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제는 사실의 단순한 서술이냐 아니면 말하는 이의 적극적인 의도를 표시하느냐에 따라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앞것은 사실 명제라 하고, 뒷것은 당위(當爲) 명제라 한다. 사실 명제는 사실 자체만을 지적하는 것이고 당위 명제는 표현 내용이 실현되어야 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사실 명제
(1) 우리는 모두 배달 민족이다.
(2) 말은 우리의 사상을 표현하는 연모이다.
(3) 세종 대왕은 훈민정음의 창제자이다.
(4) 물은 아래서 위로로 흐르지 않는다.
당위 명제
(5) 우리는 모두 배워야 한다.
(6) 우리는 모두 서로 사랑하여야 한다.
(7) 누구나 남을 해쳐지 말아야 된다.
(8) 너는 잘못을 뉘우쳐야 한다.
사실 명제는 앞에서 말한 실연 명제, 필연 명제 및 개연 명제를 포함한다고 할 수가 있다. 실연 명제는 본디 사실을 나타낸 것이고 필연 명제는 실연명제를 한층 강조한 것이라 할 수가 있다. 개연 명제는 확실성이 모자란 실연 명제라 할 수가 있다. 또 (4)에서 보듯이 사실 명제의 부정형도 사실 명제에 속하는 것이다.
당위 명제는 순수한 논리적인 명제라기보다는 윤리적 가치와 관련되는 것이다. 이는 "너는 부모를 공경해야 한다," "나쁜 일을 해서는 안 된다"와 같이 일종의 윤리적, 도덕적 행위 규범에 관련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당위 명제는 필연을 본질로 하는 자연 법칙과는 대립되는 것이다.
사실 명제와 당위 명제를 성립시키는 방법에는 차이가 있다. 그 차이를 바로 알아 두는 것은 추론 곧 논술을 정확히 하는 데에 중요한 요건이 된다. 따라서 우리는 그 방법의 차이를 뚜렷이 알아서 활용하여햐 한다. 사실 명제를 성립시키는 데는 그것이 사실임을 밝히기만 하면 된다. 이를테면, "철수는 영희를 사랑한다."라는 사실 명제가 성립되는 데는 철수가 영희를 사랑함이 사실로 밝혀지면 된다. 본인의 고백이나 그밖의 객관적 관찰을 통해서 그가 사랑하고 있음이 입증되면 명제가 성립되는 것이다.
그런데 "철수는 영희를 사랑해야 한다"와 같은 당위 명제일 경우는 철수가 영희를 사랑한다는 사실의 주장에 그치지 않고 사랑 행위의 필요성을 내세우는 것이다. 이런 때에는 사실의 입증보다는 그 행위를 해야 할 근거를 충분히 제시해야 한다. 곧 당위 명제에서는 명제 내용의 실천이 이루어지도록 설득력있는 근거 제시가 필요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당위 명제는 행위의 명제라고도 한다.
[보기]
철수는 영희를 사랑한다. 철수는 그 자신이 늘 그것을 고백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옆에서 보기에도 그것이 확인된다. 철수는 시간만 있으면 그 여자를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자주 목격된다. 그는 비록 가난한 처지이기는 하지만 좋은 일이 있을 때에는 그 여자를 먼저 생각하고 기쁘게 해 주려고 애를 쓴다. 그가 술 담배를 끊은 것도 그 여자가 원하기 때문이라고 자랑 삼아 말한 적도 있다.
위와 같은 단락에서는 그 첫문장에 내세운 사실 명제를 입증하고 있다. 그것이 사실임이 납득할 만큼 서술이 되고 있다. 한편으로 당위 명제일 경우에는 행위가 실현되지 않으면 안 되는 까닭이 표시되어야 한다.
[보기]
철수는 영희를 사랑하여야 한다. 철수는 그 자신이 늘 고백하고 있듯이 영희를 누구보다도 더 사랑하여야 한다. 그는 그 여자를 아내로 맞아들여 일생을 해로해야 할 시점에 와있다. 무엇보다도 사랑이 없이는 행복한 가정 생활을 이룰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불행을 자초하게 됨을 우리는 많이 보아 왔다. 그는 지금까지보다도 더 한층 그 여자를 기쁘게 해 주도록 힘써야 하고 한 마음 한 뜻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영희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찾아서 북돋우어 주고 늘 마음을 써주어야 할 것이다.
에서와 같이 당위 명제의 뒷받침에는 그 행위가 이루어져야 할 까닭을 중점적으로 내세워야만 한다. 사실 명제가 당위 명제로 해석되기 쉬운 경우가 있다. 형식으로는 사실 명제인데도 실질적으로는 어떤 행동을 불러일으키는 당위 명제로 여겨지기 쉬운 경우가 가끔 눈에 띈다.
이를테면,
(1) 그 사람은 아직도 교양이 모자라다.
(2) 그 사람은 교양을 더 쌓아야 한다
(1)과 같은 명제는 겉보기에는 사실 명제로 여겨진다. 그런데 그것이 상황에 따라서는 (2)와 같이 해석될 수가 있다. 그러나 형식 논리로는 (1)과 (2)는 엄연히 구분되어야 한다. (1)은 (2)와 같을 수 없고, 다만 그 전제가 될 뿐이다. 바꾸어 말하면, (2)는 (1)을 전제로 이끌어 낼 수 있는 한 귀결이 될 뿐이고 필연적인 관계는 아니다. 이런 경우에도 그 형식에 따라 사실 명제와 당위 명제를 구분하는 것이 정확한 논술이 될 수 있다.
일반으로 논술법에서는 사실 명제와 당위 명제를 구분해서 써야 한다. 사실을 밝히거나 주장하는 것으로 그칠 경우는 사실 명제가 된다. 그런데 더 나아가 어떤 행동을 요구하는 주장을 하고자 할 때는 사실 명제를 전제로 하여 당위 명제를 성립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3) 한글은 우리의 가장 위대한 보배다.
라는 명제로 그칠 경우는 사실의 표현에 그친다. 그것만으로는 한글을 가꾸거나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반드시 의미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려면 그 사실 명제를 바탕으로 한 당위 명제를 이끌어 내서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 한글은 우리의 가장 고귀한 보배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것을 더욱 가꾸고 사랑하여야 한다.
이렇게 사실 명제와 당위 명제는 명확히 구분하여 쓰는 것이 정확한 논술에는 필수적이다. 한편으로, 사실 명제와 당위 명제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은 바 람직스럽지 않다.
(1) 그 여자는 정조 관념이 강하고 또한 마땅히 그래야 한다.
(2) 우리 나라는 농업국이며 농업을 발달시켜야 한다.
이렇게 한 문장 안에 서로 성질이 다른 명제가 결합되면 그 뒷받침이 복잡하게 된다. 사실 명제의 성립을 위한 뒷받침과 함께 당위 명제의 뒷받침이 한데 나타나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복합 명제는 논리적인 훈련이 모자란 이들이 흔히 쓰는 것인데 명확한 논지를 드러내는 데에는 지장이 있다.
|
HOME > 
3. 사실 명제와 당위 명제를 구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