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적 순서에 따른 배열법이란 시간적 순서와 공간적 순서에 따른 배열 이외의 모든 경우를 말한다고 했다. 움직이는 사건이나 겉으로 드러난 모양을 나타내는 경우가 아니고, 추상적인 생각이나 뜻을 나타내는 경우는 모두 논리적 순서에 따르게 된다. 가령, 낱말의 뜻을 풀이한다든지, 사물의 성질이나 기능을 설명한다든지, 일이 일어난 원인이나 결과를 밝힌다든지, 우리의 의견이나 주장을 나타내고 그 근거를 제사한다든지 할 때 쓰이는 것이 논리적 순서에 따른 배열이다. 여기서 "논리적 배열"이란 낱말과 어구 또는 문장을 연결할 때 이치에 어긋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간다는 뜻이다. 앞뒤 어구나 문장이 서로 어긋나거나 모순됨이 없이 순리적으로 이어나가는 것이 논리적 순서에 따른 배열이다.
가령, (가) 글이라는 것은 말을 글자로 적은 것이다. 그러므로 말과 글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고 그 표현 형식만 다르다. (나) 글이라는 것은 말보다 더 중요하다. 그러므로 사람은 글보다는 말을 중요시한다. (가)의 두 문장은 각기 이치에 맞는 내용일 뿐 아니라 서로 순리적으로 연결되었다. 그래서 누구나 이 두 문장의 연결은 거슬림없이 읽는다. 그러나 (나)의 두 문장은 각기 이상할 뿐 아니라 서로 연결하면 더욱 이치에 안 맞는다. 그래서 이런 문장의 연결은 자연스럽게 받아 들여지지 않는다. 논리적 순서에 따른 배열은 (나)와 같은 것을 배제하고 (가)와 같이 이치에 어긋남이 없이 이어가는 것을 말한다.
다음 두 단락을 비교하면서 논리적 순서에 따른 배열의 요령을 익혀 보자.
(다) 우리는 "남잡이가 나잡이"가 되는 예를 흔히 본다. 곧 남을 해치는 것은 결국 자기를 해치고 마는 일이 세상에는 많다. 남을 욕하는 사람은 결국 자기가 욕을 먹게 되고, 남에게 손해를 끼친 사람은 결국 자기도 그만한 손해를 입고 만다.
(라) 우리는 "남잡이가 나잡이"가 되는 예를 흔히 본다. 남을 잡아 주는 것은 결국 나를 잡아 주는 것이 된다. 남을 탓하는 사람은 결국 자기가 욕을 먹게 되고, 남에게 잘 해 준 사람도 결국 자기도 그만한 손해를 보기도 한다.
(다)와 같이 첫 문장에 나타난 바를 구체적으로 풀이하거나 근거를 제시해 가면 논리적 순서에 따른 배열이 된다. 그러나 만일 (라)에서와 같이 서로 관계가 없거나 모순되는 내용을 늘어 놓으면 순리적인 연결이 되지 못한다. 이 경우에는 앞뒤 문장의 내용이 잘못 연결되어 이치에 맞지 않는 내용이 되어 있다. 이런 것은 우리의 상식에 어긋나므로 우리는 그것을 순리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런 배열은 논리적 순서에 따른 연결이 못된다.
다음과 같은 경우는 어떤지 살펴 보자.
[보기 6.16]
속담은 우리에게 삶의 지혜를 가르쳐 주는 일이 있다. 예를 들어,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속은 알 수 없다"라는 속담은 사람의 마음씨나 됨됨이는 여간해서는 알기가 어렵다는 것을 말해 준다. 겉으로 나타난 모습만 보고 또는 몇 마디 말을 걸어 보는 것만으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 속담은 가르쳐 준다. 한편, "물은 건너 보아야 알고 사람은 사귀어 보아야 안다."라는 속담은 그런 경우에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시사해 주고 있다. 사람의 마음 속은 그처럼 알기 어려우니 오래 사귀어 보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 주는 것이다.
--임유종, "우리의 속담"
위의 경우에는 속담을 적절히 이용하여 소주제문을 조리있게 펼치고 있다. 이렇게 순리적인 연결이 되면 단락의 중심점이 뚜렷이 드러난다.
다음 글에서는 주로 "까닭"을 내세워서 소주제문을 뒷받침하는 경우 인데 앞 뒤 관계는 인과 관계로 맺어지고 있다.
[보기 6.17]
우리는 이웃을 사랑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이웃을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령, 내가 이웃을 사랑한다면 그 이웃은 고마움을 느끼고 그 사랑을 갚으려고 할 것이니 결국 내가 한 사랑은 나에게 다시 돌아 오고 만다.
요컨대, 논리적 순서에 따른 배열이란 앞 뒤의 문장이 내용적으로 모순이 없이 순리적으로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이런 논리적 순서에 따른 배열 관계로 단락을 펼치는 예를 더 자세히 살펴 보기로 한다. 다음보기는 첫 문장에 나타나 있는 소주제문을 풀이하는 문장들을 순리적으로 늘어 놓고 있다.
[보기]
우리는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사는 민족"이라는 평을 듣는다. 곧 머리를 써서 깊이 생각하고 사물의 이치를 캐 묻고 따지기보다는 가슴으로 느끼는 따뜻한 정을 더 중시하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느낌 위주의 삶에 젖은 나머지 냉철하게 따지는 일을 생리적으로 기피하는 현상마저 있다. 웬만한 일은 느끼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고 만다. 그런 일을 하게 되는 동기 따위는 따지는 것 자체가 오히려 부질없게 여겨지기 일쑤다. 어떤 이는 우리의 이런 속성을 "뛰고 나서 생각하는 민족"이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 서정수, "생각하는 힘을 기르자" 중에서
위 글의 첫 머리에 나타난 소주제문을 주로 풀이하는 방식으로 전개하였다. 곧 여러 가지로 그 뜻을 풀이하면서 글의 내용을 심화하여 가고 있다. 이처럼 설명하는 글은 의미적으로 밀접한 관련을 가지면서 펼쳐 나가야 효과가 있다. 그래야만 독자가 그 내용을 무리 없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글도 첫 문장의 소주제문에 나타난 필자의 주장을 순리적으로 뒷받침하여 독자를 납득시키고 있다.
[보기]
우리는 가정에서도 사고력을 기르기보다는 오히려 억누르는 일이 많다는 것을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어린이들의 물음에 대하여 친절히 대답하고 그것을 장려하는 부모는 매우 드물다. "엄마,이건 왜 그래?" "왜 우리는 잘 못 사는거야?" 따위 질문을 하는 어린이가 있다 할 적에 과연 그것을 성의껏 대답하고 납득시키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 오히려 "그건 너는 몰라도 돼." "어서 공부나 해." 하는 식으로 윽박지르는 일이 더 많은 실정이다. 우리는 서양 영화나 TV 화면 등에서 어린이가 어른들의 대화에 끼어드는 것을 가끔 본다. 그런 경우에 아무리 그 아이가 어릴지라도 어른의 의견과 마찬가지로 대꾸해 주고 응답하며 대화에 한 몫을 하게 한다. 이는 우리의 경우와 퍽 대조되는 면이 아닌가 한다. 우리의 전통 사회나 현대 가정에서는 어린이의 말참견은 용인되지 않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리의 가정 분위기 속에서 어린이들의 사고력이 꽃피기는커녕 오히려 시들고 말 것이 뻔하다.
--서정수, 위와 같은 글 중에서
이 단락도 맨 앞에 제시한 소주제문을 중심으로 하여 모든 문장들이 내용적으로 무리 없이 이어지고 있다. 논리적 순서에 따른 배열이란 이처럼 서로 이어지는 앞 뒤 문장들이 내용적으로 관련을 가지면서 하나의 초점을 부각시키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연결의 고리를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서 "오히려," "그런 경우에" 따위의 접속 어구나, "이는," " 이런" 따위의 지시사가 쓰이고 있다. 또 "...때문이다"와 같은 말도 덧붙이고 있다. 이들은 논리적 순서에 따른 배열에서 "접착제"와 같은 구실을 하는 것이다.
다음 글은 설명문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근거 제시 등이 적절하여 논술문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그 논리적 순서에 따른 배열을 눈여겨 보자.
[보기]
스승이 이루어 놓은 업적은 제자가 이어받게 마련이다. 스승의 업적이 크면 클수록 제자의 도약대는 더 높아진다. 그러나 제자는 스승의 업적과 가르침에 안주만을 해서는 안 된다. 스승은 학덕으로 제자가 걸어갈 길을 앞에서 닦아 주지만 그 어느 땐 가는 길 옆에 서서 제자의 "추월"을 지켜 보게 된다. "추월"하는 그 시점에서 스승은 스승으로서의 보람을 만끽하게 된다. 왜냐 하면 그래야 길은 더 멀리 이어지기 때문이다.
-- 무하마드 칸수, "스승이 걸어야 할 길"에서
위 글은 "스승의 참된 구실"을 주제로 한 것인데, 스승과 제자가 하는 구실을 견주면서 자연스러운 서술을 하고 있다. 마지막 문장에서 "왜냐하면"과 같은 접속어를 쓴 것도 그런 논리적 연결 고리를 더욱 강화하는 구실을 한다.
다음 단락은 상당히 길지만 서로 이어지는 앞뒤 문장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맨처음에 나타난 소주제문을 잘 떠받들고 있다.
[보기]
사람은 바라는 만큼 행복을 얻지 못하고 있다. 곧 누구나 행복하기를 바라지만 행복하게 된 사람은 드물다. 도대체 행복이 이 세상에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이솝의 우화에 보면, 행복은 힘이 약하고 불행은 힘이 억세다고 한다. 그 결과 이 세상의 행복은 불행의 힘에 억눌려 견디지 못하고 하늘 나라로 모두 올라 가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올라간 행복은 제우스신의 권고에 따라 갈 곳을 미리 정해 두었다가 가끔 내려 올 뿐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이 세상에는 하늘에서 가려낸 특별한 사람에게나 행복이 가끔 나릴 뿐이라는 것이다. 이 우화는 결국 이 세상에는 행복이 아주 귀한 대신에 불행이 득실거린다는 것을 풍자한다고 할 것이다. 게다가 이 세상에는 행복을 바라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경쟁이 붙기 일쑤다. 나의 행복과 너의 행복이 맞물려서 한 쪽의 행복은 다른 쪽의 불행을 의미하는 경우조차 있다. 그렇지 않아도 귀한 행복을 서로 얻으려고 다투는 동안에 행복은 누구의 차지도 못되고 마는 일이 허다하다.
-- 최익철, "행복은 아주 드물다"에서
"행복을 얻기 어렵다"는 소주제에 대해서 필자 나름의 견해를 펼치고 있다. 서로 이어지는 문장 사이에 끼어든 "곧," "그 결과," "다시 말하면" 따위의 접속 어구는 그런 순리적 연결을 돕고 있다. 논리적 배열 방식은 앞에서 말한 시간적 배열이나 공간적 배열 방식에 따른 서술에도 나타나는 수가 있다. 그러한 자연적 배열의 과정에서 설명이나 합리화 서술이 필요할 때는 이 논리적 배열 방식이 쓰이기 때문이다. 다음 보기는 시간적, 공간적 순서에 따른 서술에 논리적 서술이 개입되어 단락을 완성하는 경우이다.
[보기]
전주 중앙회관의 비빔밥은 맛이 있기로 유명하다. 중앙회관은 전주 시내 한복판에 자리잡은 음식점으로 12,3년 전부터 비빔밥을 전문으로 내놓고 있다. 이 집의 주방 주인 남궁정례 씨는 본디 전주 역전의 오거리 "명동집"에서 콩나물 비빔밥으로 손님들의 입맛을 끌었다. 그 뒤 이곳에 큰 건물을 짓고 본격적으로 독특한 비빔밥을 만들어 뭇사람의 미각을 돋우고 있다. 이 집의 이층 별실에 자리하여 벽면의 고서화, 또 장속에 진열된 여러 가지 골동품들을 감상하느라면 주방 부인이 손수 마련한다는 비빔밥이 상위에 놓인다. 바가지만한 곱돌 그릇에 담긴 비빔밥은 철따라 다른 재료가 눈에 띄기도 하거니와 얼른 살펴보아도 아끼바리 쌀로 지은 밥, 쇠고기 육회, 콩나물, 청포묵, 고추장이 갖은 양념으로 버무려 있다. 그 밖에도 시금치, 고사리, 도라지, 표고버섯, 녹두나물, 무우생채, 미나리, 상치, 쑥대기, 오징어채, 해삼채, 밤채, 잣, 은행, 호도, 계란반자, 부추 등이 곁들여 있음이 눈에 띈다. 그런데 이들 재료들은 주방 부인의 각별한 정성으로 제철에 사들여 마련해 두었다가 쓰인다. 간장만 하더라도 5년 이상 묵혀 쓴 겹장이며, 참기름, 깨소금도 시장에서 파는 것을 바로 사다가 쓰는 것이 아니고, 제철에 상품의 깨를 사두었다가 잘 이루고 말려 기름집에 가서 직접 짜온 참기름이요, 또한 자기 손으로 빻은 깨소금이라는 것이다. 이윽고 수저를 들어 한 수저 내기를 잘 공글려서 입안에 덥썩 넣어 씹기를 시작해 본다. 이 맛이라니 어떠한 한 마디로 표현할 수가 있으랴.
-- 최승범, "전주의 비빔밥" 중에서
이 글은 소주제문이 맨 앞에 나오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 이야기는 시간적 순서에 따라 배열되다가 "바가지만한 곱돌 그릇에…"에서부터 공간적 순서에 의한 묘사가 나타난다. 이윽고 "그런데…"에서부터는 주로 논리적 배열에 따른 설명이 쓰이고 있다. 요컨대, 논리적 배열 방식은 설명이나 따짐이 필요할 경우에 두루 쓰이는 배열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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