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화의 순서로 단락을 전개하려면 앞 부분에 소주제문을 제시하고 그 뒤에 그것을 풀이, 합리화, 또는 예시하는 따위의 문장들을 순리적으로 늘어놓도록 한다. 다음 예문에서는 상당히 포괄적이거나 추상적인 개념의 소주제문을 구체화의 순서로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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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는 한반도 전역이 그 본거지이지만 세계의 여러 지역에 널리 퍼져 있다. 오늘날 한국어는 한반도 이외에 우리 나라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이주해 사는 만주, 시베리아, 일본, 미국 등에서도 상당히 많이 사용되고 있다. 남한에서 4천만, 북한에서 2천만, 그리고 만주 쪽이 100만, 일본 60만, 미국 60만, 시베리아 수십 만 등 사용 인구도 세계 20위 이내에 들 정도로 상당히 많다. 만주에서는 우리 나라 사람들만 다니는 학교가 따로 있고 교과서도 한글로 만들어 쓰며, 시베리아에서도 한글로 신문을 만들 정도로 우리말이 잘 이어져 가고 있다 한다. 미국에서도 로스 안젤레스 같은 곳은 많은 교민(僑民)이 집단적으로 살고 있어서 한글로 된 간판이 즐비한 한국인촌(Korea Town)을 형성하고 있으며, 따라서 국어 보존이 잘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본에서는 교민이 많은 데 비해 국어가 2세까지 이어지는 비율이 낮은데 이도 앞으로 우리 나라에 대한 일본인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일본에서의 교민들의 지위가 높아짐에 따라 차츰 사정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익섭, "한국어의 분포" 중에서
위 글은 한국어의 분포 상황이라는 일반 사항을 구체적으로 풀이하고 있다. 구체화의 순서란 바로 이런 것을 말한다.
다음 예문은 우리 나라 사람들의 "기분적 성향"이라는 일반적 사항을 구체적으로 풀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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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이 기분적인 성향이 농후함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는 수없이 "기분"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기분 나쁜데...," "기분 좋은데. ..," "기분 잡쳤어!," "그건 기분 문제야" 따위 말을 입버릇처럼 뇌까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말이 "기분적"으로 쓰이는 것과 발맞추어 행동 또한 기분에 좌우되는 일이 많다. 가령, 단체에 기분적으로 가입했다가 기분적으로 탈퇴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단체의 목적을 신중히 검토하여 가입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의 권유나 일시적 기분으로 가입하는가 하면, 또 사소한 일로 기분이 상하면 금방 탈퇴하고 마는 군상이 부지기수다. 우리 겨레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속단(또는 졸속)이나 극단주의의 버릇도 사실은 이 기분적 성향 때문이다. 직감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기분의 속성은 속단을 낳게 마련이며, 기분이라는 감성은 항시 격앙되기 쉬운 것이기에 극단에 흐르기 십상인 것이다.
--조용란, "감성주의'
위의 예문은 풀이, 합리화, 예시 등의 뒷받침문장들을 적절히 배열하여 추상적인 소주제문을 누구나 납득할 수 있도록 구체화하고 있다. 위에서 우리는 소주제문이나 그와 관련된 뒷받침문장을 구체적 으로 풀이하는 경우를 보았거니와, 그 한 요령은 다음과 같은 접속 어구를 속으로 되뇌이거나 명시적으로 쓰는 것이다.
곧, 즉, 다시 말하면, 바꾸어 말하면, 다른 말로 말하면
이런 접속 어구는 동일한 내용을 다른 말로 나타낸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내용적인 동일성을 나타낸다. 따라서 이것들은 뒤따르는 뜻 풀이가 딴 뜻이 되지 않도록 하는 길잡이 구실을 한다. 뜻풀이 문장을 쓸 때마다 이 접속어를 생각함으로써 동일 의미의 것을 마련해 갈 수가 있다. 다만, 모든 문장을 덧붙일 때마다 그런 접속 어구를 글 가운데 드러낼 필요는 없고 속으로 되뇌이기거나 가끔 필요할 때만 그것을 표면화시키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접속 어구를 글 가운데 드러낼 때에는 언제나 동일한 내용의 문장을 배열할 경우에만 쓰도록 하여야 한다. 다음 보기와 같이 그런 접속 어구를 드러내면서 딴 내용의 문장을 연결하는 것은 비논리적인 것이다. "즉"이라는 접속 어구를 썼지만 그 앞과 뒤가 동일 내용이라고 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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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우리는 균형 잃은 국가 발전의 모습을 본다. 즉, 전통과 변화의 마찰이 새로운 형식주의를 낳았고, 또한 편재된 물질의 풍요와 공허한 인간 정신의 무기력 때문에 개체와 전체가 혼돈되는 "자유로부터의 도피"가 전개된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역사가 그 가치를 보증하는 안정과 질서인 것이다.
--김영훈, "보수적 반성" 중에서
또 한가지 주의할 일은 구체화란 일반 명제의 뜻을 쉽게 풀이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주제문의 구체화하려면 그것을 어떻게든지 좀더 쉽게 풀어서 독자로 하여금 쉽사리 접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더 어렵고 추상적인 표현이 된다면 뜻 풀이는 역효과를 낼 뿐이다. 가령, 다음과 같이 뒷받침문장이 소주제문보다 오히려 더 알기 어려운 것이 된다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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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입헌주의적 헌법으로 불리우는 근대 헌법의 본질적 구조는 "모순과 조화의 논리"에 의하여 지배되고 있다. 불란서 인권 선언 이후 근대적 헌법의 구조가 슈미트의 이른바 분할 원칙을 의미하는 기본권 제도에 의하여 국가 권력의 구성 영역과 개인의 자유 영역으로 이분되어 있는 것이 그 본질적 징표로 간주되고 있는 것과 같이, 그 국가 권력의 구성에 있어 서로 근대 국가의 헌법은 전혀 그 논리를 달리하는 두 개의 원리 곧 국민 입법의 원리와 권력 분립의 원리에 의하여 이분되어 있는 것이 그 특징으로 되어 있다.
--한태연, "권력 분립과 대한민국 헌법" 중에서
첫째 문장을 소주제문으로 볼 때에 뒤따르는 문장은 그것을 뜻풀이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풀이가 문제를 좀더 쉽게 만드는 효과를 내지 못하였다. 더욱더 추상적인 내용을 모호하게 늘어놓고 있는 느낌이다. 물론 전문가를 상대로 한 글이기 때문에 그런 서술이 되었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더 구체적인 풀이를 한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다. 어느 경우든 어렵고 추상적인 명제는 쉽고 구체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다음에는 소주제문의 내용을 합리화하여 펼치는 경우를 살펴보기로 한다. 이것은 일종의 논술법으로서 소주제문이 보여 주는 명제가 과연 옳은 내용이며 타당한 주장인지를 밝힐 필요가 있을 때 이 방식이 쓰인다. 예를 들어, 소주제문이 "대기 오염은 심각한 문제다"라는 명제라면 그 근거를 대주는 따위다. 말하자면 "왜 그 러냐?" 하는 의문을 풀어 주는 태도로 글을 펼치는 것이다.
소주제에 대한 자세한 풀이만으로 그치지 않고 그 타당성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논술적인 전개 방식인 것이다. 첫머리에 제시된 소주제문을 합리화 방식으로 펼치는 한 가지 요령은 다음과 같은 접속 어구를 속으로 되뇌이면서 한 문장, 한 문장을 이어가도록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까닭은, 그 이유는, 그 원인은
이런 어구는 한 문장 한 문장을 이어 갈 때마다 속으로 되뇌이면서 근거 제시 문장을 이끌어내는 실마리로 삼으면 합리화 방식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런 어구가 각 문장의 앞에 표면화될 필요는 없다.
다음 보기에서 이유를 나타내는 문장 앞에는 위에 보인 접속 어구 중에 알맞은 것을 골라서 괄호 안에 표시하고 있다. 또 이들 이유를 나타내는 각 문장을 다시 풀이하는 경우에는 풀이 방식에 쓰이는 접속 어구를 괄호 안에 표시하고 있다. 이는 전개 과정에서 접속 어구를 속으로 되뇌이면서 문장들을 이어가는 요령을 보이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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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은 바보 상자라 할만한 점이 분명히 있다. (왜냐하면) 텔레비전은 우리가 조용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 곧 고독의 시간을 빼앗는다. (풀어서 말하면) 고독의 시간은 우리를 쓸쓸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우리의 독자적인 생각을 많이 할 수 있게 만드는 기회가 된다. 그런데 텔레비전은 여러 오락과 흥미거리를 가지고 우리를 유혹함으로써 그 앞에 멍하게 앉아 있게 만든다. 또 (왜냐하면) 텔레비전은 우리로 하여금 스스로 탐구하고 창조하는 힘을 약화시킨다. (풀어서 말하면) 텔레비전은 온갖 지식과 새로운 정보들을 안방에까지 가져다 주는 충실한 하인과 같은 구실을 한다. 이런 봉사적인 면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서 우리는 스스로 새로운 지식을 찾고 탐구하는 일에 게을러지게 된다.
위 글에서는 주제문(첫문장)이 제시하는 주장을 합리화하는 근거를 두 가지로 내세우고, 각기 뒤따르는 문장으로 풀이를 하여 전개하고 있다. 이렇게 합리화의 근거를 다시 풀이하는 것은 독자를 충분히 납득시키는 효과를 낸다. 그래서 합리화 방식으로 전개하는 경우에는 풀이 방식이 흔히 곁들여진다.
위 보기에서 보는 것처럼 합리화 서술로 글을 펼칠 경우란 그런 주제문을 내세우는 근거를 밝혀야 할 경우이다. 이를테면, "텔레비젼은 바보 상자라 할 만하다"라는 주제문을 내걸었을 때, "왜 그러느냐?"고 하는 반문이 예상될 것이다. 그러한 "왜?"를 말해 주고자 하는 것이 합리화 곧 논술법의 방식인 것이다.
일반으로 합리화로 전개되어야 할 주제문의 보기를 든다면 다음과 같다.
(1) 요즈음 우리 사회가 국어를 깔보는 풍조에 물들어 있다.
(2) 책은 다독보다는 정독을 해야 한다.
(3) 글은 말하듯이 써야 한다.
(4) 사람은 먼저 겸손하고 볼 일이다.
(5) 나는 흘러간 노래를 좋아한다.
(6) 그는 그 여자를 단념했다.
(7) 학교는 왜 다니는가?
이런 내용이 주제문으로 나타날 경우는 거의 그 까닭을 대주지 않으면 안된다. 곧 자기 나름대로 옳다고 생각하는 근거를 말해서 독자를 납득시켜야 한다.
다음 보기는 위의 첫째 명제 (1)을 주제문으로 하여 전개한 글이다. 주제문을 뒷받침하는 자신의 의견(이유)이 여러 면에서 드러나고 있다.
[보기]
솔직히 말해서 우리 사회가 온통 국어 경시 풍조에 물들어 있다고 해서 틀린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어릴 때부터 국어에 대한 사랑이라고는 찾을 길이 없는 환경 속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국어 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크게 효험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오염된 언어 문화 속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무엇이 참 국어인지조차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집안에서부터 일상적인 국어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우리 주변에서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바른 말을 애써 가르쳐 주는 가정이 그리 흔치 않다. 어린이가 잠자는 베개맡에서 우리 동요나 동시를 조용히 읽어 주는 자상한 한국적 어머니는 이제 찾기 힘들게 되었다. 또한 국어 교육은커녕 어른들의 일상 언어가 거칠고 외국어를 함부로 입에 오르내리고 있으니 그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국어를 어떻게 존중하고 사랑할 수가 있겠는가? 게다가 조기 외국어 교육까지 실시한다고 외국어만을 다투어 습득시키고 있으니 국어 사랑의 뿌리는 점점 내릴 땅을 잃어 가고 있다.
-- 김덕, "우리말 사랑과 정치" 중에서
위의 보기에서처럼 자기 나름으로 타당성이 있다고 여기는 이유를 가지고 주제문을 뒷받침하는 것이 합리화 방식이다. 물론 그 이유가 누구나 공감하고 수긍할 수 있는 것일수록 그 뒷받침의 효과는 커진다.
다음 보기도 자신의 평소 소신에 입각한 견해를 가지고 쓴 글이다. 말하자면 자기의 주장을 자기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합리적으로 펼친 것이다.
[보기]
어린 아이는 스스로 독자성을 깨닫고 개발하도록 길러져야 한다. 어린 아이는 어느 한쪽 부모의 복사판이 아니다. 그는 부모라는 집에 곁붙여진 방이 아니다. 그의 삶은 자신에게 가장 알맞는 딴 집이다. 이 집은 스스로 설계하고 꾸미고 가꾸어 나가야 한다. 단순히 부모의 취향이나 뜻에 맞는다는 이유로 그에게 맞지 않는 `삶의집'이 강요되어서는 안 된다. 부모들은 자기들의 행동을 자식이 얼마나 잘 따르고 있는가, 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 자식이 얼마나 관심을 보이는가, 또는 그들이 만들어 준 계획을 자식이 얼마나 열성으로 받아들이는가, 이런 척도에 따라 자식에게 애정을 줬다 뺏었다 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도 부모는 자식이 자신을 발견하는 일을 도와 주고, 자아 실현을 위한 첫 시도를 긍정적으로 뒷받침해 주고, 자신이 지닌 잠재력을 일깨워 북돋아 주어야 한다. 마침내 자식이 훌륭한 인격체를 스스로 이루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에 그쳐야 한다. 이렇게 되어야만 자식은 독립적인 인간이 되고 자기의 삶을 스스로 가꾸고 거두어들이는 보람을 느끼게 될 것이다.
-- 외지에서
위 글도 글쓴이의 의견(이유)만으로 펼쳐지고 있다. 이런 "의견"은 그 객관적 타당성이 문제시 될수 있다. 교육관이나 그 밖의 관점에 따라서는 다른 의견도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든 자기 나름대로 가장 타당하다고 여기는 견해를 제시하여 뒷받침하면 어느 정도까지는 다른 이의 마음을 움직일 수가 있다.
다음 보기에서처럼 소주제문을 앞에 내세우고 조사 자료를 가지고 확고히 뒷받침하는 것도 일종의 합리적인 뒷받침 곧 논술법이라 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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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신문의 한글 전용은 오늘의 기준에 비추어 보아도 너무나 철저하였다. 제1권에서는 한자가 한 자도 나타나지 않다가 그 마지막 호(116호)에 <世昌洋行>이 처음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것은 광고란에 있는 것이요, 본문에는 한 자도 없다. 이 신문의 본문에 나타난 최초의 한자는 2권 68호(1897년 6월 10일) 관보란의 <蔡규석>이었다. 바로 그 다음 호의 논설에는 ...괄호 속에 <大朝鮮芋痲製絲會社>라 쓴 것이 보인다. 이 뒤로 본문에도 한자가 가뭄에 콩 나듯 나타나기 시작한다. 전체로 보아 본문의 한자는 괄호 속에 제한되어 있으며 괄호 없이 쓰인 예는 그 수를 헤아릴 만큼 드물다. 다만 광고란에는 한자가 괄호 없이 노출되어 있다.
--이기문, "<독립신문>과 한글 문화"
위 글은 조사 자료를 귀납하여 얻은 결론을 소주제으로 만들어 첫 머리에 내걸고 뒷받침하는 방식을 보인다.
구체화의 순서와 연역법 : 구체화의 순서에 따른 배열은 연역법의 기본 순서와는 다르다. 연역법에서는 대개 일반적인 명제를 대전제로 앞에 내세우고 그 뒤에 소전제를 거쳐서 결론을 이끌어 낸다. 이 경우에는 마지막의 결론이 소주제문이 되기 때문에 구체와의 순서와는 반대가 되는 것이다. 구체화의 순서에서는 첫머리에 소주제문이 놓이고 그 뒤에 그 근거를 제시하는 뒷받침문장들이 배열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곧 다음의 연역법에 따른 전개 방식은 앞에서 본 구체화의 순서에 따른 전개법과는 대조가 됨을 알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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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기본적인 인권을 가지고 태어난다. 불란서 혁명 이후 이 천부적 인권 사상은 근대 민주 국가의 근본 이념이 되고 있다. 독재 국가들에서는 이 기본권을 짓밟아 온 사례가 있으나, 그런 행위가 끊임없는 저항과 온 세계인의 지탄을 받아 왔다. 이러한 사실은 인권이 얼마만큼 신성 불가침의 것인지를 반증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사람에는 예외가 없다. 선한 사람이든 악한 사람이든, 자유롭게 사는 사람이건 감옥에 갇힌 사람이건, 어른이건 어린이건 차별이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모든 인간은 어떤 경우에도 그 기본 인권을 침해 받을 수 없다. 일시적으로 나쁜 짓을 한 사람이라고 해서, 감옥에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또는 아직 어린 사람이라고 해서 그 인권을 함부로 침해 받을 수는 결코 없는 것이다.
위 글의 첫문장은 대전제를 나타내고 그 뒤의 세 문장은 그것을 풀이하여 뒷받침하고 있다. "그런데"로 시작되는 문장은 소전제이며 그 뒤 문장이 그 내용을 밝히고 있다. 이 소전제는 "그러므로"로 시작되는 결론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구실을 하고 있다. 이 결론이 소주제문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연역법의 배열 순서는 소주제문이 뒤쪽에 놓이므로 구체화의 순서와는 다르다. 그런데 연역법의 글도 그 순서를 바꾸어 결론 곧 소주제문을 맨 앞에 내세우는 수도 있다. 이를테면, 위 보기를 다음과 같이 바꾸어 보이는 경우이다. 이럴 때에는 어떻게 되는지 살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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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은 어떤 경우에도 그 기본 인원을 침해 받을 수 없다. 일시적으로 나쁜 짓을 한 사람이라고 해서, 감옥에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또는 아직 어린 사람이라고 해서 그 인권을 함부로 침해 받을 수는 결코 없는 것이다. 그것은 모든 사람은 기본적인 인권을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이다. 불란서 혁명 이후 이 천부적 인권 사상은 근대 민주 국가의 근본 이념이 되고 있다. 독재 국가들에서는 이 기본권을 짓밟아 온 사례가 있으나, 그런 행위가 끊임없는 저항과 온 세계인의 지탄을 받아 왔다. 이러한 사실은 인권이 얼마만큼 신성 불가침의 것인지를 반증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사람에는 예외가 없다. 선한 사람이든 악한 사람이든, 자유롭게 사는 사람이건 감옥에 갇힌 사람이건, 어른이건 어린이건 차별이 있을 수 없다.
위에서 보듯이 그 결론이 앞에 놓일지라도 연역법의 글은 일반 구체화의 순서와는 얼마쯤 다름을 알 수가 있다. 그 소주제문이 일반화 명제가 못되고 대전제를 바탕으로 한 특수 사실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결국 연역법의 글은 어느 경우에나 순수한 구체화의 순서와는 같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구체화의 순서와 귀납법 : 귀납법으로 전개하는 글은 대개 다음에서 보듯이 일반화된 명제가 단락의 끝에 놓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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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모(歲暮)에 제야(除夜)의 종소리를 듣는다. 양력으로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이다. 우리는 이 새해에 묵은 달력을 거두어 내고 새 달력을 달며, 수첩이나 일기장이나 가계부를 새로 장만한다. 신정을 기준으로 한 삶의 준비이다. 지나간 한해를 아쉬워 하며 마무리하는 망년회도 양력을 기준으로 한다. 세밑 온정이란 말도 양력에만 쓴다. 연하장도 양력을 기준으로 하여 보내고, 근하신년(謹賀新年)이란 말도 양력에 쓰는 것이 상례다. 설날[구정] 방송 프로에서 한 해를 되돌아 보는 행사를 하는 것이 얼핏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이 때문이다. 근하 신년을 썰매 위에 크게 써 붙인 것도 어딘가 어색하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우리에게 설날의 의미는 무엇인가는 다시 음미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날 비로소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의식은 이미 일반적이 아니다. 그것은 휴식의 의미를 가질 수도 없다. 이미 다른 한 해가 시작되어 숨가쁘게 시간이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설날은 우리속에 작은 글자로 숨어 있던 "조상과 가족과 고향과 전통과의 만남"의 의미로 남는다.
--임홍빈, "설날의 의미," <한국일보>(94/2/26) 중에서
위 첫 단락에서 앞 부분의 여러 특수 사실들을 늘어 놓고 그것을 마지막에 귀납하여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런데 그 결론을 단락의 첫머리로 가져 가고 연결 관계를 조정하면 그대로 구체화의 순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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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구정] 방송 프로에서 한 해를 되돌아 보는 행사를 하는 것이 얼핏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근하신년을 썰매 위에 크게 써 붙인 것도 어딘가 어색하다. 그것은 다름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우리는 세모(歲暮)에 제야(除夜)의 종소리를 듣는다. 양력으로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이다. 우리는 이 새해에 묵은 달력을 거두어 내고 새 달력을 달며, 수첩이나 일기장이나 가계부를 새로 장만한다. 신정을 기준으로 한 삶의 준비이다. 지나간 한해를 아쉬워 하며 마무리하는 망년회도 양력을 기준으로 한다. 세밑 온정이란 말도 양력에만 쓴다. 연하장도 양력을 기준으로 하여 보내고, 근하신년(謹賀新年)이란 말도 양력에 쓰는 것이 상례다.
곧 귀납법과 구체화의 배열 순서는 실질적으로 관계가 깊음을 알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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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화의 순서에 따른 단락의 전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