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마당 > 글나라우수작품 > 우수작품

우수작품

제목 '대상'보다 높은 사랑
작성자 김영우 작성일 2002-12-23
작성일 2002-12-23
2002년 12월 23일 월요일 날씨: 하늘엔 구름 가득, 내 마음은 활짝!

와우~!
내가 드디어 대상을 받았다. 사이버독후감대회에서 말이다.
그동안 각종 대회에서 금상이나 최우수상은 여러 번 받아봤지만 대상을 받기는 이 번이 처음이다.
그것도 초등학생 부문이 아닌, 학생 전체부문 대상이다. 초등학생인 내가 중■고등학교의 형과 누나들을 제치고 당당히 ‘대상’을 받은 것이다.
대상, 대상, 대상...... 아무리 지껄여도 입이 아프지 않다. 자꾸만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한편으론 걱정스럽다.
앞으로는 글을 더욱 더 잘 써야만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어쩌다가 실수라도 하는 날엔 “쟤, 대상 받은 애 맞아?”라고 흉볼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앞으로도 지금껏 해 온 것처럼 열심히 책을 읽고 독후감도 꾸준히 쓸 것이다.
하지만 이젠 다른 누가 내 글을 보고 흉이나 보지 않을까 두려워진다. 앞으로 글 쓰는 게 무서워지면 어떡하지?
아이, 참!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난 이제 겨우 초등학교 4학년일 뿐이야.
여태까지 해 오던 것처럼 책 많이 읽고 공부 열심히 하면 되는 거야. 그렇지? 아-자~!

작은 아빠 집에서 전화가 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어이구, 내 강아지~! 일등 먹었어~? 구정 때 세뱃돈 많이 줄게!”
난 너무 신이 나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계속 조잘댔다.
나중에 엄마가 그만 전화 좀 끊으라고 할 때까지 나랑 할머니는 할 말이 많았다.
보고 싶은 우리할머니. 아빠 사업만 실패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전화로만 축하해주지 않고 나를 꼭 껴안아 주셨을 텐데......
할머니 곧 함께 살 수 있게 될 거예요. 엄마아빠가 조금만 더 기다리시면 된대요.
할머니, 사랑해요~!

아빠는 신이 나셔서 난리가 났다.
엄마도 학부모부문에서 금상을 받으셨기 때문이다.
아빠는 너털웃음을 지으시다가 갑자기 눈물을 찔끔 흘리신다. 그리고는 내가 쳐다보자 금방 딴청을 부리신다. 이미 나랑 엄마는 아빠의 눈물을 다 보고 말았는데......
아빠는 요즘 너무 자주 운다. 책을 읽다가 울고, TV를 보다가 울고, 할머니랑 통화를 하면서도 운다. 다 큰 어른이 무슨 눈물을 그렇게 흘리시는지......
난 아빠가 눈물을 보이는 게 싫다. 남자답지 못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아빠의 눈물을 보자 왠지 모르게 내 가슴이 뭉클해졌다.
아빠가 엄마랑 나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아빠, 저도 아빠를 사랑해요. 세 손가락 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