 무척이나 좋아했던 노란 병아리.
나는 손에 들고 있던 공을 친구들에게 던져주고 교문 앞으로 가 봤다. 그러자 거기엔 어떤 할머니께서 노란 병아리들로 꽉 들어찬 상자를 펼쳐놓고 계셨다.
앙증맞은 날개를 푸덕거리는 놈, 동그란 눈으로 두리번거리는 놈, 꾸벅꾸벅 졸다가 갑자기 친구의 머리를 쪼는 놈, 엄마를 찾는지 계속 삐악대는 놈...... 그런 병아리들을 보고 있자니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빙 둘러앉아 초롱초롱한 눈으로 병아리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또한 너무 귀여웠다. 상자 안에서 삐악대는 병아리들이나 엄마를 붙들고 병아리 사달라고 졸라대는 꼬맹이들이나 서로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꼬맹이 때엔 병아리를 무척 좋아했었다. 그 이유는 병아리가 귀엽기도 했지만 색깔이 노란색이라 더 좋아했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내가 제일 좋아했던 색깔이 바로 노란색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난 해마다 병아리를 샀다.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진 엄마한테 사달라고 졸랐지만, 2학년 때부턴 내 용돈으로 샀다. 그런데 문제는 그 예쁜 병아리들을 잘 키우지 못하고 꼭 죽게 만드는 데에 있었다. 유치원 때와 1학년 때에는 너무 예뻐서 만져보기만 했는데도 금방 죽어버렸고, 2학년 때는 산 그 다음날 바로 죽어버렸다. 내가 잘 키워보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그 병아리들은 꼭 죽었다. 그래서 봄만 되면 죽은 병아리에 대한 미안함으로 항상 고개를 숙이고 다녀야만 했다.
하지만 3학년 때엔 거의 어미 닭이 될 때까지 키웠었다. 처음엔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게 신기했는데 점점 자라서 병아리 티를 벗으니 이건 보통 말썽꾸러기가 아니었다. 집안 여기저기를 쑤시고 다니며 아무데나 똥을 갈겨놓고, 항상 날개를 푸드덕거려서 집안은 온통 깃털로 가득 찼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미운 짓만 골라서 하던 말썽꾸러기들을 도둑고양이가 물어 죽였다. 하도 돌아다니며 말썽을 부리는 통에 화가 나신 엄마가 묶어놓은 게 화근이었다. 너무 기가 막혀서 슬프지도 않았다. 그 후론, 병아리를 키우기는커녕 노란 색깔마저 싫어하게 되었었다. 그런데 오늘 우연히 다시 보게되니 그 느낌이 남달랐다. 이젠 노란색을 다시 좋아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