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론은 서론이나 도입부에서 제시된 문제점들을 짜임새 있게 설명하거나 논술하여 귀결을 짓는 구실을 한다. 문제점 별로 주어진 자료를 분석하고 종합하여 조리있는 서술을 함으로써 글의 내용을 펼쳐나가는 과정을 종합하여 조리있는 서술을 함으로써 글의 내용을 펼쳐나가는 과정이 본론이다. 따라서 본론이야말로 논술문 등에서 가장 중요한 "가운데 토막"이다. 서론이 다룰 대상을 도마 위에 놓는 기능을 지녔다면, 본론은 그것을 차례로 칼질을 하고 요리를 하여 음식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그러면 이런 기능을 지닌 본론을 펴가는 과정에서 특히 유의해야 할 사항을 열거해 보기로 한다.
(가) 본론은 서론에서 제시된 목표, 문제점 그리고 다룰 범위들을 좇아서 차례로 전개한다. 서론은 본론의 나아갈 방향을 미리 지정한 것이므로 거기에 따라야 한다. 그것은 사실상 본론 쓰기에 도움이 되며, 또한 앞뒤가 맞는 짜임새를 이루는 데도 도움이 된다. 만일 그렇지 않고 서론에서 제시된 것들을 무시하거나 잊어버리고 본론을 전개 한다면 내용적으로 무질서하고 앞뒤가 안 맞는 것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런데도 많은 글에서 서론과 본론이 서로 맞지 않는 것을 보게 된다. 이는 논술문 작성의 기본을 저버린 일임을 알아야 한다.
본론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서론에서 제시된 바가 수정되는 수는 있다. 본론에서 미리 설정한 문제점이나 논술 방향이 본론에 들어가 보니 잘못되었거나 벽에 부딪치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깊이 생각하고 따져서 어느 한쪽 또는 양쪽을 조정해서 일치시켜야 한다. 곧 서론을 고치든지 아니면 본론의 서술 방향을 바꾸든지 해야 한다. 그리하여 본론이 완성된 뒤에는 서론에서 제시된 방향과 본론의 논술 내용은 일치되어 있어야 한다.
(나) 본론을 쓰는 데는 체계적인 하위 구분을 해서 개요를 미리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본론의 분량은 서론에 견주어 논술의 과정이 열곱쯤 길다. 그러므로 그 내용을 여러 갈래로 쪼개고 또 그것을 다시 나누어서 체계적으로 다루어 나가야 한다. 그러자면 막연한 가운데 붓을 들 것이 아니라 주제를 중심으로 한 개요를 짜는 작업이 미리 있어야 한다. 개요를 짜는 요령에 관해서는 뒤에서 자세히 다루거니와, 특히 본론의 분량이 많을 때에는 어떤 형태로든 개요를 마련하여 다루어야 체계있는 논술이 된다. (개요를 짜는 방식과 거기에 따라 체계적인 논술을 하는 요령은 뒤의 427-81쪽에서 다룬다.)
(다) 본론 개요의 각 항목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와 짜임새 있는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각 항목을 필요에 따라 몇 개의 소주제로 나누고 각 소주제 별로 한 단락씩을 펼쳐 나가도록 한다. 그런 각 단락의 펼침에는 논술법이 주가 되며 필요에 따라서 설명법이나 서사법이 곁들이게 된다. 어떻든 그러한 전개 과정에서는 적절한 자료와 논거를 되도록 충분히 활용해야 할 뿐 아니라, 그것을 바탕으로 조리있는 추론과 설득력 있는 결론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또 비록 많은 뒷받침 자료가 잇다 하더라도 그것을 짜임새있게 도출하는 논리적 추론이 서툴러서는 좋은 논술이 되지 못한다. 다음 보기는 어떤 논술문의 본론 가운데 한 단락이다. 자료와 논거를 활용하여 자신의 주장(소주제)을 합리적으로 펼치는 과정을 조심스럽게 살피기 바란다.
[보기]
말과 생각은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으나 동질적인 것은 아니다. 양자의 관련에 대해서는 자고로 많은 이들이 관심을 나타낸 바 있다.
칼야스퍼스는 "우리는 말과 더불어 비로소 생각할 수 있다."고하여 말과 생각은 서로 분리될 수 없다고 보았다. 철학자 볼노우도 "말은 생각의 통로"라고 말했다. 곧 생각은 마치 말이 마련하는 물길을 따라 흘러가는 물과 같다고 하였다. 이러한 견해는 지나친 데가 있다. 말과 생각의 관련성이 많다고는 해도 양자가 동질적인 것이라고 보는 데는 무리가 있다. 왜냐하면 말을 못하는 동물에게서도 지적인 행동이나 사고 작용에 비길 만한 점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켈러라는 사람은 침팬지가 높이 매달린 먹이를 손에 넣으려고 궤짝을 쌓기도 하고 2개의 장대를 길게 잇는 행동을 관찰한 바가 있다. 이러한 행위는 미리 연습시킨 것도 아니고 또 쉽게 이루어진 것도 아니었다. 침팬지는 쓸모없고 어리석은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한때는 그 일을 완전히 포기하여 버리고 맡았었다. 그러다가 그는 갑자기 이 일을 해버리고 말았다. 곧 포기하고 있는 동안에 어떤 해결책을 찾아낸 것이다. 침팬지의 이와 같은 행위에 지적인 사고 작용이 끼어들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말을 할 줄 모르는 침팬지가 이런 일을 해낸 것을 보면 생각과 말이 뿌리를 같이한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 서정수/노대규,<말과 생각> 중에서
맨 앞에 내건 소주제문을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다. 다른 이들의 견해나 관찰 또는 실험 결과 따위를 끌어들여서 자신이 내세운 소주제문을 뒷받침하는 쪽으로 활용하고 있다.
다음 보기는 교육 문제와 관련되는 글의 본론 부분이다. 본론에서는 이 글처럼 자기의 주장을 합리적으로 논술하여 독자를 설득하려고 하는 것이다. 각 소주제 별로 한 단락을 이루어 체계적으로 펼치고 있는 점도 유의하여 둘 필요가 있다.
[보기]
우리 사고 방식이나 행동을 보면, 다분히 감성적이고 냉철한 이성적 사고력이 모자란다. 무슨 문제에 부딪칠 때, 곰곰이 생각하여 신중히 판단하는 경우보다는, 기분에 좌우되어 경솔한 처리를 하는 일이 많다. 오늘날 여러 가지 끔찍한 사건을 보아도 사소한 일로 다투다가 일을 저지르는 일이 많은데 그것은 깊이 생각하는 습관이 없기 때문이다. 사소한 감정이나 기분에 좌우되어 남과 자기의 일생을 망치는 일은 다 사고력 훈련이 없는 데 연유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런 지나친 감성적 사고 방식은 어디에서 연유되는 것일까? 어떤 이는 우리의 민족성이니 할 수 없다는 숙명론을 펴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우리 교육의 잘못이 주원인이다. 우리는 가정이나 학교 등에서 사고력 발달을 가로막는 일이 흔히 드러나고 있다. 가정에서 어린이가 생각하는 힘을 기르도록 의식적으로 도와 주는 부모가 거의 없음은 물론, 오히려 그 사고력 발달을 꺾어 버리는 일조차 다반사로 나타나고 있다. "네가 무얼 안다고 그런 걸 캐묻는 거야" 아이가 일의 까닭을 묻기라도 하면 이렇게 윽박지르고 마는 것이다.
한편, 학교 교육도 모두 주입식이고, 문제를 푸는 것보다는 객관식 답을 알아 맞추거나 단답을 써넣는 일에 머물고 있다. 그러니 사고력을 기른다기보다는 정답을 암기하는 훈련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경우에 학생은 아무 생각 없이 앵무새처럼 외우고 있을 뿐, 그 까닭을 캐는 사고력은 펴나갈 수가 없다. 그런 답이 나온 까닭을 알려는 학생이 거의 없지만, 만의 하나 그 이유를 캐묻는 학생이라도 있다면 어떻게 되는가? "선생이 외우라면 외우지 무슨 딴 소리를 하는 거야!" 이러니 그 교실은 사고력을 기르는 곳이 아니라 말살하는 구실을 하고 있을 뿐이다.
서영환,"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교육"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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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론의 기능과 기본 전개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