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법으로 이루어지는 설명 단락이란 주로 금언, 속담 또는 명언이나 대화 따위를 인용하여 소주제문을 삼기도 하고 뒷받침으로 활용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인용법은 대개 널리 알려졌거나 권위가 인정되는 내용의 어구나 문장을 빌려쓰는 것 이다. 그래서 인용법은 많은 글짓기에서 이용된다.
다음 보기에서는 인용된 말을 소주제로 삼고 그것을 풀이함으로써 한 단락을 이루고 있다.
[보기 8.64]
테레사 수녀는 연약한 몸인 자신을 찾아와서 봉사하여 주기를 청하였을 때, 미소가 곧 봉사라고 일러주었다. 인간의 참삶이 웃음으로 이루어지는 것임을 깨달을 수 있는 사람은 인생의 가치와 멋을 아는 고상한 경지에 있는 것이다. 폭풍우 같은 세상에 고요한 마음의 평화가 깃들고 무덤같이 적막한 곳에 사랑의 생활이 있을 때 피어나는 미소는 참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웃음과 웃음 속에 밝은 삶이 온누리에 꽃피는 것이다.
-- 배선극, "웃음과 인생" 중에서
다음 보기도 인용문 자체를 소주제로 삼고 그것을 풀이하여 전개한 것이다.
[보기 8.65]
"마음이 곧은 사람은 비뚤어진 사람을 보고 비뚤어져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마음이 비뚤어져 있는 사람은 곧은 사람까지도 비뚤어져 있다고 말합니다." 당나라 말기의 재상 李德俗은 이렇게 황제에게 진언했다고 "十八史略"에 적혀있다. 사람들을 볼때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눈이요, 마음이다. 편견에 눈이 흐려지고 있지 않은가 또는 독선으로 마음이 어두워지지 않았는가 조심하라는 뜻이다. 남을 평할 때에는 사실은 자기 자신을 들춰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만물상," <조선일보>
윗 단락은 인용문을 소주제로 삼고 그것을 풀이한 것이다. 그 뒷받침이 충분치는 못하지만 그런 대로 통일성과 연결성은 지켜져 있다.
다음 글은 인용문을 소주제문에 대한 뒷받침문장의 일부로 쓰고 있다.
[보기 8.66]
물은 생명의 원천이며 인류 문명의 근원이다. 사람을 포함해서 지구상에 사는 모든 생물의 주요 성분은 물이다. "물은 만물의 근원이며 삼라만상을 길러낸다."고 한것은 옛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였다. 현대의 과학자들은 어느 혹성에 생물이 사는가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그곳에 물이 존재하는가부터 알아본다. 모든 생물은 물없이 살수 없기 때문이다.
- "지평선," <한국일보>
다음 글은 옛날 고사를 인용하여 펼친 글이다. 이런 재미있는 일화는 감칠맛있고 인상깊은 글을 이루는 일이 많다.
[보기 8.67]
세 사람이 장바닥에 호랑이를 만들어 낸다는 속담이 있다. 위왕에게 한 신하가 물었다. "어느 한 사람이 나타나서 시내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말한다면 임금께서는 믿으시겠습니까?" 임금은 대답하기를 "믿지 않는다." "그렇다면 두 사람이 시내에 나타난 호랑이를 봤다고 말한다면 임금께서는 믿으시겠습니까?"고 다시 묻자, 임금은 "그래도 믿지 않는다" 고 대답했다. "세명이 말한다면 그래도 안 믿으시렵니까?"고 신하가 거듭 물었다. "그러면 믿는다."
터무니없는 뜬소문을 처음 들을 때는 사람들은 아무리 믿으라 해도 믿으려 들지 않는다. 그러나 그 소문을 전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면 늘수록 여기 현혹되기 쉬어진다. 이것이 심리학에서 말하는 반복의 효과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의 상품 광고가 효과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 "만물상," <조선일보>
다음 글은 간단한 대담을 인용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문제를 제기하여 자신의 견해를 드러내는 경우이다. 이런 대담의 인용은 설명의 전제를 마련하여 주는 일이 많다.
[보기 8.68]
맞선을 보고 왔다는 김군에게 느낌을 물었더니 "어쩐지 마음에 끌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점이 못마땅하냐는 물음에, "뭐라고 딱부러지게 말할 수는 없지만...." 하고 얼버무린다. "어쩐지 마음에 끌릴 만한 여자는 어떤 형이냐"고 물으니 "뭐, 무난하면 되는 게 아닙니까"고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결혼은 인생의 가장 큰 일이니 상대방을 요모조모 뜯어보고, 다시 보고 하여 자기에게 가장 잘 맞는 사람을 골라야 할 일이다. 그런데도 상대방을 만나고 나서 "어쩐지 마음에 끌리지 않는다"라고 얼버무리는 태도는 어딘가 문제가 있지 않을까. "느낌" 그것도 막연한 느낌에만 매달리는 감성 일변도의 전형적 사고 방식을 보는 것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 남영신, " '어쩐지...'의 무책임" 중에서
다음 글은 대화를 인용하여 내용을 전개한 것이다. 이런 일련의 대화는 소설 작품이나 수필 따위에 흔히 나타나는 것이다.
[보기 8.69]
영어 회화 시간에 가정법을 가르치다가 학생들에게 "만일 네가 내일 죽어야 한다면 오늘 무엇을 하겠는가?"라고 물어 보았다. 좀 황당한 질문이었지만 학생들은 특유의 영특함과 순발력으로 재미있고 기발한 대답들을 했다.
"설악산에 올라가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이었는지 맘 속으로 사진을 많이 찍어 갖고 가겠습니다."
"천상의 가장 행복한 하루는 지상의 가장 평범한 하루와 같다고 들었습니다. 평범한 일상사가 얼마나 소중한 것들이 었는지 음미하며 남은 하루나마 열심히 살겠습니다."
"죽어서 총각귀신이 되지않게 오늘 여자친구와 결혼하겠습니다."
그때 한 여학생이 말했다. "오늘이 가기 전에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꼭 '사랑해요'라는 말을 하겠습니다."
문득 그 학생의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사랑해요' - 얼마나 쉬우면서도 어려운 말인가. 내가 사랑하고, 날 사랑해 주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살면서도 나는 한번도 누구에겐가 '사랑해요'라는 말을 입밖에 내본 적이 없다. '사랑하다'와 '살다'라는 동사는 어원을 좇아 올라가면 결국 같은 말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영어에서도 '살다(live)'와 '사랑하다 (love)'는 철자 하나 차이일 뿐이다. 살아가는 일은 어쩌면 사랑하는 일의 연속인지도 모른다. 신을 사랑하고, 인간을 사랑하고, 낙엽, 장미, 괴테, 모차르트, 커피를 사랑하고....
17세기 영국 시인 존 던(John Donne)은 "나는 두가지 바보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그리고 사랑한다고 말을 하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사실 사랑하는 일 때문에 우리들은 자주 슬퍼하고 아파하지만, 사랑하는 일을 빼면 우리의 삶은 그저 허망한 그림자쇼에 불과하지 않겠는가.
아직 완전한 바보가 될 용기가 없는 나는 그래서 글로나마 바보 연습을 한번 해보려고 한다. "사랑해요, 어머니, 아버지, 나의 친구들, 사랑하는 나의 학생들, 그리고 사랑합니다, 독자 여러분."
張 英 姬, "두가지 바보"
다음 보기는 특별히 소리에 관한 기술을 인용하여 설명의 계기를 삼고 있다.
[보기 8.70] ***마지막 단락 초점 불명
"깊은 소나무가 통소소리 내는 것은 듣는이가 청아한 탓이요, 뭇개구리가 다퉈 우는 것은 듣는이가 교만한 탓이요, 피리가 수없이 우는 것은 듣는이가 노한 탓이요, 천둥 우뢰가 급한 것은 듣는이가 놀란탓이요, 거문고가 官羽에 맞는 것은 듣는이가 슬픈탓이요, 종아창에 바람이 우는 것은 듣는이가 의심나는 탓이니 모두가 바르게 듣지 못하고 품은 뜻을 가지고 들리는대로 소리를 만드는 것이다." <열하일기>에서 박지원이 소리 종류를 비교해 본 것이다.
정비석은 "산정무한"에서 소리란 반드시 귀로 들을 수 있는 것만이 아니라 피부로 느끼고 마음으로 깨달을 수 있다고 했다. 또 아무리 고요한 밤이라도 귀기울이면 여러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봄저녁이면 얼었던 땅 녹아내리는 소리, 나무 뿌리가 진을 뽑아올리는 소리, 가을 밤에는 가랑잎 떨어지는 소리, 서리맺히는 소리, 겨울밤에는 하다못해 땅속에서 동면하는 짐승들의 꿈꾸는 소리라도 없을 리 없다고 했다.
대체로 물건은 그 상태가 평정함을 잃으면 소리가 난다. 초목 자체는 조용하지만 바람이 불어 흔들면 소리를 내고 물도 바람에 물결이 일면서 소리를 낸다. 그러나 이런 자연의 소리는 모두 친근하고 아름다움 음향이다. 자연의 소리는 인간이 만든 그 어떤 음악보다 진지하다.
--횡설수설
다음 보기는 명언이나 시를 인용하면서 거기에 대한 필자 나름의 해석을 덧붙여 설명하고 있다.
[보기 8.71]
머나먼 동방에서 박사들은 "그분의 별을 보고 강을 건너 사막을 넘어서 예루살렘까지 왔습니다. 그에 비하면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던 헤로데 왕은 궁전에 있었으므로 밤하늘에 떠 있는 그분의 별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영국의 철학자 베이컨(1561-1626)은 인간에게는 4개의 우상(idora)이 있다고 말하였습니다. 그 첫번째는 '종족의 우상'으로 우리가 사람 이므로 인간 중심으로 생각하며 모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아니하고 의인화시켜서 보는 편견(예를 들어 새가 운다, 꽃이 웃는다)이며 둘째는 '동굴의 우상'으로 자기만의 동굴 속에 틀어박혀서 이를 옳다고 고집하는 편견이며 셋째는 '시장의 우상'으로 시장에 운집한 사람들이 떠드는 말처럼 실재하지 않는 무성한 소문들의 편견을 가리키며 넷째는 '극장의 우상'으로 무대 위에서 휘황한 조명을 받는 배우의 연기를 마치 현실로 받아들이는 권위에의 편견을 가리킨다 하였습니다. 베이컨의 날카로운 통찰력처럼 우리가 밤하늘에 떠 있는 그분의 별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거짓으로 가득 차 있는 우상의 궁전을 뛰쳐나와서 홀로 밤하늘을 우러러봐야 할 것입니다.
1945년 2월, 28세의 젊은 나이로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한 윤동주(1919-1945)는 1941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라는 제목의 자전 시집을 발간하면서 다음과 같은 서시(序詩)를 남깁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점 부끄럼이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별들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걸아가야겠다/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 운다."
기독교 장로인 할아버지로부터 영향을 받고 자라난 시인 윤동주가 하늘을 우러러 발견한 것은 '별'이었습니다. 그분의 별이 시인의 마음에 깃들면 이처럼 노래하는 시가 됩니다. 그분의 별이 슬퍼하는 사람에게 깃들면 위로가 됩니다. 윤동주의 시처럼 오늘밤에도 바람에 스치우며 떠 있는 나의 별 나의 주님,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의 부끄럼이 있을 수 없도록 주어진 길을 걸어가는 내 머리 위에 별이 되어 앞서가며 인도하소서.
--최 인 호, "별을 노래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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