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분류란?
분류는 큰 무리를 작은 무리로 나누어 갈래짓는 것이다. 큰 무리란 사람이나 사물의 큰 집단을 가리키고 작은 무리란 그 큰 집단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체계적으로 가른 것이다. 이를테면, 나무들의 무리를 일정한 기준에 따라 "상록수"와 "낙엽수" 따위로 나눈다든지 "과실수"나 "관상수" 따위로 나누는 것이 분류이다. 이런 분류에서는 그 작은 부분도 "나무"라는 점에서는 공통성을 지닌다.
이러한 분류는 분석과는 다름을 알 수 있다. 앞에서 살핀 바와 같이 "나무"를 분석하면 그 나누어진 부분이 "나무"라는 속성을 지니지 못한다. 곧 분석에서는 "나무"를 해체하여 뜯어 보므로 그런 분석의 결과에서는 나무는 사라지고 그 껍질이나 줄기, 가지 따위 부분만 남는 것이다. 그러나 분석에서는 나무 자체의 본질은 건드리지 않고 나무들에는 어떤 종류의 것들이 있는가를 갈래지어 보일 뿐이다.
학생의 책을 그 내용을 기준으로 분류하는 경우를 구체적으로 살펴 보기로 한다. 우선 큰 무리인 전체의 책은 교과서와 비교과서라는 작은 무리로 갈라질 수 있을 것이다. 작은 무리들은 다시 각기 더 작은 무리로 나누어 볼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한 분류 과정을 통하여 나타날 수 있는 결과를 표로 보이면 다음과 같은 모습이 될 것이다.
분류는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반드시 정해진 기준, 곧 부류가 가진 어떤 특징을 바탕으로 나누어지는 것이라야 한다. 그렇지 않고 임의로 가르는 것만으로는 분류가 되지 못한다. 가령, 책들을 10권, 20권 묶음으로 단순히 가르는 것은 분류가 아니고 임의 구분(division)이 될 뿐이다.
분류의 기준은 여러가지로 달라질 수 있으며 거기에 따라 분류 결과도 각기 달리 나타난다. 위의 경우는 책의 내용 관계를 바탕으로 한 분류였으나, 책의 크기에 따라 가를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책들은 그 크기에 따라 4.6판, 국판, 신국판, 4.6배판 따위의 여러 부류로 나눌 수가 있을 것이다. 또한 책 표지의 빛깔에 따라 빨강, 파랑, 검정, 노랑 들의 부류로 나눌 수가 있다.
한편,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일차 분류에서 생긴 작은 부류에 다시 딴 기준을 적용해서 하위 분류를 해 나갈 수도 있다. 이를테면, "교과서"라는 부류에 딴 기준을 적용해서 "인문학서"와 "과학서"로 분류하고, 또 양쪽에 다시 딴 기준을 적용시켜서 하위 분류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분류의 기준은 대상의 성질과 필요성에 따라 결정된다. 우선 분류 대상이 어떤 성질을 가지느냐에 따라 분류 기준의 범위가 정해진다. 가령, "책"이라면 분야, 가치, 형태 따위가 기준이 될 수 있으며, "사람"이라면 연령, 학력, 직업 따위의 기준에 따라 분류할 수가 있다. 또 상품이라면 가격, 용도, 제조원 따위 기준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여러 기준 가운데서 하나를 골라 결정하는 것은 "필요성"이나 "관심"이다. 가령, 시민을 대상으로 분류를 할 경우라면, 종교가는 일반 시민의 신앙적 성향을 기준으로 택하기 십상이며, 사업가는 노동 능력 또는 소비 성향을 기준으로 택할 것이며, 사회학자는 연령이나 성, 또는 계층에 따른 기준을 택하려 들 것이다.
(2) 분류의 체계
분류의 체계는 대체로 단순 체계와 복합 체계로 나누어 볼 수가 있다. 앞것은 흔히 2분법 체계(dochotomy system)라 불리며, 뒷것은 3분법 체계(trichotomy system) 따위의 복잡한 분류 체계를 가리킨다. 단순 체계 또는 2분법 체계는 분류 대상이 되는 상위 부류를 두 갈래의 하위 부류로 나누어 가는 방식이다.
2분법 체계
이런 2분법 체계는 부류의 대립 관계를 간단하고 정연하게 보여 주는 이점이 있다. 그런 만큼 학문이나 그 밖의 목적으로 가장 흔히 쓰이고 있다. 그러나 그런 대립 관계가 이루어 질 수 있는 부류에만 적용되는 단점이 있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동물"을 "인간"과 "비인간"으로 나누는 따위는 임의성이 있으며, 더구나 "인간"은 2분법이 적용될 수 있지만 "비인간" 따위는 2분법적 분류가 계속되기 어렵다고 여겨진다.
복합 체계는 다음과 같이 3분법 또는 그 밖의 여러 갈래의 복합적 부류로 나누어지는 경우이다. 그 중에 비교적 많이 쓰이는 3분법의 예를 보이절 다음과 같다.
3분법 체계
그런데 가장 조심할 것은 한 사항이 이 부류, 저 부류에 겹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는 한 사항이 여러 분류 기준에 적용됨으로써 생기는 잘멋이다. 말하자면 각 부류의 한계가 없이 넘나드는 분류가 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이를테면,
본사 사원
위 분류를 살펴보면 같은 사원이 겹쳐 들어가는 부류가 많다. "중역"과 "간부"도 한계가 모호할 뿐 아니라, 거기에 드는 사람이 "늙은이"나 "젊은이" 또는 "영업부원"이나 "생산부원"의 한 가지에 끼어들 수도 있다. "일반 사원"도 마찬가지로 딴 부류에 겹쳐 들어갈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위와 같은 분류는 불합리하다.
이러한 잘못을 피하려면 분류 기준을 잘 세워야 하고 그 상하 관계를 고려해서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
본사 사원
위 분류에서는 "영업부"와 "생산부"로 먼저 나누고 각기 "간부" 또는 "평사원"으로 나누며 점차로 하위 기준을 적용해서 분류해 갔다. 이렇게 큰 기준과 작은 기준을 알맞게 적용해야만 부류들 간에 겹침이 없이 체계적인 분류가 이루어진다.
(3) 분류법으로 설명 단락을 이루는 요령
분류는 대상이 되는 부류가 지닌 속성을 밝혀 주는 구실을 한다. 책, 동물, 회사원 들의 부류를 정해진 기준으로 분류 해 가면 그것들이 지닌 성질들이 체계적으로 밝혀지게 된다. 이를테면, 한 무리의 책이 있다고 할 적에 그것을 그대로 두고 보아서는 어떤 성질의 책들이 모여 있는지 얼른 알 수가 없다. 그렇지만, 책들이 지닌 각 속성에 따라 나누어 가 보면 점차 그 특질이 밝혀진다.
이러한 분류에 따라 밝혀진 특성은 그 사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따라서, 글 특히 설명적인 글을 쓰는 데는 그것이 매우 쓸모있는 구실을 한다. 무엇보다도 분류는 주제나 소주제를 작정하는 열쇠 구실을 할 수가 있다. 분류를 통해서 대상의 상하위 부류가 체계적으로 밝혀지면 상위 부류가 지닌 특징을 주제로 정할 수 있고, 또 그 부류에 딸린 하위 부류가 지닌 특징을 소주제로 삼을 수가 있다.
다음 보기는 분류를 바탕으로 하고 각 부류의 특징을 서술 함으로써 한 단락을 이루고 있다. "장서가"를 3가지로 분류 해서 살펴 봄으로써 장서가들의 한 특징을 밝히는 글이다.
[보기 8.52]
장서가는 3가지로 나누어 볼 수가 있다. 첫째는 읽지도 않고 거의 손도 대 보지 않은 전집물이나 베스트 셀러 등을 모으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은 실제로 책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잉크를 묻힌 종이 묶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둘 째는 숱한 책을 가지고 있으면서 일부는 읽고 대부분은 때도 묻히지 않고 깨끗이 보존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책을 좋아하기는 하나 그 겉모습에 더 관심을 쏟고 있는 축 이다. 세째는 가지고 있는 책의 분량이 많든 적든 모두 접히고 구겨지고 오래 만져서 일부는 떨어져 나가기도 하며 페이지마다 손때가 묻고 줄이 쳐지기도 한 책들을 가진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진짜 책을 가진 장서가다.
윗 글에서 열쇠가 되는 것은 분류의 결과로 나온 "3가지 부류"이다. 이들 부류의 특징을 낱낱이 밝히고 부연하는 과정에서 한 단락의 글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음 보기는 우선 사람의 유형을 학설에 따라 3가지로 나누어 간단한 설명을 한 다음에 그 중에 한 유형에 초점을 두어 다루고 있다.
[보기 8.53]
딜티(W.Dilthey)는 사람이 지닌 성격의 우형을 다음의 3가지로 나누고 있다. 그것은 감능적(感能的) 인간과 명상적 인간, 그리고 영웅적 인간형이다. 첫째 유형은 매사를 감성적으로 처리하며, 충동적인 생활을 영휘하는 자들이다. 이들은 단체 생활이나 회의에서 분위기에 따라 협조적일 수가 있다. 둘째 유형은 앞서와는 달리 침착하며, 조용하게 당면 문제에 대처(對處)하는 명상적인 세계관을 가진 자들이다. 셋째 유형은 의지적인 영역이 우세하며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장애 요소나 저항도 단호히 극복해 내는 과격한 성격의 소유자를 말한다.
이 3가지 인간형 가운데 사회 생활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셋째 유형이다. 여기 속한 이들은 얼른 보기에는 매우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면이 있어 좋은 듯도 하지만, 얼마를 지나고 나면 생산적인 면보다는 그렇지 못한 결과를 초해하기가 일쑤다. 이들은 자기의 생각과 행동은 가장 정당하며 타당하다고 믿기 때문에 그 어떤 것보다도 우선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때는 비협조적이 되거나 아니면 방관자가 되어 버리고 만다. 이를테면, 회의 같은 데서 논의해야 할 의제(議題)보다는 자신의 과시(誇示)와 권위를 더 중요시함으로써 핵심적인 협동 문제보다는 자기 중심적이고 주번적인 문제에 집착하여 아집을 부린다. 더구나 자기 의견대로 일이 되지 않았을 때는 우월감과 열등감이라는 이율배반(二律背反)적인 감성에 사로잡혀 분란을 일으키거나 비협조자가 되고 마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사람은 교육계나 교회 등에도 볼 수가 있다.
--정길남, "권위주의" 중에서
다음은 사회 구성원을 세 가지로 나누어 그 특성을 설명한 글이다.
[보기 8.54]
미국의 한 사회학자는 현 사회구성원을 라디오, 텔리비젼, 컴류터 세대로 세 구분했다. 라디오 세대는 직장과 상사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기성 세대이고 텔레비젼 세대는 원칙을 존중하는 중간 세대이며 컴류터 세대는 자신의 희망을 가장 중요시하는 신세대다. 라디오 세대는 일을 위해서라면 밤늦게까지도 근무하며 위계 질서에 소속되어야 안심한다. 텔레지젼 세대는 직장과 가정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컴퓨터 세대는 자기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며 선택이 없는 생활은 상상조차 못한다.
각 세대의 윤리 기준을 보면 기성 세대는 부모의 가르침을 중요시하고 중간세대는 이상주의, 신세대는 냉철한 현실주의로 성장 배경에 따라 판이하게 달랐다. 최근 大韓商議가 전국 근로자 약5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의식 구조를 보면 흥미롭기도 하면서 놀랍다. "조직보다는 개인, 직장보다는 가정, 수입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일은 피하고 여가를 즐기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컴퓨터 세대보다도 더 이기적이다.
"횡설수설," <동아일보>
다음 글은 "문체(文體)"라고 하는 것이 기준에 따라 몇 가지로 분류되는 현상을 밝히고 있다.
[보기 8.55]
문체(文體)라는 같은 술어를 쓰면서도 사람들이 의미하는 것은 꽤 많은 차이들을 가지고 있고, 문체를 연구한다고 할 때에도 사람들이 다루는 내용은 서로 상당한 거리를 가진다.
비근하게는 간결체(簡潔體), 만연체(蔓衍體), 강건체(剛健體), 우유체(優柔體), 건조체(乾燥體), 화려체(華麗體) 등으로 분류하여 문장을 논하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문장으로부터 받는 다분히 주관적인 인상을 바탕으로 한 구분이다. 그런가 하면 문장의 리듬을 가지고 문체를 얘기하기도 하고, 또는 이미지의 문제와 관련시켜 문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그리고 장르의 차이에 따라 표현 양식이 달라지는 것도 문체라 불리고, 어휘의 취사 선택 및 문법 양식의 선호 경향 등을 포함한 표현 특징들을 가지고 문체의 징표를 삼기도 한다.
--김완진, "한국어 문체(文體)의 발달"
윗 글에서 보는 것처럼 분류에 따른 글은 그 서술 방식에서 여러 가지 설명을 덧붙이면서 펼치는 일이 많다.
다음 글은 책을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보기 8.56]
좀 무엇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우리네 책만드는 동네에서는 책을 "죽을 책"과 "죽지 않는 책"으로 대별하는 풍속이 있다. 여기에서 죽는다는 것은 쉽게 말해서 책의 수명이 길지 못하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죽지 않는 책이란 수명이 긴 것을 포함해서 어쩌면 영원히 살아남는 책이란 의미가 된다.
이것은 다분히 팔리는 문제와도 결부되어 있다. 당장은 빠른 속도로 팔리지는 않으나 뜨뜻미지근하게 꾸준히 움직여주는 책과 잠시동안 팔팔거리다가는 이내 숨을 거두어 버리는 하루살이책이 그것이다. [죽는 책]은 대저 유행의 성격을 띤다. 그러니까 유행이 찾아들고 나면 그 책들은 초라한 몰골을 하고 책꽂이 한 구석에 부끄러운 듯 꽂혀 있거나 버려지게 된다. 유행하는 책은 표피적이고 오락적이고 사교적이어서 모두들 그러한 책들을 대단히 즐기고 날렵한 감각과 얕은 슬기를 얻어들이기도 한다.
이기웅, "죽지않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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