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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명제/판단이 갖추어야 할 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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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살핀 판단을 언어 형식으로 나타낸 것은 명제(命題)라 한다. 명제는 우리의 생각으로 하는 판단을 말로 나타낸 것이다. 양자는 실질적으로는 동일하나 언어 형식으로 나타냈느냐 아니했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머리 속에 생각한 내용만을 가리킬 때에는 판단이라 하고 그것을 문장으로 나타내어 말하면 명제라 부른다는 것이다. 판단과 명제는 겉과 속의 관계처럼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이다. 따라서 판단에 관한 논의는 명제의 경우에도 거의 그대로 적용된다. 그런데 논술법의 논의에서는 판단보다는 명제라는 말이 더 많이 쓰인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위에 말한 판단을 바탕으로 한 명제의 특성에 관해서 자세히 논의하고자 한다.
논술문에서 많이 쓰이는 명제가 갖추어야 할 요건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이것을 잘 지켜서 명제를 성립시켜야만 좋은 논술문을 쓸 수가 있다.
첫째로, 명제는 서술문의 형식이어야 한다
우리는 일상 생활이나 학술 탐구에서 여러 가지로 판단을 내린다. 이런 판단은 마음 속으로 내리는 것인데, 그것을 문장 형식으로 표현하면 명제라 부른다고 하였다. "나는 괴롭다," "민주주의는 실현되어야 한다," "세계는 소용돌이치고 있다" 따위의 생각이나 의견을 마음 속으로 새기면 판단이 되고, 그것을 문장 또는 그 밖의 표현 형식으로 나타내면 명제가 된다.
명제는 서술문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우리의 판단을 곧이곧대로 나타내면 서술문이 되기 때문이다. 의문문, 명령문 또는 청유문 따위는 명제를 직접 나타내지 못한다. 그런 것들은 판단 내용을 그대로 서술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다음 보기들의 각 "가"처럼 되어야 명제가 되고 각 "나"처럼 서술문이 안 될 때에는 명제 형식이 못된다.
(1) 가. 여자는 남자보다 현명하다.
나. 남자가 여자보다 현명한 수도 있나요?
(2) 가. 여자는 남자보다 현명하지 않다.
나. 여자가 남자보다 현명하지 않다고요?
(3) 가. 여러분은 이웃을 사랑해야 합니다.
나. 여러분을 이웃을 사랑하여라.
(4) 가. 우리는 서로 이해하여야 한다.
나. 우리는 서로 이해하자.
둘째로, 논술법의 명제는 간명한 것일수록 좋다
명제는 되도록 간결한 문장 형식을 밟아야 하고 나타내는 뜻도 뚜렷해야 한다. 명제가 복잡하고 긴 복합문이라든지, 거기에 쓰인 낱말이 모호한 뜻을 가진 것이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뜻이 효과적으로 드러나지 않으므로 상대방을 설득하기 어렵게 된다. 예를 들어 보자.
(1) 가. 우리의 처지는 괜찮다.
나. 우리의 처지는 괜찮은 편이다.
(2) 가. 사람들이 합심 단결해야 한다.
나. 사람들이 합심 단결해야 할 것 같다.
(3) 가. 글이라는 것은 어렵다. 판편으로 글이란 쉬운 것이다.
나. 글이라는 것은 어렵다면 어렵고 쉽다면 또 쉬운 것이다.
(4) 가. 좋은 일이 좋다.
나. 일이란 좋은 게 좋은 것이다.
(5) 가. 국토 개발 사업은 이제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중지를 모아 수행해야 한다.
나. 국토 개발 사업은 이제까지도 그렇거니와 앞으로도 중지를 모아 수행해야 할 것으로 보는 바이다.
위의 각 "가"같은 확고한 표현이 바람직한 명제이다. 각 "나"와 같은 표현들은 간명한 명제라 할 수가 없다. 명제는 간결할 뿐 아니라 명확한 단정적 표현이 바람직하다. 물론 명제 중에는 개연적인 명제가 허용되나 논술법의 글에서는 명확하고 간명한 명제를 세우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셋째로, 명제는 각기 한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명제는 한 문장으로 나타내야 한다. 한 문장 안에 2가지 이상의 명제가 드러나는 것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간명한 논술이 된다.
(1) 국민은 납세 및 병역의 의무가 있다.
(2) 교육은 지능 개발과 인격 도야를 목표로 한다.
(3) 정부는 국민이 국민을 위하여 만든 기관이어야 한다.
(4) 사랑은 기쁨과 쓰라림의 원천이다.
(1∼4)의 예들은 한 문장에 모두 2개 또는 3개의 명제가 복합되어 있다. 이런 명제도 때로는 필요하지만, 한 문장에 2개 이상의 명제가 있게 되면, 각기 표현 강도가 약화된다. 따라서 특히 강조하여야 할 주요 명제는 "국민은 납세 의무가 있다."와 "국민은 병역 의무가 있다"와 같이 명제마다 한 문장으로 나타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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