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우리는 이야기 단락을 쓰는 과정에서 가끔 설명을 곁들이는 방법을 익혔다. 이야기 줄거리의 어떤 대목에서는 필자가 자기 의견을 나타내는 설명이 필요하게 됨을 지적하고 실제로 그런 설명의 요령을 터득하도록 하였다. 이제 우리는 그런 이야기 안의 간단한 설명이 아니라 설명법을 위주로 한 단락 쓰기를 살펴 보기로 한다. 설명법(exposition)은 사물에 관해서 알기 쉽게 풀이하는 전개법이라 했다. 이를테면, "무엇이냐?," "어떤 뜻이냐?," "어떤 성질이냐?" 하는 따위의 물음에 알맞게 대답하는 것이 설명법이다. 곧 설명법은 한 마디로 독자의 의문이나 궁금증을 풀어 주고 어떤 문제에 관해서 독자의 이해를 돕는 글쓰기 이다.
설명법은 여러 가지 해설 목적의 글인 설명문을 짓는데 주로 쓰인다. 사전 뜻풀이, 여러 가지 문제를 해설하는 교과서의 글, 신문 잡지 등의 해설 기사, 물품이나 기계의 사용 방법을 소개한 설명서들은 대부분 설명법으로 쓰인다. 그밖의 다른 종류의 글에서도 해설이 필요한 부분에는 설명법이 쓰인다.
설명하는 단락이란 이런 설명법을 써서 소주제나 그것과 관련된 내용을 되도록 알기 쉽게 풀이하고 구체화하는 것을 말한다. 소주제는 단락의 요지를 간추린 것이므로 대개는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개념이다. 이런 개념은 독자가 쉽사리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런 소주제는 자세히 풀이해서 이해하기 쉽게 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소주제를 우선 알기 쉽게 뜻풀이를 하거나 다른 쉬운 말로 바꾸어 되도록 자세히 풀이해 나가는 것이 설명하는 단락이다.
다음 보기는 설명하는 단락이다. 앞에서 우리가 살핀 이야기 단락과 어떻게 다른지 살펴 가며 읽어 보자.
[보기 8.1]
무슨 일이건 빨리 서두를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민족은 어쩌면 이 세상에서 우리뿐이 아닌가 한다. 홍콩이나 대만에서는 원래 식사는 원탁에 둘러앉아 한 가지의 음식을 종업원이 개인에게 덜어주고 그 다음 음식을 다시 가져오고 계속 10여 종류의 음식이 나온다. 그런데 한국 사람이 가면 한꺼번에 음식을 몽땅 가져다 준다. 이유는 한국 사람들은 한 가지 음식이 나오기가 무섭게 빨리빨리 가져오라고 성화대서란다. 미국 같은 경우에도 식사를 즐기면서 2시간 이상 먹는데 우리는 빨리 먹으면 10분도 채 안 걸린다. 밥 뿐인가? 돈도 빨리 벌려니 문제가 생기고 출세도 빨리 하려다 문제가 생긴다. 차도 빨리 타려다 사고가 난다. 모두가 질서가 있고 순서가 있는 것인데도 서로 부딪치고 무리를 하게 되는 것이다.
-- 이 사무엘, "여유있는 마음"
윗 글에서는 첫 문장을 소주제문으로 하고 그것을 주로 설명법으로 펼치고 있다. 한국 사람들이 서두르는 성벽이 있음을 소주제로 내세우고 그것을 풀이하여 주고 있다. 이런 설명에는 필자가 보는 각도에서 필자 나름의 견해가 많이 작용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밖으로 드러나는 사건을 전해 주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 이야기 서술법과는 다른 것이다. 하기야 설명법에도 행동을 나타내는 부분이 있지만(윗 글에서 음식을 가져다 주거나 빨리 먹는다고 하는 따위), 그것도 설명을 위한 하나의 사례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곧 설명법에서는 사람들의 행동을 다루는 일이 있지만 객관적으로 이야기해서 들려 주려는 태도가 아니고 자기가 하고자 하는 설명의 일부 뒷받침으로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다음 단락은 행동이나 사건과 거의 관계 없이 사물의 의미 따위를 알기 쉽게 풀이하는 순수한 설명법을 쓰고 있다. 자기가 알고 있는 상식과 지식 그리고 견해들을 바탕으로 독자에게 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보기 8.2]
엉터리 약사, 의사 등을 흔히 돌팔이라고 말한다. 어떤 일이든 돈을 받고도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돌팔이라고 말들을 한다. 돌팔이란 돌아다니면서 팔아먹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한 장소에 약국이나 병원을 차리고 시술하는 의사나 약사는 그 시술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정직하게 시술하게 된다. 그러나 돌팔이는 책임을 질 수 없는 엉터리 들이기 때문에 그 책임을 피하기 위하여 한건 하고 나면 훌쩍 다른 데로 떠나가 버린다. 그래서 믿을 수 없는 것이 돌팔이들이다. 그러나 돌팔이들은 말을 그럴 듯하게 잘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잘 속는다.
- 김수창, "돌팔이와 철새" 중에서
위 글은 "돌팔이"를 두고 여러 가지로 설명하여 주는 단락이다. 설명의 단락이란 이처럼 그것이 어떤 것인지를 되도록 자세히 알려 주는 것이다.
다음 보기는 "구상나무"를 설명하는 단락이다. 물론 이것은 그 나무의 모든 것을 다 설명하는 것이 아니고 일부 특징을 풀이한 것이다. 이 한 단락만으로도 그 중요한 특징을 잘 알 수 있게 설명하였다.
[보기 8.3]
구상나무는 일년을 한결같이 늘푸른 나무이면서도 항시 다른 느낌으로 산을 찾는 우리를 맞는다. 아직 먼산에 잔설이 남아 있을 무렵, 새로이 돋아 나는 속살 같이 연한 새순이 사랑스럽고,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도 산을 찾는 우리에게 주는 구상나무 숲의 짙푸른 싱그러움이 가슴을 열어 주고, 만산이 붉게 물들기 시작할 무렵 용사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던 열매의 흩어짐이 삶을 생각케 해준다. 한겨울 잎끝에 매어달리는 눈꽃 또한 눈부시다. 아직은 산행하기에 이른 계절이나 구상나무의 사철 푸르면서도 또한 철따라 서로 기상이 우리를 부른다.
-- 이유미, "구상나무," <샘이깊은물>
위의 글처럼 설명 단락은 어떤 구심점이 있는 것이 되어야 한다. 구상나무의 특징을 모두 한 데 섞어서 나열하는 것이 아니고 이 단락에서는 "항시 다른 느낌을 준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설명 단락은 설명하고자 하는 대상이 보이는 중요한 한 특징 따위를 집중적으로 보여 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설명 단락은 소주제가 불명확하고 그 뒷받침이 흩어져 있어서 초점이 선명하지 못하다. 이런 단락은 설명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보기 8.4]
민주주의의 특징은 전체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데 있다. 각 개인의 자기 일에 대한 설계에 있어서도 사회 전반의 정황을 먼저 그 설계 계정에 넣어야 한다는 말이다. 옛날 중국의 탁월한 정치철학자였던 맹자는 정치의 비결을 "여민동락(與民同樂)"에 있다는 것을 양혜왕에게 진언했다고 한다. 그것을 왕도(王道)라 했다. 정치에서 백성을 즐겁게 하려는 심정을 앞세우면 백성이 또한 스스로 즐거워져서 즐거운 마음으로 나라 일에 헌신협력한다는 것이다.
위 글의 첫 문장은 "민주주의의 특징"을 거론하였는데 그 뒤의 문장이 그것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개인의 일을 언급하였기 때문에 서로 연결이 안 된다. 그 뒤의 "여민동락"이라는 고사도 앞에 말한 것과 밀접한 관련이 없이 인용되어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되니 이 단락은 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설명하지 못하여 초점이 흐린 글이 되고 말았다.
다음 글도 설명의 초점이 흐린 단락이다. 그 까닭을 생각하며 읽어 보자.
[보기 8.5]
주체성에는 부족의 주체성이 있을 수 있고, 민족주체성, 계급주체성, 인류주체성, 우주주체성, 개인의 주체성이 있을 수 있다. 개인의 주체성도 성별, 연령별, 직업별 등 여러 가지 변동되는 자기 위치에 따른 주체성이 있는 것이다. 개인의 주체성과 집단의 주체성은 서로 관련되어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이다. 주체성은 개별적이면서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 주체 의식이니 주체 사상이니 하는 말이 사용되나 주체성의 바른 뜻은 '主體性'이란 말이 가장 적합하다. 주체 의식이나 주체 사상은 주체성의 어떤 국면을 표현해 줄 뿐이다.
--이동식, "주체성의 본질과 표현" 중에서
"주체성"을 나열만 하고 정의를 하지 않고 넘어갔다. 더구나 "주체성의 바른 뜻은 '主體性'이란 말이 가장 적합하다"는 말은 설명이 아니다. 뒤에서 보듯이 이것은 뜻풀이에서 금기로 하는 순환적인 뜻매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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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설명 단락의 특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