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락의 소주제(문)를 떠받드는 방식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각 뒷받침문장이 소주제의 내용을 직접 펼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뒷받침 문장을 단계적으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펼치는 것이다. 다음 [보기 1]은 각 뒷받침문장들이 소주제를 직접 펼치는 경우이고 [보기 2]는 단계적인 펼침이다.
[보기 1]
국어 순화는 우리말을 순수하게 가꾸자는 것이다. 순화(純化, 醇化)란 잡것을 걸러서 순수하게 한다는 뜻이며, 우리말을 잡스럽게 어지럽히는 온갖 독소들을 제거하여 깨끗하고 아름답게 다듬고 가꾸자는 것이 국어 순화의 본 뜻이다. 우리말의 발달을 해친 외국말, 저속하고 틀린 말, 까다롭고 어려운 한자말들을 솎아내거나 줄이고, 바르고 쉽고 아름다운 말로 바꾸어 가는 것이 국어 순화인 것이다. 또 토박이말 가운데서도 발음이 까다롭거나 어감이 나쁜 말을 되도록 발음하기 쉽고 듣기 좋은 말로 바꾸고, 동음 이의어를 되도록 줄여 가도록 힘쓰는 것도 국어 순화의 길이다.
--- 김석득, "국어 순화에 대한 반성과 문제점"
위 글에서 소주제문인 첫문장의 내용을 여러 각도에서 직접 풀이하고 구체화하고 있다.
[보기 2]
(1)요즈음 국어 순화 운동이 크게 진전을 보이고 있다. (2)한때 외국말을 분별없이 마구 쓰던 사람들이 최근에는 자제를 하고 있다. (3)특히 대중 매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외국말을 되도록 안 쓰려고 힘쓰고 있다. (4)운동 경기의 중계 방송들에서도 그런 점이 드러나고 있다. (5)가령, 구석차기(코너킥), 길게차기(롱킥), 짧게주기(숏 패스), 옆 줄(사이드 라인) 따위와 같은 우리말은 새로 만들어 쓰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어려운 한자말을 쉽고 정다운 토박이말로 바꾸어 쓰려는 기풍이 사회 각층에서 일어나고 있다. (7)한자말이 우리말 속에 오래동안 뿌리를 박고 있지만 역시 순수한 우리말은 될 수 없는 이질스런 요소임에 틀림없다. (8)더구나 그것들이 순수한 토박이말보다도 더 많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9)그런데 이런 한자말을 우리말로 바꾸어 쓰는 예가 자꾸 늘어나고 있다. (10)외길(일방로), 건너가는 길(횡단보도), 잘라말하다(단언하다), 내다보다(전망하다), 밝히다(천명하다) 따위의 말이 많이 생겨나고 있으며 , 아이차, 맛고만, 만나니, 꽃샘 같은 상품 이름, 다나아 약국, 고우네 의상실, 늘봄 다방 등 토박이말 상호 등이 새맛을 돋우고 있다.
--- 나효순, "국어 순화의 길" 중에서
위 예문에서는 뒷받침문장들을 몇 갈래로 나누고 각기 부연하는 딸림 문장을 덧붙이고 있다.
위에서처럼 단계적인 펼침에서 소주제(문)을 직접 떠받드는 뒷받침 문장은 큰뒷받침문장(major supporting sentence)이라 하고 그것을 다시 부연해서 떠받드는 것은 작은뒷받침문장(minor supporting sentence)이라 부른다. 큰뒷받침문장은 소주제(문)의 내용 전체나 일부를 직접 풀이하거나 입증하는 내용의 문장이다. 작은 뒷받침 문장은 소주제(문)의 내용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큰뒷받침문장을 떠받들어서 소주제(문)를 간접으로 뒷받침하는 구실을 하는 것이다. 위 [보기 ]의 뒷받침 관계를 분석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소주제문 : 문장 (1)
첫째 큰뒷받침문장 : 문장 (2)
작은뒷받침문장 : 문장 (3), (4), (5)
둘째 큰뒷받침문장 : 문장 (6)
작은뒷받침문장 : 문장 (7), (8), (9), (10)
첫째의 큰뒷받침문장 (2)는 소주제문 (1)을 직접 뒷받침하고 있다. 외국말을 안 쓰려는 노력을 서술함으로써 국어 순화 운동의 진전 상황의 일부를 펼치고 있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작은뒷받침문장 (3), (4), (5)는 이 큰뒷받침문장 (2)를 더 소상히 풀이하거나 예시함으로써 소주제문 (1)을 간접으로 떠받들고 있다. 둘째 큰뒷받침문장 (6)은 한자어를 토박이말로 바꾸어 쓰는 노력에 대해서 언급함으로써 소주제문을 직접 떠받들고 있다. 뒤따르는 작은뒷받침문장 (7), (8), (9), (10)은 그것을 다시 부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소주제문을 펼치는 구실을 하고 있다.
다음 보기에서도 큰뒷받침문장과 작은뒷받침문장을 적절히 배합하여 단락을 효과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보기]
말의 해석은 현대 사회의 어떤 사람에게나 끝이 없는 과제가 된다. 현대 통신 수단의 결과로 수백 수천의 말들이 날마다 우리에게 내던져지고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선생, 설교자, 판매원, 공무원 그리고 영화의 녹음 목소리를 듣게 된다. 가벼운 음료수, 비누 등속, 설사약 등을 판매하려는 외침 소리가 라디오를 통하여 바로 가정까지 파고든다. 사실 어떤 집에서는 라디오를 아침부터 저녁까지 켜두는 일도 있다. 날마다 신문 배달 소년은 큰 도시에서는 30에서 40페이지에 이르는 인쇄물을 배달하는데, 일요일에는 거의 3배나 된다. 우편 배달부는 잡지들과 우편 광고물을 쉬지 않고 나른다. 그것도 모자라 우리는 책방이나 도서관에 나가 더 많은 말들을 얻으려고 애를 쓴다. 고속 도로에는 여러 표지판이 우리 앞에 나타나고 휴대용 라디오는 해변에까지 우리를 따라온다. 말들이 우리의 삶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이다.
<외지에서 번역>
위 글의 소주제문은 첫문장이고, 둘째 문장은 그 큰뒷받침문장이다. 그 뒤에 따르는 문장들은 큰 뒷받침 문장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예시하며 설명하고 있는 작은 뒷받침 문장들이다. 그런데 마지막 문장은 소주제를 직접 일깨워 주는 구실을 하므로 큰 뒷받침 문장이다. 어떤 경우에는 작은뒷받침문장이 큰 뒷받침문장 앞에 오는 수도 있다.
다음 보기가 그런 것이다.
[보기]
(1)몇 세기 동안 "길"은 요술적인 낱말이 되었다. (2)군인, 집시, 거지, 땜장이, 농부, 장사치, 강도, 학자, 거리의 악사나 가수, 그리고 일부러 다니는 소년들까지 모두 한때는 길 위의 주인공들이었다. (3)팔십 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는 길가에 집을 짓고 사람들의 친구가 될 수 있었으니 많은 사람들이 자기 집의 창 옆을 지나기 때문이었다. (4)오늘날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 (5)길은 오로지 자동차들의 전유물이 되어버린 탓으로 길옆에 집을 짓는 사람은 자동차가 지나가는 것을 바라볼 수 있을 뿐이지, 사람의 삶은 길 위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6)길들은 이제 너무나 기계적이고 추상적이며 비인간적인 것이 되어 버렸기에 운전사들은 자기 앞에 사람이 가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다만 차가 앞에 가고 있다고 생각할 따름이다.
<우인현, "길">
소주제문 (1)의 뒤에 놓인 문장 (2)는 작은뒷받침문장이다. 이 문장은 문장 (3)에서 말한 길에 지나다녔던 사람들의 구체적인 예시이다. 따라서 문장 (2)는 큰뒷받침문장 (3)의 작은뒷받침문장으로 필자가 의식적으로 뒤바꾼 듯하다. 한편, 문장 (4)와 (5)는 다같이 큰 뒷받침 문장이고, 뒤따르는 (6)은 그 작은 뒷받침 문장이다. 이들은 서로 어울려서 요술처럼 변해 버린 오늘날의 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다음 보기는 전체적으로 보면 합리화 서술이다. 큰뒷받침문장은 이유들을 제시하고 그 뒤에 작은 뒷받침 문장들이 이어져서 설명하여 보인다.
[보기]
침묵의 미덕을 지녀야 한다는 데도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첫째로 외관상으로 더 낫다는 점이다. 사실 시끌버끌 말 많이 하는 남자보다 말없는 남자가 묵직하고 신중해 보여 좋다. 여자의 경우는 앵두 같은 입술을 다소곳이 다문 품이 재잘대는 여자보다 한결 애교있고 고상해 보여 좋다. 둘째로는 어쩌면 효용상의 이유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요즈음 아이들이 쓰는 유행어에 "가만히 있으면 못 가도 중간은 갈 텐데 괜히 입을 열어 점수 깎인다"는 말이 있다. 사실 그럴 때가 없지 않다. 그뿐 아니라 가만히 있었으면 무사했을텐데 공연히 입을 열어 화를 자초하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이유로는 도의상의 문제와 관련될 것이다. 믿거니하고 털어놓는 사연이나 둘만 알기로 하고 약속한 것을 지키는 것은 도의적 의무에 속한다. 그런데 그런 의무는 입을 가볍게 놀려가지고는 안 된다. 입을 묵직히 다물 수 있는 참을성과 신중성이 바탕된다. 이렇게 볼 때 침묵은 정말 미덕임에 틀림이 없다고 여겨진다.
--- 서봉연, "침묵은 미덕인가?"
위 글들처럼 주제에 대하여 충분한 이유를 여러 모로 들어 보이는 큰 뒷받침문장을 삼고 그것들을 각기 풀이나 예시를 곁들여 펼쳐 가는 작은 뒷받침을 하고 있어서 설득력 있는 글이 이루어진다. .
위에서 우리는 단락이 큰뒷받침문장과 작은뒷받침문장으로 나뉘어 뒷받침되는 보기들을 보았는데 모든 단락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큰 뒷받침 문장만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 때는 그 내용을 다시 풀이하는 작은뒷받침문장은 나타나지 않는다. 다음 보기에서는 소주제를 직접 서술한 큰 뒷받침 문장들만으로 펼치고 있다.
[보기]
그는 자만심의 화신이었다. 오직 한 순간이라도 자신과의 관계를 생각지 않고 세계와 사람들을 바라본 일이 없었다. 그 자신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일 뿐 아니라 그의 눈에는 자신만이 유일한 존재로 비쳤다. 그 자신이 가장 위대한 극작가 가운데 하나요, 위대한 사상가요, 가장 위대한 작곡가라고 믿었다. 그가 말하는 것을 들으면 그는 셰익스피어, 베에토벤 그리고 플라톤이 한데 합쳐진 사람이었다.
<죤 오스트롬, "단락의 통일성" 중에서>
|
HOME > 
큰뒷받침문장과 작은뒷받침문장의 배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