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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요령를 터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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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깊이 하는 것은 누구나 다 느끼고 알 수 있는 옅은 차원을 넘어서서 고차원의 교양을 쌓는 길이다. 생각한다는 것은 독자적인 견해나 심도있는 사상을 창조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위대한 철인이나 사상가는 다 이렇게 깊은 사색을 통하여 위대한 글과 저서를 남긴 사람이다. 따라서 우리도 값진 견해나 깊은 사상을 마련하고 좋은 논문을 쓰려면 남달리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만 한다.
<"생각하다"의 뜻과 지성적 사고력>
우리가 일상 쓰는 "생각한다"는 말은 대개 다음과 같이 몇 가지 뜻으로 쓰인다.
(1) 나는 가끔 우리가 왜 살고 있는지를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본다.
(2) 나는 오늘이 어제보다 춥다고 생각해.
(3) 그 여자가 나를 끔찍히 생각한다고 이걸 사주었어.
(4) 나는 가끔 그 때 그 사람을 생각하게 되지만 잘 생각나지 않는 수가 많다.
(1)과 같은 경우의 "생각하다"는 깊이 따지고 드는 이성적 사고 또는 사색에 해당한다. (2)와 같은 경우의 "생각하다"는 흔히 '느끼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런 쓰임의 "생각하다"는 이성적으로 따지고 사고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것을 나타내는 정도에 머물고 있다. (3)과 같은 경우의 "생각하다"는 '특별히 마음을 쓰는 것'을 나타내고 (4)는 '회상하다 또는 기억한다' 정도의 뜻으로 쓰인 것이다. 이런 여러 경우를 분석해 볼 때, (1)과 같은 경우만이 사물에 대하여 그 원인이나 이유 등을 따지고 사리를 캐기 위해서 사색하는 것 곧 지성적 또는 논리적 사고 작용임을 알게 된다.
여기에서 우리는 이런 지성적 사고력이 어떤 것인지를 좀더 명확히 하기 위해서 (2)와 같은 경우의 "감각적 사고"와 대비를 해보고자 한다. (3), (4)와 같은 쓰임은 사실상 (2)에 포괄될 수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2)의 경우를 대표로 하여 (1)과 견준다.
우선, (2)에서와 같은 "감각적 사고"는 사물을 대하였을 때 직감적으로 갖게 되는 느낌이나 생각이 주가 된다. 이런 사고 유형에서는 주체인 "나"가 사물에 대하여 갖는 느낌, 연상, 기분 등이 주요소가 된다.
그것 참 멋있다. 그것 괜찮은데.
나는 어쩐지 그게 이상한데. 나는 그 사람이 마음에 들어.
너는 그 남자가 싫으니? 나는 괜히 짜증이 나고 불쾌해.
이것이 저것보다 좀 나은 것 같애. 나도 그런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사물에 대하여 우리가 직감적으로 느끼는 인상 따위를 위주로 하는 것이다. 이 사고 유형은 감정 이입적(移入的)이고 주관성이 농후하다. 주체의 감성이 사물에 이입되어 나타나는 인상이나 견해가 중심이 된다. 곧 사고가 주체 위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주체를 떠나 대상을 객관적으로 파고들어서 사실을 사실대로 헤아리려는 태도가 모자란다. 주체와 대상과의 관계에서 주관적인 감성 요소가 중요시되고 있을 뿐이다. 이 경우에도 "나는 인생은 허무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적과 싸워야 하다고 생각한다"와 같이 "생각한다"는 말을 쓴다. 그렇지만 이 때의 "생각한다"는 '생각된다' 또는 `느낀다'의 뜻에 지나지 않는다. 곧, 사물을 합리적으로 따지는 적극적인 사고 작용이 못 된다.
이와는 달리 "지성적 사고"는 사물의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관계를 중시한다. 주관적인 느낌이나 견해를 삼가하고, 대상간의 객관적인 관계를 엄정히 헤아리려는 태도를 견지한다. 가령,
삼각형의 세각의 합은 180도이므로 정삼각형의 한 각은 60도이다. 물은 섭씨 0도에서 얼고 물이 얼면 부피가 커진다. 따라서 수도관의 얼음이 심하게 얼면 관이 터진다.
갑은 힘이 세나 꾀가 모자란다. 을은 힘은 모자라나 꾀가 많다. 따라서 을이 갑을 물리친 것은 꾀가 힘을 이긴 결과가 된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따라서 자기 혼자서 살아가기 힘들다. 서로 기대고 도우면서 살 수 밖에 없다.
와 같이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판단하거나 추리하는 것이 지성적 사고 유형이다. 따라서 이 유형은 사물에 대하여 수동적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따져서 생각하려는 경향이 짙다. 이른바 합리적이고 기하학적인 사고 유형인 것이다. 우리가 앞에서 익힌 논리적인 판단과 추론은 이런 사고 유형에 속한다.
위 두 사고 유형은 일장일단이 있다. 감각적 사고 유형은 우리의 정감과 정서의 발달, 그리고 따뜻한 인간 관계의 바탕이 된다. 모든 사물을 다루는 데에 우리의 아름다운 정감과 정서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삶의 분위기를 이룬다. 이런 점에서 이런 사고 유형은 예술 문화의 꽃을 피우는 밑바탕이 되며, 따스한 인간애가 넘치는 삶의 밑거름이 된다. 그런데 이 유형은 주관적이고 편파적인 판단, 또는 기분적이고 즉흥적인 사물 처리를 낳기 쉽다. 그뿐 아니라 옅은 느낌과 생각만으로 그치고 사물의 본질에 파고들려는 탐구심이 모자란다. 아니 오히려 그러한 깊은 논리적 탐구는 딱딱하고 까다로운 느낌이 든다 하여 기피하기까지 한다.
한편으로, 지성적 사고 유형은 우리의 정감과 따뜻한 삶의 분위기보다는 오히려 차갑고 날카로운 느낌을 주는 면에서 달갑지 않은 면이 있다. 어떻게 보면 매정스럽고 비정한 느낌이 들기까지 한다. 그렇지만 이 유형은 객관적이고 정확한 판단을 위한 바탕이며, 사물의 심층적인 면을 파고들어 사리를 분명하게 밝히려는 경향이 짙다. 주관과 즉흥적 기분에서 나올 수 있는 편견과 속단을 되도록 삼가함으로써 바르고 기하학적인 사리 추구에 알맞는 사고 유형이다. 그런 만큼 이 사고 유형은 과학적이고 탐구적인 모든 작업의 밑받침이 된다. 오늘날 대부분의 과학과 학문은 다 이 사고 유형으로 길러진 인류 문화의 열매라 할 수가 있다.
<왜 우리는 지성적 사고력을 길러야 하는가?>
앞에서 우리는 두 가지 사고 유형을 살펴보았는데, 이제 우리는 왜 감성적 사고보다는 지성적 사고력을 적극적으로 길러야 하는지를 분명히 밝힐 필요를 느낀다. 그 까닭은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수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좋은 쓸거리를 마련한다는 관점에서 볼때 이 물음에 대하여 우리는 뚜렷이 인식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는 주위의 사람이나 사물을 대할 때 여러 가지 느낌을 받게 된다. 단순히 감각적인 자극에서부터 큰 감동이 따를 만큼 깊은 정서에 이르기까지 가지각색이다. 또 이런 여러 가지 느낌을 우리가 받아들이고 대응하는 방식도 갖가지로 나타난다.
[1] 그냥 지나쳐 버릴 경우
[2] 잠깐 마음이 움직였다가 그만두는 경우
[3] 오랫동안 마음에 두어 새기고, 그것에 대하여 더 깊이 생각하는 경우
대개는 [1]과 [2]에 그친다. 사실상 우리가 대하는 사람과 사물이 하도 많으므로 그렇게 되기 쉽다. 그런데 처음에 가지는 느낌의 정도나 관심도에 따라서는 [3]의 경우처럼 마음에 두어 깊이 생각하는 단계까지 이르게 된다. 때로는 그와 같이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기도 한다. 우리가 좀더 알뜰한 논문 쓰기를 예비하려면 [3]의 과정이 중요한 몫을 한다. [1], [2]처럼 단순한 느낌, 곧 감성적 사고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지성의 거울에 비추어 새기고 따지며 파고들어 가야만 좋은 내용이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1]이나 [2]와 감성적 차원에 머물게 되면 대개는 피상적이거나 겉핥기 식의 이야기밖에는 할 수가 없다. 흔히 말하는 "옅은 생각"에 머물게 될 뿐이다. 여기에 예지의 빛을 번득여 그런 옅은 느낌이나 겉으로 나타난 모습의 밑바닥에 도사린 "참모습" 곧 사물의 올바른 이치를 파고 들었을 경우에만이 깊이 있고 무게 있는 논술문을 예비할 수가 있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우리는 지성적 사고력을 길러야만 하는 것이다. 요컨대 피동적으로 느끼는 옅은 단계에 머물지 않고 좀 더 능동적으로 사물의 이치를 캐고 들어가야만 하기 때문에 그런 지성적 사고의 비수를 갈고 닦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우리 나라 사람은 본시 이성적 사고력을 기를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혹자는 우리의 체질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다음과 같은 지적은 짚고 넘어갈 만한 대목이 아닌가 한다.
[보기] 뛰고나서 생각하는 우리들
흔히 미국 사람들을 저온체질이라고 말한다. 우리 한국인, 좀 넓게는 동양인을 고온체질로 전제하고 하는 말이다. 저온체질이라는 말에는 타산적, 이기적, 개인주의적이라는 서양 사람들의 생활 태도와 사고방식이 암시된다. 주로 부정적인 의미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생각이 미국 사람, 서양 사람들에 대한 피상적인 이해의 견본이라고 생각한다. 저온 체질인 서양 사람들은 어리(Head)로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고온 체질인 우리가 가슴(Heart)으로 사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그들은 냉철 사고 방식을 주무기로 하여 사는 것이다. (중략)
한국인과 미국인이 어떤 문제로 격론을 벌일 경우 대개는 한국인의 완패로 끝난다. 미국이의 논리가 옳은 쪽에 가까워서가 아니다. "머리" 대신 "가슴"으로 사고(思考)를 하는 우리는 우선 흥분부터 하며 하고 싶은 말을 한꺼번에 폭포처럼 쏟아낸다. 미국인은 침착하게, "가슴"으로가 아니라 "머리"로 듣고 있다가 상대가 있는 화살을 다 쏘고 나면 차근차근 자기 논리를 전개하기 때문이다.
-- 김영희, "가슴으로 사는 사람들" 중에서
우리는 먼저 머리를 쓰는 이성적 사고보다는 가슴으로 느끼고 행동하는 면이 비교적 강하다는 것이다. 이런 우리의 일면이 반드시 나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냉철한 사고력이라는 일면도 동시에 갖추는 일이 필요할 때가 많음을 저버릴 수가 없다. 사고력을 기르는 한 가지 방법으로는 자신과 관련된 문제나 평범한 일상사 부터 의문을 제기하고 자기 나름대로 생각을 펴 보는 것이다. 이를테면, 다음 보기에서처럼 우리가 왜 사는지에 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따위이다. 관점에 따라서는 매우 어려운 철학적 근본 문제이지만 자기 나름으로 생각을 해보면 생각하는 힘이 자기도 모르게 길러질 것이다.
[보기]
왜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일까요? 우리 인생이 가는 목적지는 어디에 있을까요? 하는 물음은 자고로 철학의 근본 문제이며, 무릇 종교가 가르치는 중심 과제이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이 문제는 자못 거창한 문제입니다. 다만 우리가 지금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반성해 본다는 뜻에서 한번쯤 짚고 넘어갈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은 가지 각색이며 사람에 따라 매우 다양합니다. 그런 목적 따위를 별로 생각하지 않고 사는 이들의 말을 들어 보면 삶의 목적은 대략 다음과 같다고 판단됩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 산다, 자식 때문에 산다, 일을 하기 위해서 산다, 죽지 못해 산다, 더 잘 살기 위해서 산다, 행복하게 되기 위해서 산다, 즐기기 위해서 산다는 등 갖가지로 나누어집니다.
좀더 목적 의식이 뚜렷한 삶도 많이 있습니다. 자신이 목표하는 사업을 성취하여 가정과 사회에 이바지하기 위해서 사는 사람, 학문이나 예술 곧 인간 문화 발전에 공헌하기 위해서 사는 사람, 사회나 나라 또는 세계 평화 등 공동체의 발전과 번영을 위해서 헌신하는 사람, 가난한 이나 병약자를 위한 사랑의 사업을 위해서 몸바치겠다고 하는 사람, 인류 구원이라는 종교적 차원에서 인생을 바치는 신부 수녀 등 종교인 등도 있습니다. 이런 이들은 자신의 사생활이나 행복보다는 공동선에 목표를 두고 산다는 점에서 그 삶의 목적이 뚜렷하고, 따라서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지금 어떤 목적으로 살아가야 할까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왕이면 좀더 보람있고 가치있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다시는 못 사는 인생이니 말입니다. 그러한 좀더나은 삶이란 그저 물결치는 대로 뚜렷한 목적 의식없이 살아 가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아무도 그것을 가치있다고 보지 않는다는 것이 그 첫째 이유입니다. 이와는 달리 자기나 남의 공동선을 위해서 산다는 뚜렷한 목적 의식을 가지고 나아가는 삶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누구나 좀더 고귀한 삶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비록 자기는 그런 삶을 못살고 있는 사람일지라도 어떤 본성적인 동경심을 갖는 것만은 틀림이 없습니다. 요컨대, 본능적인 차원의 무의식적인 삶보다는 뚜렷한 의식을 가진 정신적인 차원의 평화스런 삶, 또한 나만의 이기적 행복이 아니고 이웃과 더불어 공동선을 이룩하는 삶을 지향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 서정수, "삶의 목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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