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통일성의 원리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고 또 그런 원리가 지켜진 단락과 그렇지 않은 단락을 견주어 보았다. 그러면 통일성이 있는 단락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음 몇 가지 요령을 익혀 두면 통일성있는 단락을 이루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첫째로, 통일성있는 단락을 이루려면 소주제를 되도록 한정된 개념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면, "감각의 발달"이라는 소주제보다는 "후각의 발달" 따위로 좀더 작은 개념으로 정해서 다루는 것이 통일성을 이루기가 쉽다. 전자와 같이 정하면 "모든 감각의 발달"에 관해서 서술해야 하기 때문에 뒷받침문장들을 한 곳으로 집중시키기가 어려워진다. 그러나 후자와 같은 개념으로 정하면 그 중에 후각 한 가지에 대해서만 다루므로, 다음 예문에서처럼 통일성있는 글을 이루기가 비교적 쉽고 초점이 선명하게 될 수 있다.
[보기]
돼지는 후각이 빼어나게 발달되어 있다. 멧돼지는 몇십 리 밖에 있는 포수의 화약 냄새를 맡고 일찌감치 도망해 버릴 정도로 후각이 발달되어 있다. 집돼지도 마찬가지로 냄새 맡는 기능이 매우 발달되어 있다. 예를 들면, 제새끼와 다른 새끼를 구별하는 데나, 주인과 남을 구별하는 데에 주로 후각을 사용한다. 다른 동물이 침입했는지, 먹이가 들어왔는지를 알아차리는 데도 주로 후각을 이용한다. 발정 시기에 암,수 돼지가 서로 접근하는 것도 주로 냄새 맡는 기능에 의한다.
-- 윤화중, "돼지의 신세" 중에서
둘째로, 소주제는 되도록 단일 개념으로 정하여야 통일성을 이루기가 쉽다. 가령, 소주제를 "그리움과 한(恨)"과 같이 복합 개념으로 정하는 것보다는 "그리움" 또는 "한"과 같이 단일 개념으로 정해서 다루는 것이 통일성을 이루기가 쉬운 것이다. 두 개념보다는 한 개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집중력이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다음 보기를 살펴 보자.
[보기]
한국은 "그리움의 나라"다. 한국 사람은 어느 민족보다 "그리움"이 강렬한 문화 민족이다. 삶의 보람도 그리움에서 나오고, 슬픔의 달램도 그리움에서 나온다. 지난날의 시간 속에 아름다운 그리움의 감정을 불어넣은 천재들이 한국 사람이다. 그리움을 버린다고 하면, 한국 사람은 삶을 버리는 것과 같고, 그리움을 벗기면 이 땅 위에서 한국 사람은 없어지는 셈이다. 가난을 달래는 힘도 그리움에서 나오고, 괴로움을 달래는 힘도 그리움에서 나오는 것이다. 살아서도 그립고, 죽어서도 그립다. 슬픈 일이거나 괴로운 일이거나, 즐거운 일이거나 궂은 일이거나 한결같은 리듬으로 맑은 하늘을 우러러보면서, 슬픔에도 애통하지 않고 즐거워도 뛰지 않고 살아가는 밑바닥의 힘이 그리움에 있었던 것이다. 세계 인류 문화사에 던질 수 있는 한국의 얼은 이 "그리움"에 있다.
-- 려증동, <국어 교육론> 중에서
소주제가 복합 개념일 때에는 두 가지를 다 뒷받침하여야 통일성이 이루어진다. 한 가지만 뒷받침하고 딴 것을 그대로 두면 안 되는 것이다.
[보기]
시는 회화성과 음악성을 지닌다. 시의 회화성이란 시어가 생성하는 아름다운 이미지를 말한다. 이는 우리가 시를 읽을 때 마음 속에 떠 올릴 수 있는 갖가지 심상 곧 마음의 그림이다. 시의 음악성이란 시의 운율을 말한다. 우리는 시를 읽을 때 산문에서는 맛볼 수 없는 음악적인 율동감을 느낀다. 물론 시의 이런 속성이 여느 회화나 음악과는 다른 바가 있으나 그 본질에서는 공통된 면이 있다.
위에서 보듯이 소주제가 두 개념으로 이루어질 때에는 그 둘을 같은 비중으로 다루어야 통일성이 유지 되는 것이다. 가령, 회화성만 다루고 음악성은 소홀히 한다든지 하나는 길게 다루고 하나는 간략히 다루면 균형이 소주제와 뒷받침의 어울림에 균형이 깨져 통일성이 유지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두 개념의 소주제를 한 단락에서 다룰 경우란 위의 보기에서처럼 소주제를 간단히 다루고 넘어갈 때에 한정되는 것이 보통이다. 둘다 자세히 다루자면 단락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두 개념을 간단히 다루고 넘어 갈 경우에 한해서 복합 개념의 소주제를 다루고 그렇지 않을 때에는 거개의 단락은 단일 개념의 소주제를 다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다음에서와 같이 서로 관련된 두 개념을 한데 묶어서 다루는 것이 편리할 때가 있다. 그럴 경우의 두 개념은 서로 보완적 성격을 띠고 있어서 둘이 합쳐서 한 개념을 이룬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보기]
시인은 음악가와 심리학자라는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 부류는 언어의 음악성을 다루는 자이다. 그들은 소리를 동시에 또는 연이어서 내게 할 줄을 안다. 그들은 소리와 이미지를 조화하기도 하고 정열의 율동과 번개 같은 위트를 구사해서 낡은 재료 속에서 놀라운 효과를 끌어낸다. 키케로류의 시인들, 풍자 시인, 서정시인, 만가 시인들이 그 보기이다. 한편으로 심리학자 부류들은 언어를 본질적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고 그것을 사물에 적용함으로써 비상한 효과를 낸다. 극 시인들이 이 부류에 든다. 시인들은 이 두 쪽을 다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대개 어느 한 쪽으로 더 기울어져 있다.
위 글의 소주제는 음악가와 심리학자의 두 개념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시인의 속성을 갈라서 얻은 두 개념으로서 서로 얽힌 것이라 보는 것이다.
다음 <보기>는 서로 맞서는 두 개념이 소주제가 되고 있는데 그 맞서는 면에 초점을 두고 있기에 한 소주제문으로 처리한 것이다.
[보기]
고마우면서도 매우 짜증이 나는 것에 이발이 있다. 시간은 이미 한 시간이나 지났는 데도 이발소 아저씨는 그칠 줄 모르는 정성을 들여 머리를 가꿔 주고 있다. 이렇게 소중히 가꿔 주는 고마움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지리함이 억눌린 불평이 방금이라도 폭발할 듯하다. 이미 한 시간하고도 15분이나 지났으니 말이다.
-- 김정흠, "이발 유감"
위와 같은 경우에 두 개념을 따로 떼어서 다루면 오히려 초점이 흐려질 수 있다.
다음 보기도 두 가지 면을 서로 관련지어 서술한 경우이다.
[보기]
일반 국민의 문자 생활에서는 한글 전용(專用)이 가능하고 또 당위성(當爲性)을 갖는 것이 아닌가 한다. 위에셔 본 바와 같이 오늘날 신문이 고유명사의 표기를 제외하면 거의 한글 전용으로 되어 있고 대중(大衆)을 상대한 잡지와 일반 간행물의 경우도 비슷한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민간과 당국이 조금만 노력을 한다면 한글 전용은 이루어지게 되어 있다. 모든 국민들에게 문화를 고루 나누어 갖게 하기 위하여, 또 능률적인 문자 생활로써 문화 발달을 촉진시키기 위하여, 그것은 바람직한 것이다. 노력이란 우선 고유명사의 모든 표기를 한글로 하는 일이다. 벽자(僻字)는 물론, 이른바 상용 한자까지도 한글로 바꾸어 표기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 안병희, "한자 문제에 대한 정책과 제설" 중에서
위 단락의 소주제는 한글 전용의 "가능성과 당위성"을 서로 관련지어 다루고 있다. 이 두 개념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으므로 복합적으로 다루어질 만하다.
셋째로, 소주제문은 되도록 간결해야 통일성을 이루기가 쉽다. 소주제문은 단락의 소주제를 문장 형식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런 소주제문은 소주제를 밝히는 것이 첫째 목표이기 때문에 다른 복잡한 수식어 따위를 피하고 소주제만이 가장 잘 드러나도록 하여야 한다. 이를테면, 신사임당에 관해서 글을 쓸 경우 그분이 지닌 "시적 재능"을 소주제로 한다면 다음 (가)처럼 간결한 소주제문이 바람직하다.
(가) 신사임당은 훌륭한 시적 재능을 지녔다.
(나) 우리 역사에 가장 위대한 여성의 한 분인 신사임당은 위대한 시적 재능을 지녔다.
그와는 달리 (나)와 같이 소주제문을 만들었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신사임당 앞에 기다란 수식어가 붙어 소주제의 표현 효과가 오히려 약화되었다. 또한 신사임당이 "위대한 여성"이라는 점에도 비중을 둠으로써 소주제의 표현 강도가 상대적으로 희미해졌다.
소주제문에 대한 수식은 다음에서처럼 뒷받침으로 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 신사임당은 위대한 시적 재능을 지녔다. 신사임당은 우리 역사에 가장 위대한 여성의 한 분이거니와 그분이 남긴 시를 보면 여성으로서는 가장 훌륭한 시인임을 알 수 있다.
곧 (다)에서처럼 소주제문을 먼저 간결하게 내세우고 그 밖에 덧붙이고 싶은 것이 있으면 문장을 달리하여 뒷받침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하면 이중 효과가 있게 된다. 소주제가 간결하게 드러남과 함께 그 뒷받침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요컨대, 소주제문은 되도록 간결하게 표현하고 덧붙일 사항들은 딴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저것을 한 문장에 담아서 표현하려는 데 문제가 있다.
다음 <보기>에서도 소주제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 까닭은 위의 경우와 비슷하다.
[보기]
욕구 그 자체를 "惡"(저열한 것)으로 보는 금욕주의적 도덕은 양(洋)의 동서를 막론하고 도덕의 영역에서 지배적 전통을 계승해 왔기 때문에 오늘날 사회의 고도 산업화가 초래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물질적 풍요성으로 근본적 동요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깊고 강한 뿌리를 박고 있다 하겠다. 동양에서는 "아집(我執)"을 제거하는 데 구제의 길을 찾는 뜻에서 욕구방기(欲求放棄)를 설파하는 불교가 있고, 노장(老莊)의 철학은 "무듧(無慾)"을, 유교도 역시 사욕(私慾)"을 떠난 봉공(奉公)을 덕으로 설파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전통적인 멸사봉공주의적(滅私奉公主義的) 도덕 교육을 받아 온 구세대는 금욕(禁慾)을 도덕의 대명사인 것같이 착각하게 되었던 것이다. 한편 서양에서도 희랍 이래, 이를테면 플라톤은 감성적 욕구가 구하는 물질적 가치를 버리고 이성적 인식이 구하는 정신적 가치를 강조하였던 것이고, 특히 스토아 학파는 극기(克己)라 일컬을 정도로 일체의 욕구에 마음을 동요시키지 않는 무감동(無感動)을 이상으로 하면 그것이야말로 욕구에 사로잡힌 부자유한 자기를 극복하며 자유인으로서 사는 길이라는 도덕론을 가장 엄격한 금욕주의의 형태에서 전개하였던 것이고, 더구나 이것이 금욕주의의 자기 부정의 사상과 결부되어 기독교가 지배적이었던 오랜 역사를 통해서 "금욕(禁慾)," "과욕(寡慾)"을 덕으로 생각하는 도덕 의식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면면되고 있다.
-- 김종호, "욕구(欲求)"
위 단락의 소주제는 "금욕주의적 도덕의 면면성"이라 할 수가 있다. 이 소주제는 단락의 첫문장과 마지막 단락에 드러나 있다. 그런데 그것을 규정한 소주제문이 뚜렷하지 않다. 특히 첫문장이 소주제문이라 할 경우에 그 복잡성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래서 글 내용을 다 읽고도 한참 살펴 보아야만 겨우 요지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렇지만 만일 앞부분을 다음과 같이 고쳐 본다면 양상은 훨씬 달라 질 것이다.
[보기]
금욕주의적 도덕은 여전히 깊고 강한 뿌리를 박고 있다. 욕구 그 자체를 악으로 보는 금욕주의적 도덕은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도덕의 영역에서 지배적 전통을 계승해 왔다. 그러기 때문에 오늘날 사회의 고도 산업화가 초래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물질적 풍요성으로 말미암아 그 도덕관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는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동양에서는 ....
이상과 같이 소주제문을 간결하게 내세우고 그 밖의 사연들은 그 뒷받침 문장으로 활용하여 소주제를 펼쳐 나간다면 훨씬 초점이 선명히 드러난 글이 될 것이다.
네째로, 통일성을 이루려면 무엇보다도 목표하는 소주제만을 집중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곧 그 소주제를 펼치는데 관계있는 내용의 뒷받침문장들만을 늘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보기]
우리는 두뇌 운동의 방법을 실천하여 뇌졸증에 걸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뇌의 운동에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을 읽고, 외우고, 글을 쓰고, 사색을 하는 것이다. 매일 규칙적으로 독서를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뇌의 운동이라는 말이다. 성경을 읽고 외우고, 기도 드리는 생활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도 가장 좋은 뇌의 운동이 된다. 또 한가지의 뇌 운동 방법은 손가락을 운동시키어 뇌의 혈액 순환을 잘되도록 하는 것이다. 손가락을 밖에 나와 있는 뇌라고 형용한 사람도 있을 정도로 손가락과 뇌의 운동은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그러니 손을 움직여서 작업을 하면 뇌도 활동하게 되는 것이다. 기도를 외울 때 묵주를 세는 것도 뇌의 운동이 된다. 졸음이 올 때에는 손가락의 맥이 풀리며, 긴장하면 손가락에 힘이 생기는 것은 누구나 다 경험하는 바이다. 우리 조상들도 옛부터 그런 관계를 알고 있어서 호두 비슷한 가래 씨앗을 두 개 거머쥐고 손바닥에서 굴리면 건강에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와 같이 우리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뇌의 운동을 촉진시켜 뇌졸증을 예방하여야 하는 것이다.
-- 홍문화, "머리운동과 건강" 중에서
위 글의 요지는 첫 문장에 나타난 대로 "우리는 두뇌 운동의 방법을 실천하여 뇌졸증에 걸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소주제를 미리 작정하여, 그것도 맨 앞에 내걸어 놓고 집중적으로 풀이하여 뒷받침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 글을 읽는 이는 누구나 그 요점을 쉽사리 파악할 수가 있다.
다음 글은 필자가 평소에 지니고 있는 인생관의 일단이 주제로 되어 있다.
[보기]
이 세상에서 참 뜻있게 산 사람이란 다른 사람을 위해 사는 사람을 가리킨다. 자기의 가진 지식, 경험, 재능, 재물 그리고 시간을 자기만을 위해 쓰지 않고, 자기 것으로 남을 위해 보람있고 뜻있게 사는 사람들을 우리는 참으로 값있게 산 분이라 말한다.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인류에게 큰 공헌을 한 분들은 언제나 자기 평안과 안전을 떠나 모험적이고 남을 위한 삶을 산 분들이다. 자기 안전과 행복만을 추구하는 삶은 아무도 뜻있는 삶이라 하지 않는다. 그런 삶은 사실상 실패한 인생이다. 사실상 자기를 위해 산 인생은 별다른 재미도 기쁨도 없다. 자기 것을 가지고 자기만을 위해서 쓴다면 아무도 그를 칭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자기 것을 가지고서 자기를 위해 쓰면 거기에는 자기만의 기쁨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남과 함께 살고, 남을 위해 사는 삶에서 참된 기쁨과 보람이 있음을 우리는 실감한다. 행복이란 내가 남에게 줄 수 있을 때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세상의 누구도 자기 혼자 살면서 나는 행복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 살면서 나는 행복하다고 한다면 그는 무엇인가 잘못된 사람이다. 사실 사람이란 본성적으로 어떤 관계에서만이 보람을 느끼고 기쁨을 얻고 행복해지는 것이다.
--조덕현, "마지막 승자(勝者)"에서
위 글의 주제는 첫문장에 나타난 대로 "참뜻이 있는 삶은 남을 위한 삶"이다. 이 주제는 필자가 평소에 지니고 있는 소신과 관련된다고 여겨지는 만큼, 여러 가지 각도에서 그것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곧 글의 모든 내용이 하나의 초점으로 집약되고 있어서 요지가 분명히 드러나고 있을 뿐 아니라 상당한 설득력을 드러낸다. 그러나 다음 보기에서처럼 뒷받침 서술을 하는 과정에서 소주제와 관련없는 딴 내용이 끼어 들어서는 통일성이 깨뜰어지고 만다.
[보기]
개는 어린이를 보호하도록 훈련시킬 수 있다. 이런 훈련을 시키는 첫 단계는 개로 하여금 어린이는 연약하다는 것을 알아차리도록 하는 일이다. 훈련자는 개가 지켜보는 데서 여러가지 어려움을 무릅쓰고 어린이를 구하는 시범 행동을 한다. 그런 행동을 되풀이하다가, 어린이를 구하는 작업의 마지막 순간에 일부러 머뭇거린다. 개가 그 일을 수행하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다. 영리한 개는 바로 그것을 눈치채고 그 일에 뛰어들게 되며, 그때부터 어린이 문제에 대하여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그렇게 되면 훈련자는 어린이가 부닥칠지도 모르는 여러가지 위험한 상황을 만들어 놓고 개를 본격적으로 훈련시킨다. 이를테면, 찻길에 뛰어든 어린이, 높은 곳에 올라간 어린이, 길잃은 어린이, 또는 물건을 잃은 어린이들을 도와 주는 일들을 개에게 훈련시킨다. 그러한 훈련으로써 영리한 개는 어린이의 어머니보다도 더 나은 보호자가 될 수 있다. 요즈음 개 훈련자는 인기를 끌고 많은 수입을 올린다. 부모들이 어린이를 돌볼 시간이 적기 때문이다.
-- 후론 윌리스, "단락 전개의 방법" 중에서
위 단락에서 대부분의 뒷받침문장들은 첫머리의 소주제문을 집중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마지막의 두 문장은 소주제와 동떨어진 내용이 되어 통일성을 깨뜨리고 있다. 이것은 아마도 필자가 마지막에 가서 소주제문을 잊어버린 데서 나온 실수일 것이다. 이러한 실수는 소주제를 집중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생각이 철저하지 못한 데서 나온 것이다.
다음 단락은 소주제문과 뒷받침문장들이 일치를 보이지 않는다. 소주제문의 제시에도 문제가 있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문장들도 그런 일치를 의식하고 선택하지 못하였다.
[보기]
물은 생명의 원천이며 인류 문명의 근원이다. 사람을 포함해서 지구상에 사는 모든 생물의 주요 성분은 물이다. "물은 만물의 근원이며 삼라만상을 길러낸다."고 한것은 옛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였다. 현대의 과학자들은 어느 혹성에 생물이 사는가를 알기위해서는 먼저 그 곳에 물이 존재하는가부터 알아본다. 모든 생물은 물없이 살수 없기 때문이다.
-- "지평선," <한국일보>
위 글의 소주제문이 첫 문장이라고 할 적에 뒤따르는 문장들과 일치되는 부분은 "생명의 원천"이라는 부분 뿐이다. 뒤의 문장들은 주로 생명과 관련된 이야기이고 "인류 문명의 근원"이라는 점은 직접 설명하지 않았다. 소주제문을 바꾸어서 한 가지로만 줄이든지 아니면 뒷받침에서 두 가지를 다 해설하는 방식으로 하든지 해야 통일성이 지켜진다. 더구나 윗글의 둘째 단락인 다음 보기에서는 하나의 소주제를 중심으로 펼치지 않고 있어서 통일성을 찾기가 힘들다. 어느 것이 소주제요 핵심인지 알 수 없게 되어 있다. 너무나 여러 가지를 한 자리에 늘어 놓고 간단히 언급하고 넘어 갔기 때문이다.
[보기]
물은 두 가지 기체 원소로 되어 있다. 하나는 아주 가벼운 수소이고, 다른 하나는 그보다 무거운 산소다. 물은 빛깔도, 맛도, 냄새도 없다. 물은 땅속에도 있고 바위 속에도 화합물로서 들어있는 수가 있다. 물은 여러가지 물질을 잘 녹여주기 때문에 자연계에 있는 물은 순수한 물이 아니다. 99.35%가 바닷물이다. 인류는 나머지 0.65%의 적은 물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같은 소량의 물을 수자원으로 잘 활용하는 나라는 선진국이고 그렇지 못한 나라는 후진국이다. 예나 이제나 치수가 치국의 근본이다.
-- "지평선," <한국일보>
물의 성분 원소, 물의 화학적 속성, 물의 소재, 물의 용해 기능, 물의 분포, 물의 이용 등 물에 관한 모든 것을 백과 사전식으로 거론만 하고 넘어 갔다. 이런 글의 소주제는 "물의 여러 가지 특성" 따위로 넓게 잡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광범위한 속성을 한 단락에 담아서 서술하면 초점이 선명한 글이 될 수 없다. 이렇게 여러 속성들을 다루려면, 여러 개의 단락으로 나누어 각 단락 별로 한 두어 가지의 관련있는 속성을 소주제로 내세우고 집중적으로 서술해야 통일성있고 핵심있는 글이 된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이 시도해 볼 수가 있을 것이다.
[보기]
물은 두가지 기체 원소로 이루어진 화합물로서 무색, 무미, 무취의 속성을 가졌다. 그 두 가지 기체란 다 아는 바와 같이 아주 가벼운 수소와 그보다 무거운 산소이다. 이 두 가지 원소는 화학적 변화를 거쳐 제 3의 물질인 액체가 형성된 것이다. 이 액체는 그 자체로서 빛깔도, 맛도, 냄새도 없다. 그것이 파랗게 보인다든지, 물맛이 좋다든지, 악취가 난다든지 하는 것은 거기에 포함된 다른 성분 때문에 드러나는 현상일 뿐이다. 우리 인류가 쓰고 있는 물은 극히 적은 량이다. 물은 바다, 호수, 강 따위에는 말할 것도 없고, 땅속이나 바위 속 그리고 동물이나 인체 등에도 존재한다. 그런데 그 중에 바다에 있는 물이 99.35%나 차지하고 우리 인간은 나머지 0.65%만을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물을 수자원으로 잘 활용하는 나라는 선진국이 되고 그렇지 못한 나라는 후진국으로 된 것이다. 예나 이제나 치수가 치국의 근본이 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
HOME > 
통일성을 이루는 방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