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comparison)"라는 말은 대개 두 사물이 얼마만큼 비슷한가를 보여주는 데 쓰고, "대조"(contrast)라는 말은 두 사물의 다른 점을 주로 지적해서 서로 어떻게 차이가 나는가를 드러내는 데 쓴다. 이를테면, "말"과 "글"을 비교하면, 우리의 생각과 느낌을 나타내는 표현 수단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한 바가 있다. 그러나 대조를 해 보면 하나는 말소리를 수단으로 하고 다른 하나는 글자를 그 수단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할 것이다.
비교법과 대조법은 어떤 모르는 사항을 이미 알려진 사항과 견주어서 설명할 때에 쓴다. 이를테면, 상대방이 잘 모르는 "바위"라는 아이를 설명하는 경우에, 이미 알려진 "나모"라는 아이와 견주어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을 일러 주어 상대방으로 하여금 알아차리게 하는 경우에 이 비교 대조법이 쓰이게 되는 것이다.
[보기 8.57]
(가) 바위라는 아이는 네가 잘 아는 나모와 키가 비슷하고 얼굴 모습도 닮은 데가 있다. 그 눈이 샛별처럼 반짝반짝하는 것도 그 둘이는 같다. 또 말 소리도 둘 다 굵다.
(나) 그러나 바위는 나모보다 얼굴이 조금 검은 편이고 머리도 약간 짧게 깎고 다녀. 바위는 나모처럼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지 않고 혼자 다니는 일이 많다.
이렇게 잘 모르는 바위를 이미 아는 나모와 비교하고 대조하다 보면 "아, 그애구나" 하는 소리가 나오는 수가 있다. 비교와 대조는 이런 구체적인 설명의 효과를 거두고자 쓰이는 것이다.
비교법과 대조법은 반드시 같이 쓰이지는 않는다. 다음 보기에서는 비교법만을 써서 소주제문을 풀이하고 있다. 딴 풀이 방법도 곁들여지고 있지만 비교법이 주된 구실을 하고 있다.
[보기 8.58]
법은 필요악이다. 법은 우리의 자유를 막고 때로는 신체적 구속을 하는 식으로 강제력을 행사하는 일이 많다. 이런 점에서 법은 달가운 존재가 아니며 기피와 증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법이 없으면 안전한 생활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 우리의 사회 현실이고 보면 법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이와 같은 법의 양면성은 울타리와 비교될 수 있다. 울타리는 우리의 시야를 가리고 때로는 바깥 출입의 자유를 방해하는 점에서 답답한 존재다. 그러나 부질없은 낯선 사람의 눈총을 막아 주고 악의에 찬 침입자를 막아서 가정의 안전하고 포근한 삶을 보장하는 점에서 울타리는 고마운 존재이다. 법은 이런 울타리처럼 달갑지 않은 면이 있으면서도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요성을 지닌 것이다.
<서경환, "법은 필요한가">
윗 글에서는 "법"의 구실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누구나 잘 아는 울타리와 비교하여 설명을 하고 있다. 이런 비교법은 사물을 인상깊게 이해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수가 많다.
다음 글은 TV 중독증이 어떤 것인지를 설명하는 데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알콜 중독증괴 비교하여 흥미있게 서술하고 있다. 비교 대조법은 이런 비유적 효과를 내는 수도 있다.
[보기 8.59] TV 중독
"딱! 한잔만"으로 출발했던 술 자리가 2, 3차를 돌며 끝없이 이어지곤 하는 음주 습관이나 "딱! 한프로만"을 위해 켠 TV를 밤새 시청하고 결국 애국가까지 듣고 마는 TV 시청 습관은 비슷한 점이 많다. 2, 3차로 이어지면 예외없이 사람이 술을 마시는게 아니고 술이 사람을 마시게 되듯이 TV 시청도 점차 몰입이 더해지면 사람이 프로그램을 고르는게 아니고 TV가 오히려 시청자를 고르는 형세가 되는 것도 유사하다. 술취한 사람들이 스스로 취했다고 말하지 않듯이 대부분 TV 시청 중독자들도 자신이 TV 시청에 깊이 빠져 있다는 사실을 시인하려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과음한 다음날 아침 두통이 나는 것도, 밤늦게까지 잠을 설친 채 TV시청으로 시간을 보낸 사람에게 머리가 아파 오는 증세가 나타나는 것과 유사하다. 전날 과음과 과시청으로 인해 계획된 일을 그르치고 후회하는 것도 비슷하고, 무절제한 음주 및 TV 시청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에도 불구하고 며칠을 못가 번번히 약속을 깬후 자책하며 허망한 자괴감에 빠지곤 하는 것도 유사하다. 이렇듯 과음과 과시청의 폐해들은 비슷한 점들이 많다.
그런데도 알콜 중독이나 과음에 대한 관심만큼 TV 중독이나 잘못된 TV시청에 대해서는 그 심각성이 부각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겉으로 드러나는 폐해뿐 아니라 우리의 정신 세계에 깊숙이 영향을 미치는 영상물이란 점에서 보면 훨씬 적극적인 대책이 세워져야 하는데도. 더구나 2,3년 안에 수십 개의 TV 채널이 우리 안방으로 들이닥치게 되어있는 영상 환경의 변화 추세에 비하면 올바른 TV 시청문화 형성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술도 적당히 마시면 유익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듯 TV 시청도 마찬가지다. 절제된 주체적 TV 시청만 이루어진다면 "현대문명의 총아"로서 얼마든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이기(利器)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것에 지나치게 빠져 들어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 우리들이다. 술을 끊거나 적당히 마시기 어렵듯이 TV를 아예 보지않거나 적당히 골라보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우선 자신과 가족의 TV 시청 습관을 찬찬히 관찰해 보는 일부터 시작해보자.
-- 김경태, "TV 중독"
다음 보기는 주로 대조법에 따라 한 단락을 이루고 있다. 여자와 남자의 사고 유형을 뚜렷이 대조하고 있다.
[보기 8.60]
여자는 남자와 사고 유형이 퍽 다르다. 여자는 대개 현재의 상태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남자가 미래에 눈을 두고 있는 것과는 다르다. 여자는 보통 가정, 사랑 그리고 안전성을 주로 생각한다. 이는 남자들이 모험과 성(sex) 문제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여자들은 조그마한 성취에도 퍽 기뻐한다. 남자들이 큰 성공을 거두지 않고는 만족하지 않는 것과는 또 다른 점이다.
--후론 월리스, "단락 전개의 방법"
이 단락에서는 서로 비슷한 대상이 드러내는 차이점에 중점을 두고 설명한 것이다. 이런 차이점은 두 가지를 구분하는데 중요한 열쇠가 되기도 한다.
다음 단락은 글과 말의 표현 방식이 서로 다름을 부각시키는 대조법의 글이다.
[보기 8.61]
본질적으로 "글"은 "말"을 문자로 바꾸어 놓은 것이지만, 우리가 평소에 보통 쓰는 글의 표현 방식과 말의 표현 방식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글로 표현하면 자여스러운 어휘가 말에 사용하면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고, 또는 말로는 표현할 수 있으나 글로는 묘사하기 어려운 내용이 얼마든지 있다. 우리가 글로 읽을 때는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 그녀," "아름답다," "즐겁다" 등과 같은 평범한 단어들도 말 로는 별로 사용하지 않으며, 친구간 대화에 흔히 등장하는 " 너 어제 뭘 했니?" "그거 니꺼니" 등과 같은 표현은 대화체가 아닌 보통 글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송기중, "문장 구조의 문제" 중에서>
다음 단락은 몇 나라들이 사람을 쓸 때 보여주는 차이점을 대조법으로 서술하고 있다.
[보기 8.62]
사람을 쓸 때 독일인들은 먼저 "이 일을 할 수 있겠느냐?" 고 묻는다. 미국인들은 "이 일을 해본 경험이 있는냐?"고 묻는다. 일본인들은 "어느 대학 출신이냐?"고 묻는다. 한국에서는 면접시험 때 "고향이 어디냐?", "아버지는 뭐하시느냐? "는 질문이 가장 먼저 던져진다. 그러니까 우리 나라에서는 적재적소보다는 지연, 학연, 혈연을 더 중히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집안," "용모"로 그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하는 경우도 많다. 누가 어느 자리에 올라갔다 하면 그 사람의 능력을 알아보려고 하기도 전에 그렇게 된 연줄에 먼저 관심을 기울인다.
-- "만물상," <조선일보>
이처럼 대조법은 전형적인 특징을 중심으로 견주는 데에도 쓰이는 것이다.
비교와 대조를 어울려서 한 단락을 인상 깊게 전개하는 경우도 많다. 곧 두 사물의 비슷한 점과 함께 서로 다른 점을 들추어 설명의 효과를 높이는 것이다.
[보기 8.63]
컴퓨터를 사용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아직도 컴푸터가 이공 계통 전문가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한 생각은 컴퓨터가 현대 문명의 최첨단의 산물이기 때문에 그것을 다루는 일도 무척 어렵다고 생각하는 선입관에 연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컴퓨터는 우리가 우려하는 것만큼 접근하기 어려운 대상이 아니다. 컴퓨터에 대해 알려고 하는 사람에게 필자가 늘 강조하는 말이 있다. 그것은, 컴퓨 터의 사용을 자동차 운전처럼 생각하면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동차의 부속품 하나 하나에 대하여 전혀 알지 못하면서도 운전을 하면서 생황에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컴퓨터의 부속품 개개의 기능을 잘 알지 못하 면서도 일상 생활이나 연구 활동에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컴퓨터의 기계적인 요소까지 알려고 하는 것은 컴퓨터 사용자 일부 사람들의 일일 뿐이다. 컴퓨터의 사용을 자동차 의 운전에 비유했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컴퓨터의 사용은 자동차의 운전에 비해 훨씬 수월하다. 우선 배우는 과정이 더욱 간편하다. 컴퓨터를 배우기 위해서 는 자동차 학원에서의 운전 연습, 면허 시험, 그리고 조심스런 도로 주행 연습 등의 까다로운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더구나 컴퓨터의 사용은 자동차 운전처럼 교통 사고와 같은 공포를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 컴퓨터 학원에 별도로 다닐 필요도 없고(물론 교습을 받는다면 훨씬 수월하겠으나 꼭 그럴 필요는 없는 것이다.) 면허 시험도 없다. 요컨대, 컴퓨터에 접근하는 가장 빠른 길은 컴퓨터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나 필요 없는 두려움을 불식시키는 일이다.
-홍윤표, "컴퓨터 입문에서 활용까지:사용 체험을 중심으로"
윗 글은 컴퓨터의 사용을 자동차 운전과 비교하고 또한 대조하여 소상히 설명하고 있다. 곧 컴퓨터 사용은 자동차 운전과 마찬가지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는 것이며, 또한 자동차 운전의 경우와는 달리 면허 시험이나 사고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이므로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풀이하고 있다.
다음 글도 비교와 대조의 방식으로 전개한 보기이다. 이 글에서는 주로 정감적인 유사점과 차이점을 견주어 나타내고 있다.
[보기 8.63]
잔잔히 부는 미풍이 삶의 평화를 상징한다면, 사납게 부는 폭풍은 삶의 공포를 상징한다. 바람은 평화로운 삶과 동시에 두려운 삶을 내포하는 이미지이다. 바람소리도 마찬가지이다. 잔잔히 부는 봄날의 바람소리, 혹은 가을날 사원(寺院)의 풍경을 올리고 지나가는 바람소리는 공포가 아니라 이상한 동경의 세계를 떠올린다. 이상한 동경의 세계란 우리가 한번도 당도한 적이 없는 정신의 세계, 구원의 세계를 의미 한다. 그것은 격렬하지 않은 음악의 세계이다. 돌.나무.쇠. 짐승 등의 소리에 비유하자면 잔잔히 부는 바람은 나무가 내는 소리, 그것도 여러 나무가 모여 내는 소리이다. 악기에 비유한다면 목관악기(木管樂器)가 내는 소리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겨울밤 산골에서 듣던 격렬한 바람소리, 황량한 겨울 바닷가에서 듣던 바람소리는 신비로운 삶이나 이상한 동경으로 감싸인 그러한 음악과는 거리가 머언 탄식,고 통,저주의 음악이었다. 그것은 찢어질 것만 같은 삶의 고통, 어떤 절대의 세계에 의지하고 싶은 삶의 공포로 물드는 쇠의 음악이었다. 니체가 그토록 꿈꾸었던 절대적 생성, 무의 영광, 투명한 정신이 그렇지 않았던가.
--이승훈, "바람 소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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