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적 기술법 또는 전문적인 기술법은 여러가지 사물에 관한 객관적 측정 기록, 과학적 관찰에 의한 자료 제시 또는 정보 제공 등에서 볼 수가 있다. 간단한 예로는 어떤 인물의 신상 기록 같은 것을 들 수가 있다. 이름, 나이, 성별, 거주지, 혈액형, 신장, 몸무게, 용모 등을 낱낱이 기록한 것은 실제적 기술법의 일종이다. 권투 시합 전에 두 선수의 체중, 팔의 길이, 전적, 주무기 등을 적어 공개하는 데 그런 것도 일종의 실용적 기술법에 속한다. 어떤 물품이나 기계 등에 관해서 규모와 성능 그리고 구조에 관해서 적어 놓은 것이 있다면 그런 것도 이 기술법에 속한다. 좀더 학문적이고 복잡한 기술법으로는 기계 구조의 분석 기록, 화합물의 성분 분석 과정, 생물의 생태 기록 등을 들 수 있다.
다음 [보기 10.1]은 비교적 간단한 일상적 기술법의 글이요, [보기 10.2]는 실제적 기술법의 한 가지이다.
[보기 10.1]
이름: 이상일, 생년월일: 1961년 3월 5일(33세), 성별: 남성
주소: 서울특별시 송파구 풍납동 20의 31
학력: 한양 대학교 인문대학 국문학과 졸업(1984), 동대학원 수료(문학 석사)
신장: 175㎝, 체중: 70㎏, 혈액형: B형 종교: 천주교
직업: 고등학교 교사, 특기 : 없음
가족 관계 : 부모와 처
그런데 글쓰기에서는 위와 같은 사항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기술문을 쓰게 된다.
[보기 10.2]
이상일이라는 청년은 1961년에 태어났고 현주소는 서술 송파구 풍납동 20의 31이다. 그는 1984년에 한양대학교 인문대학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그 학교 대학원에서 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키는 175㎝이고, 체중은 70㎏이며, 혈액형은 B형으로 알려져 있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이고 현재 하남 고등학교 국어 선생이며 이렇다 할 특기는 없다. 가족 관계로는 부모와 아내가 있다.
다음 보기는 학문적 목적의 기술법이다. 식물에 대하여 그 특성을 객관적으로 기록하여 보여 주는 것이다.
[보기 10.3]
철쭉은 진달래과에 속하는 키작은 나무(관목)이며 낙엽성 식물이다. 그 꽃은 붉고 뾰족한 꽃봉오리를 이룬다. 한 가지 끝에 두 송이부터 일곱송이까지의 꽃이 달린다. 꽃잎은 연분홍 빛이고 다섯 갈래로 갈라진다. 이 갈라진 꽃잎에는 아랫 부분이 함께 붙어 있어 통꽃으로 되어 있다.
이런 전문적 기술은 얼핏 보면 설명법과 비슷하지만 필자의 주관적 해석이나 의견이 곁들지 않고 실물 그대로의 모습이나 특성만을 객관적으로 적어 보여 주는 점에서 설명법과는 다르다. 다음 보기도 그런 전문적인 기술법의 글이다.
[보기 10.4]
비둘기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부리의 뿌리 쪽이 연한 막으로 덮이고, 윗 부리의 끝은 약간 볼록하고 굳으며 구부러져 있다. 날개는 길고 그것을 움직이는 가슴의 힘살은 크고 나는 힘이 세다. 발가락 중에 세 개는 앞으로, 한 개는 뒤로 향하는 것은 닭고 같으나, 세째와 네째 발가락 사이에는 불완전하나마 물갈퀴가 있다. 음식물은 대개 콩, 곡식 종자 따위이다. 대개는 나무 위에 집을 짓고 한 번에 두 개의 알을 낳으며 암수가 번갈아 부화시킨다.
다음 글은 매미 우는 소리를 기술한 것이다. 어떤 느낌을 자아내려는 의도가 없이 그 실제 우는 모습을 객관적으로 그려 보인다.
[보기 10.5]
일기가 좋고 바람도 없이 더운 한낮 가까운 때, 매미의 노래는 수 초 동안 계속된다. 그리고 짧은 휴식으로 끊어진다. 다음 마디는 갑자기 시작되고 급격히 높아져, 아랫배를 점차 빠르게 진동시키며 최고음에 이른다. 수 초 동안 같은 세기를 유지한 뒤에 점차 약해져서 떨리는 소리로 변하고, 배가 정지된 상태로 되돌아옴에 따라서 떨리는 소리는 점차 약해진다.
위 보기들에서 보듯이 실제적 기술법 또는 점문적인 기술법은 그 대상의 특징적인 점들을 관찰하고 살펴서 기록하는 것이다. 이 때 유의할 점은 어디까지나 객관적 사실의 제시에 그치고 그것에 대한 평가나 해석은 덧붙이지 말아야만 순수한 기술법이 된다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글은 식물에 관한 기술이라기 보다는 설명이라 할 수가 있다. 구절초의 생태를 그대로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필자 나름의 견해로 딴 것과 비교나 대조를 하는 등 해설을 하고 있는 것이다.
[보기 10.6]
구절초는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산국이나 감국과는 같은 속에 속하는 꽃이지만 앞의 들국화들이 노란꽃을 피우는데 반해 구절초는 흰색 또는 연분혹색 꽃을 그것도 훨씬 큼직한 꽃을 피워낸다. 우리의 국토 어느 곳에서든지 멀리는 만주에 까지 영토를 확장하고 뿌리를 내려 아름꽃을 꽃을 매어달고 고운자태를 자랑하고 있으니 구절초는 우리들이 못 이룬 남북통일은 물론 옛 고구려의 영광까지 생각나게 해주는 꽃이다.
실제적 기술법의 글을 쓰려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항을 유의하여야 한다. 첫째로, 실제적 기술법은 정확성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어떤 대상에 관하여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적 기술법에는 사물에 대한 정확한 관찰, 확실한 자료의 수집 그리고 공정한 서술이 있어야 한다. 다음과 같은 것이 한 보기가 될 것이다.
[보기 10.7]
◎ 교통 : 서울서 밀양까지 경부선 열차 이용
밀양 - 표충사 직행 버스 20분 간격 운행(40분 걸림)
밀양 - 얼음골(남명리) 1시간 간격 직행 버스(60분 걸림)
◎ 숙박 : 표충사 입구에 여관과 식당이 많다.
고사리 마을에도 식당을 겸한 민박집이 6곳 있다.
고사리 마을 사자평 명물집 - 0527 - 52 - 1601
고사리 마을 추완종 씨댁 - 0527 - 52 -1516
◎ 등반, 노정 : 초행 기준
등산 =
1. 표층사 - 층층 폭포 - 고사리 학교(사자평) - 재악산 - 천황산
2. 얼음골 - 천황산 - 재약산 - 고사리 학교(사자평) - 층층 폭포
하산 =
1. 천황사에서 표층사 또는 얼음골로 가는 두 가지 방법
2. 고사리 학교에서 층층 폭포를 거쳐 표층사로 가는 방법
◇ 총 산행 시간 : 7-8시간
◇ 오후에 표층사를 출발하여 고사리 마을에서 하루 묶고 일출을 보며 산행하는 것도 환상적. 단, 주말 민박 예약 필수
◇ 주의 사항 : 휴일 저녁에는 표층사에서 밀양 시내까지 교통 체증으로 2-3시간 걸림. (평소엔 40분) 일찍 올라가서 서둘러 내려와야 기차를 놓치지 않음.
-- 신향식, "무지개를 잡아온 아내" 중에서
둘째로, 기술법은 간결성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정확한 관찰과 기술이라 하더라도 주어진 자료 전체를 모아 놓아서는 독자가 사실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게 될 수가 있다. 따라서 모든 세부 사항을 망라해서 사진 찍듯이 늘어 놓아서는 안 된다. 그것보다는 여러 사항 가운데서 그 사물의 인식에 가장 중요한 요소만을 골라서 나타내어야 한다. 자질구레한 것들을 다 늘어놓아서는 그 사물의 특징을 파악하는 데 혼란을 가져 오기 때문이다.
[보기 10.8]
봄이 가고 여름이 시작되려는 무렵이면 사철나무는 가지와 잎 겨드랑이 사이로 꽃자루를 드리우고 다섯에서 열 두개 정도의 작지만 많은 꽃을 피워낸다. 그 꽃의 빛깔이 흰색에 노랑과 녹색을 조금씩 섞어 놓은 흔하지 않은 신선한 색이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오리 주둥이처럼 삐죽이 튀어나온 한 개의 암술을 가운데 두고 네개의 수술이 사방으로 달리고 그 사이 사이로 앙증스런 꽃잎이 역시 네장씩 마주 달린다. 꽃밥의 색만은 진노랑색이다.
위에서 보듯이 사철나무 꽃의 특색만을 골라서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간결하게 기술하는 바람직하다.
셋째로, 실용적 기술법은 글의 목적에 맞도록 재료를 골라서 다루어야 한다. 어떤 목적의 기술을 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고 거기에 알맞는 재료를 골라서 차례로 늘어 놓아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건물을 기술한다고 하면, 무슨 목적으로 그 건물을 다룰 것인가를 먼저 작정해야 한다. 단순히 건물의 모양이나 구조를 밝히기 위한 것인가, 그 건물을 팔려는 목적으로 기술할 것인가, 아니면 그 건물과 같은 건물을 새로이 짓기 위한 것인가 등 목적을 정한 다음에 기술을 해야 한다.
그런 목적에 따라 기술 내용은 얼마든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보기 10.9]
경복궁의 북쪽에는 푸른 소나무에 싸인 북악산이 높이 솟아 있고, 남쪽에는 폭이 50척이나 되는 큰 길이 있다. 광화문을 열면 문 앞에 돌난간으로 드높이 쌓은 넓은 단이 보이고, 그 위에 해태의 조각이 좌우로 세워져 있다. 다시 그 앞으로 육조가 벌여져 각 아문의 높이 솟은 대문들이 있고, 그 옆으로 긴 행랑이 벌여져 있다. 궁궐을 둘러싸고 있는 궁담은 화강석을 장방형으로 다듬어 쌓았으며 네 모퉁이에는 성루가 솟아 있어 궁궐의 별스런 외형을 이루고 있다. 정문인 광화문 다음에는 흥례문과 근정문이 있는데, 그 사이에 어구가 동서로 꿰뚫어 흐르고 있다. 이 내위에는 돌로 조각한 금천교가 놓여 있다. 근정문을 들어서면 높은 석단 위에 서 있는 근정전이 보이고 이 전각 앞에는 정일품에서 정구품까지의 문무관이 서 있던 석태가 세워져 있다.
위 글은 경복궁의 모습을 밖으로부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적고 있다. 경복궁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것처럼 중요한 구조물과 구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경복궁을 모르는 이에게 그 모습을 알려 주는 목적으로 쓰인 글이다.
넷째로, 실제적 기술은 그 순서를 알맞게 정해서 진행해야 한다. 어떤 사물을 효과적으로 기술하려면 그 순서를 알맞게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어떤 학교의 내부 모습을 소개하는 경우에 정문을 들어서서 바른편으로 돌면서 기술할 것인지, 왼편으로 눈을 돌릴 것인지 순서를 적절히 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기술의 순서를 정하는 일은 대상의 성격과 필자의 의도, 독자의 수준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결정된다.
[보기 10.10]
이 방의 앞쪽 벽의 윗쪽에는 먼지가 낀 사진틀이 걸려 있다. 그 안에는 하얀 한복을 입은 할머니와 할아버지 초상이 희미하게 보인다. 그 아래로는 횃대가 옆으로 늘어저 있고 거기에는 옷가지들이 걸려 있다. 바른편 벽에는 메주 덩이가 엮여저 늘어져 있는데 희끗희끗한 곰팡이가 눈길을 끈다. 왼편 벽에는 할아버지 것으로 보이는 갓과 망건이 못에 걸려 있다. 그 옆으로는 창호지를 바른 봉창이 나 있고 그 가운데 붙여진 유리 쪽으로 햇빛이 들어 오는데 뿌련 먼지가 햇살 사이에 어른거린다.
위 글은 먼저 방안을 정면 윗쪽으로 바라보고 그 아래와 양쪽 벽으로 눈을 돌리며 그 모습을 기술하였다. 그것은 독자에게 가장 손쉽게 그 광경을 보여 주기 위한 것이라 할 수가 있다.
다음 글도 기술문에 속한다고 할 수가 있다. 온천수에 대한 정보를 전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보기 10.11]
아래로 방류되는 온천수는 뜨거운 열기로 피어오르는 수증기와 장백 폭포의 하얀 포말은 천지간에 조화를 끝없이 이루어 낸다. 그것이 물이 흐른 폭포 아래서부터 송화강 상류를 이룬 이 꼭 바닥에는 수많은 세월에 마모된 현무암과 응회암의 조각들이 깔려 있어 그 작은 바위돌에 부딪쳐 일고 있는 물거품들들이 꺼지지 않고 끝없이 흐르기 때문이다.
-한석근, "장백 폭포의 비경 지대"
다음 글은 기술문의 성격과 묘사문의 성격을 겸한 것이라 할 만하다. 앞 부분에는 기술적인 면이 강한 반면에 뒷 쪽에서는 정서적인 면에 치중을 한 것이다.
[보기 10.12]
내 고향은 세종로 1번지다. 지금은 보통 사람은 접근조차 힘든 곳. 경복궁 담을 한참 끼고 걸어가면 전차 종점이 잇고 커다란 고목나무가 있던 조용한 동네에는 은행나무가 많았다. 가을엔 누런 은행이 뚝뚝 떨어지고 노란 은행잎이 자분자분 밟히던 길이었다. 옆집 아이와 고목 나무 속에 들어가 도란 거리며 놀던 그 때의 아늑함과 대잦에도 어둡던 나무 그늘이 싱그러웠다, 휘어진 나무가지에 매었던 새끼줄 그네, 가까이 보이던 북악산, 함께 놀던 아이들, 내겐 이런 것들이 기억 속에 아련히 남아 있다.
--이상일, "고향 바라기," <한양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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